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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칼럼] 부동산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입력 2018-10-15 07:00
신문게재 2018-10-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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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센터 이호영 대표

 

시장은 한때 공급물량이 넘치다가도 때론 물량이 적어지면서 가격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외부의 특별한 개입 없이도 나타나는 시장 자체의 자동조절 기능이나 요인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부동산 시장에는 매매 물량이 많아지고 전세물량은 점점 줄어드는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전세값 상승으로 매매가도 동반 상승했지만 거품론이 팽배해 대부분 집 사기를 망설였다. 얼마 뒤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2009년부터 투자자들도 현금 확보를 위해 부동산에서 슬슬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가 빠진 시장은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되면서 ‘악성 미분양’과 ‘거래절벽’이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때 주택에 투자해 다주택자가 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좋은 놈’에 속하게 된다.

이후 주택 매매거래량은 더욱 줄고 전세수요는 점차 늘어났다. 전세자금대출도 증가하고 전세금액도 폭등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역전세·깡통주택·하우스푸어 등이 연일 보도되면서 일부 전문가 입에서 ‘망국론’, ‘재앙론’ 등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급기야 2013년에는 △신규·미분양(9억원 이하)과 1주택자 소유의 기존 주택(9억원·85㎡ 이하) 구입 시 향후 5년 양도소득세 면제 △기존주택 매입 시 매도인(일시적 2주택)은 면제 △부부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주택(전용 85㎡, 시가 6억원 이하) 취득세 면제 등 신규주택 등 미분양 해소와 거래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까지 나왔다. 여기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70%까지 완화하고 DTI (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도 배제하며 금리까지 내리면서 규제를 풀어줬는데 이때도 ‘집값은 떨어진다’고 고집하면서 주택을 구입 안 했다면 정부는 ‘이상한 놈’으로 봤을 것이다.

이후 부동산 경기는 회복되기 시작했다. 갭투자의 성행으로 무주택 임차인도 깡통전세 등 안정적인 보증금의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주택구입에 합류하게 된다. 뒤늦게 합류한 실수요에 저금리 기조 속 투자수요까지 급증하면서 가격변동이 큰 서울, 아파트 시장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 왜곡 현상의 주범이 갭투자자와 다주택자라며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선포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은 전국적이 아니라 수도권, 그것도 서울, 더구나 특정지역에 아파트에 일어났음에도 전국에 있는 모든 다주택자와 갭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 결국 현재 유주택자가 또 집을 사면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실소유자든 투자자든 일정 한 정부에서 ‘좋은 놈’ 소리 듣고, 다른 정부에서 ‘이상한 놈’으로 취급되며, 현 정부에서는 척결대상인 ‘나쁜 놈’이 되기도 한다. 묻고 싶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구매 시기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 우리는 과연 어떤 놈에 속할지.

 

부동산센터 이호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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