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되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25일부터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모 협의를 받는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 절차도 함께 진행되어 당사자들과 검찰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공판준비는 정식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협의에 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 의견을 확인한 뒤 쟁점을 정리해 증거조사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피고인의 출석의무는 없기 때문에 변호인이 출석해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현재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구속 상태인 양 전 대법원장은 특히 지난달 보석 심문 때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검찰이 공소장을 만들어 냈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으로 재임 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그에게 적용된 혐의 사실만 40여 개에 달한다. 여전히 그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측은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직권남용죄’까지 적용될 사안은 아니라며 항변하고 있다. 특히 고 전 대법관은 지난 22일 재판부에 “검찰의 공소사실이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낼 정도로 만반의 응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몸’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 진행 결과도 곧 본격 재개될 예상이라 각별히 관심을 끈다. 임 전 차장 역시 정부 부처간 협력의 필요성과 검찰의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를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1일 공판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관계를 추궁받자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2~3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검찰의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변호인단의 반박 논리를 들어볼 예정이다. 임 전 차장의 재판부도 28일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을 불러 윗 선에서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김윤호 기자 ukno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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