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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다양한 가족, 그에 대한 음악적 해석들 ‘올 인 더 패밀리’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입력 2024-04-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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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왼쪽부터), 강동석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박상욱 피아니스트(사진제공=축제사무국)

 

“1980년대 미국 시리즈 제목이기도 한데요. 가족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해석이랄까요. 가족은 인생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죠. 음악인생에서도, 역사적으로도 그래요. 몇 세대를 거쳐 음악가가 되는 가족들도 많거든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이하 SSF, 4월 23일~5월 5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 외)의 강동석 예술감독은 19회 주제인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더불어 꼭 친족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 유형의 가족이 많은 것 같아요. 음악적인 가족도 있죠. 현악사중주 등 실내악단은 가족보다 파트너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거든요. 사실 이 또한 가족이죠.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찾아 풀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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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강동석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사진제공=축제사무국)
하지만 “생각보다 주제와 곡들을 맞추는 것도 굉장히 힘든데다 새로운 곡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해서 고민이 많았다”는 강동석 감독은 “실내악의 매력 중 하나가 레퍼토리”라며 “정말 좋은 곡들이 많은데 연주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들을 소개하는 게 페스티벌의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주자들 역시 늘 찾는 유명인들 뿐 아니라 덜 유명해도 정말 좋은 연주자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생소한 곡들로만 꾸리면 음악회 장소로 관객들을 오게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좀 힘들죠.”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매번 어디서 이런 곡들을 찾으시나 싶을 정도로 강 선생님이 누구보다 레퍼토리에 고심을 하시는 걸 느낀다”며 “다만 제가 올해로 벌써 8번째인데 강 선생님과 한번도 연주를 못했다. 꼭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상욱의 토로에 대니 구 역시 “저도 그렇다”며 “내년엔 우리 3명(강동석, 박상욱, 대니 구)이 같이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이같은 고심 끝에 올해 SSF는 ‘올 인 더 패밀리’라는 주제에 맞춰 음악 사조에 따른 악파들을 매 회차 공연의 주제로 삼는다. 더불어 음악가 부부 앙상블, 오래 호흡을 맞춘 베테랑 앙상블, 동일 국적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서간 작곡가들, 유사한 개인사를 가진 작곡가들 등 또한 일일 주제로 무대를 꾸린다.

19회 SSF에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감동석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김영호,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 시작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함께 해온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13일 동안 14회의 공연에 60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한다.

꾸준히 참가했던 마티어 듀푸르(Mathieu Dufour 플루트, 베를린 필 플루트 수석 역임), 올리비에 두아즈(Olivier Doise 오보에, 라디오 프랑스 필 수석 역임), 로망 귀요(Romain Guyot 클라리넷,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 역임), 로랭 르퓌브레(Laurent Lefevre 바순, 파리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수석 역임), 에르베 줄랭(Herve Joulain 호른,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및 라디오 프랑스 필 수석 역임) 등이 올해도 함께 하며 2020년부터 함께 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2017년부터 함께 한 피아니스트 박상욱 등이 선배 연주자들과 무대를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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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도 함께 하는 피아니스트 박상욱(사진제공=축제사무국)

 

더불어 2023년 ARD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비올리스트 이해수, 윤이상국제콩쿠르의 송지원, 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인 첼리스트 마리 할링크(Marie Hallynck), 국립오페라단 단장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테너 최상호, 금관5중 주악단 벤투스 브라스 퀸텟 등이 새로 합류해 다채로움을 더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무대도 꾸린다. 피아니스트 주형기가 연출하는 ‘가족음악회’인 음악극 ‘유머레스크’(Humoresque 5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가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오르며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제이미 라레도(Jaime Laredo)와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Sharon Robinson)이 결성한 에스프레시보!(Espressivo) 피아노 콰르텟이 국내 첫 리사이틀(4월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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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함께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사진제공=축제사무국)
최근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눈길을 끈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제가 존경하는 선배, 후배, 친구 등이 다 이 축제에 있었다”며 “어떻게 하면 저도 여기 함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2020년부터 함께 하면서 이 축제 자체가 ‘올 인 더 패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한번 들어오면 패밀리십이 강해요. 매년 보는 얼굴도 있지만 새로운 얼굴도 많아서 강동석 선생님이 누구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하는 페스티벌인 것 같아요. 관객 역시 새로운 관객들로 넓혀가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니 구는 “갈수록 다른 사람들한테 음악적 의견을 들을 기회가 적다”며 “그러다 보니 실내악을 하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사우나에 가서 땀을 빼는 것처럼 클렌징하는 느낌이에요. ‘그렇지, 이게 클래식 음악의 중심이지’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지’ 생각하게 되죠. 항상 기대하면서 (SSF에) 오는 것 같아요.”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실내악의 매력에 대해 “솔리스트들은 어려서부터 꿈을 향한 외로운 싸움들을 많이 하다 보니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고 전했다.

“사실 피아니스트들은 더 외롭게 느껴요. 바이올리니스트만 해도 반주자랑 같이 무대에 올라가는데 피아니스트들은 오롯이 혼자 무대를 헤쳐 나가야 하거든요. 제가 10년 넘게 피아노 듀오로 활동했는데 다들 부러워해요. 특히 SSF는 신선하고 특이하게 느껴지는 게 이렇게 많은 아티스트들이 화목하게 모여 음악을 한다는 게, 그 자리가 오래 유지된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어 박상욱은 “저도 유럽의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며 “올해의 ‘올 인 더 패밀리’라는 주제는 실내악, SSF와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남남인데도 누구보다 가족처럼 되게 끈끈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물론 힘든 시간들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것들을 견뎌내고 하나의 음악,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좋은 공연장과 색다른 콘셉트로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자리를 마련해주시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페스티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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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왼쪽부터), 강동석 예술감독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박상욱 피아니스트(사진제공=축제사무국)

 

내년 20주년에 축제에 대한 질문에 강동석 감독은 “이렇게 오래까지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아티스트 저마다의 음악적 열정”이라고 답했다.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사실 이 축제가 최고의 연습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솔로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연주자들이 정말 좋아서 시작했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청중도 많지 않았지만 굉장히 열정적이었죠. 그 청중들이 열광해주시는 게 많은 도움이 됐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습니다.”

이어 강 감독은 “외국 페스티벌처럼 프로그램이나 참가 아티스트가 발표되지 않아도 몇 달 전부터 매진이 되는 수준까지 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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