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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낮춰야 100세 시대] ③ 장수, '축복' 아닌 '저주'?

노인 자살 빈곤한 경제력이 우울증 불러

입력 2014-08-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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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10만 명당 2000년 43.2명에서 2010년 80.3명으로 10년 동안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AFP 제공)

 

 

우리나라가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장수하는 노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0세를 맞는 노인 수가 2009년 884명에서, 2010년 904명, 2011년 927명, 2012년 1201명으로 늘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고령화 시대에서 초고령화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에 접어든 셈이다. 젊은 시절 바쁘게 일했으니 늘그막엔 여유로운 황혼을 즐겨야 하지만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되는 노인들도 있다.  

 

 

노인자살통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은 10만 명당 2000년 43.2명에서 2010년 80.3명으로 10년 동안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1위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노인자살률도 1위라는 불명예스런 기록도 갖고 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5년 동안 노인 자살자 수는 2만439명으로 이는 하루 평균 11명 꼴이다. 2012년 기준으로 80대 이상 자살률은 104.5명, 70대는 73.1명, 60대는 42.4명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볼 때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81.9명이다. 이는 미국의 5.6배, 일본의 4.7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노인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를 파악한 ‘2011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11.2%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자살 이유는 건강 32.7%, 경제적 결핍 30.9%, 가족 및 친구와의 갈등 및 단절 15.3%, 외로움이 10.3%다.

이처럼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은 고령화와 예전과는 달리 자녀 세대의 부모 봉양 기피, 경제적 궁핍과 외로움 등으로 인한 우울증 등을 꼽을 수 있다.

◇ 노인빈곤 자살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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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이 자살률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은 47.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자료를 통해서도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상태가 열악한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총 139만4042명으로 전국의 주민등록인구 대비 2.7%인 반면, 65세 이상 노인 중 수급자 비율은 6.3%로 약 2.3배 높다.

노인복지 관계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노인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 결핍뿐만 아니라 노인 소외와 노인 자살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해왔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울증에 취약한 노인, 자살로 이어져


노인자살은 우울증에서 비롯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건강보고서’에서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질환 중 1~2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9만1276명으로 국민 100명 중 한 명꼴로 7년 전인 2005년 43만5000명에 비해 약 36% 늘어났다. 여기에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증상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고려해 보면 사태는 심각하다.

모든 연령층에서 우울증이 발생하지만 그중에서도 노인층이 더 심각하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원 생명의과학센터 뇌질환과가 2009년에 작성한 ‘노인우울증 관련 인자 분자’ 문서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34.5%가 60세 이상이다.

◇ 낮은 우울증 인지도 노인 자살 높여


우울증에 의한 노인 자살율이 높게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우울증 인지도가 꼽혔다.

대구한의대학교 보건대학원 한삼성 씨의 ‘노인의 우울증 경험에 관한 관련 요인 분석’ 논문에 따르면 노인 우울증은 무기력감과 절망감이 삶을 지배하며 노인층은 타 연령층보다 무기력감을 크게 느끼기 쉽다.

조영전 서산시 대산약사회장은 노인들의 우울증에 대해 “노인 스스로 우울증이 자연적인 노화에 따른 현상인지 신체적인 질환에 따른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다”며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가족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울증을 쉽게 생각해서 조금 호전되면 약을 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 자살하는 확률이 높다”면서 “우울증은 질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약을 처방받아 완치될 때까지 먹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 높은 노인 자살률 대처 방안은 없나


OECD는 ‘2014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한국정부는 최저소득 노인층 지원에 집중해 절대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현물급여 수령 기준을 중위소득의 40~50%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법·제도적 정비, 경제적 부조와 의료보호의 획기적 증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정부와의 업무분담 및 협력은 필수적이며 노인친화적 사회 조기 정착을 위해 인식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노인자살을 막기 위해 ”노인 우울증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자살로 이어지는 비율이 젊은 사람보다 훨씬 높다“면서 ”노인빈곤해소 노력과 함께 노인정신건강을 위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등 노인복지증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경미 기자 mink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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