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상가권리금 법제화 등 자영업자 보호 정책을 내놨지만 많은 숙제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과도하게 임대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우려와 함께 규제를 피하기 위한 권리금 이면계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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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면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
◇상가 임대인 권리 침해 논란
우선 정부가 상가권리금의 법제화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법적 사각지대가 발생해 상가 세입자가 권리 보호를 받지 못해 '용산참사'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 권리금 시장은 33조원으로 추산된다. 서울 점포(146㎡) 권리금의 경우, 2009년 1억598만원에서 지난해 1억2753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권리금에 대한 법적 규율이 미비해 임차인의 권리 보호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임대인의 개입으로 권리금을 침해당해도 임차인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첫 시행인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이번에 임차인의 권리가 대폭 강화되면서 임대인들의 권리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법 개정에 따르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건물을 새로 매입해도 상가를 직접 운영하기가 까다로워진다.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과 맺은 계약이 효력(대항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건물에서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할 수 없다. 또 임차인의 기존 계약 종료 이후에 임대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려고 해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줘야 한다.
정부는 또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권리금 표준계약서는 권리금을 양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규제에 따라 뒷거래나 이면계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임차인 입장에서는 세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표준계약서 작성을 꺼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상가권리금은 기타소득의 하나로 과세 대상이다. 임차인은 권리금의 20%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한 소득세를 내야 하며, 소득세액의 10%는 주민세로 내야 한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손해액을 얼마로 평가할지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감정평가사나 전문기관이 상가를 감정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면 된다고 밝혔다. 권리금에는 통상 영업비품이나 단골 고객, 명성 등이 종합된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기대치나 투기적 요소도 권리금에 들어가는 만큼 손해액이 저평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도시재생 사업시 기존 상인권리금과 신규상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내놔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번 대책에는 건물이 재건축 등으로 멸실된다면 임차인의 권리금은 보호받지 못한다. 건물 멸실의 경우 새로운 임차인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받을 권리금 자체가 없어진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송정훈 기자 songhdd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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