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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바리톤 김주택, 소소하고도 행복한 나의 아름다운 ‘이탈리아나’

[人더컬처]‘팬텀싱어’ 시즌 2의 준우승팀 ‘미라클라스’(김주택․박강현․정필립․한태인) 멤버 김주택, 앨범 ‘이탈리아나’ 발매
가장 힘들었던 ‘불 꺼진 창’과 베스트3 ‘로리타’ ‘로마의 기타’ ‘최후의 노래’
7월 마드리드 극장의 오페라 ‘잔 다르크’서 플라시도 도밍고 커버, 11월 정명훈과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입력 2019-06-18 07:00
신문게재 2019-06-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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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딱 한마디로 말할 수 있어요. 할수록 어려운 작품이죠.”

 

바리톤 김주택은 2009년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 무대에서의 데뷔작 조아키노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JTBC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 2의 준우승팀인 ‘미라클라스’(김주택·박강현·정필립·한태인) 멤버로 이름을 알렸지만 김주택은 스물셋에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 역으로 데뷔해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라보엠’(La Boheme),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청교도’(I Puritani) 등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맹활약 중인 11년차 성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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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플라시도 도밍고를 흠모하면서 성악가를 꿈꿨지만 바리톤의 목소리를 가진 그의 수많은 필모그라피 중  ‘세비야의 이발사’의 피가로는 스물셋에 처음 만나 2013년부터 매년 이탈리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만나는 시그니처 캐릭터이기도 하다. 

 

“올해도 13번의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을 해요. 데뷔 때는 가사, 동선 등을 외우느라 바빴어요. 더불어 지휘자랑 템포 맞추랴 발성 생각하랴…정신이 없었죠. 100회를 넘게 공연하면서 한번도 같은 적이 없어요. 여전히 어려운 캐릭터죠. 한 시즌을 하고 나면 4킬로그램이 빠질 정도예요.”

 

그리곤 “이탈리아 성악가들에게도 까다로운 레치타티보(Recitativo, 대사 내용에 중점을 둔 오페라·오라토리오·칸타타 등의 창법)가 많은데다 희극 캐릭터”라며 “하물며 한국인 바리톤으로서 이탈리아 말의 뉘앙스, 문화, 개그 코드 등을 살리기가 쉽지 않지만 하면 할수록 재밌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고민하고 찾아내는 과정이 너무 재밌어요. 어려우면서도 알면 알수록 재밌는 역할이고 제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해주는 캐릭터죠. (주로 테너가 주인공인 오페라 중) 커튼콜 때 바리톤으로서 가장 마지막에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인데다 한국 사람으로서 이탈리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데뷔 11년만의 첫 앨범 ‘이탈리아나’, 밀라노 16년차의 일상이 녹아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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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제가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주어진 삶에 만족과 행복, 프라이드를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커피 바 직원, 길거리를 청소하는 분들도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거든요. 자신이 길을 깨끗이 청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기분 좋게 다닐 수 있다는 데 엄청 뿌듯해하고 행복을 느끼죠. 에스프레소 한잔도 정성을 다해 내리고 ‘맛있다’는 한마디에 너무 행복해 해요.” 

 

데뷔 11년만에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 ‘이탈리아나’는 16년 동안 살면서 김주택이 느끼고 좋아했던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탈리아의 속살로 꽉 들어차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만족하는 낙천주의 등을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슬픈 노래는 그래서 별로 없어요. 벨리니의 ‘불꺼진 창’(Fenesta che lucive), 토스티의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Non t’amo piu) 정도죠.”

 

‘이상’(Ideale),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최후의 노래’(L‘ultima canzone), ‘귀여운 입술’(A Vucchella), ‘나의 노래’(La Mia Canzone), ‘생각’(Penso) 등 그의 첫 번째 앨범 ‘이탈리아나’ 수록곡 15개 중 중 토스티 가곡이 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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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LG아트센터에서 진행한 리사이틀에서의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토스티가 많은 이유는 베르디 국립 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G.verdi di Milano) 유학시절 스승님인 스텔리아 도츠(Stelia Doz)로부터 영향을 받았어요. 처음 한달 간은 선생님이랑 레치타티보만 팠어요. 이탈리아어도 잘못할 때 리브레토와 레치타티보를 시문학 공부하듯 쓰고 뉘앙스를 이해하고 서브텍스트를 살리는 등의 도움을 받았죠. 그렇게 오래, 자꾸 하다 보니 토스티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더불어 “제가 성악을 시작하게 된 것과도 연관이 있다”며 “플라시도 도밍고를 보고 성악가가 되고 싶었다. 테너가 되고 싶었는데 어려서 제 목소리는 바리톤임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슬퍼서 많이 울었어요. 토스티의 노래로 테너를 하고 싶었던 갈증을 풀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토스티는 스스로가 테너였고 테너를 위한 노래를 많이 썼거든요. 앨범에 넣진 못했지만 ‘트리스테자’(Tristezza) 등 다양한 거장 테너들이 부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토스티의 노래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토스티의 노래는 성악가로서 대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 혹은 여정과 같거든요.”

 

이어 김주택은 “이탈리아는 사랑과 열정 등의 정서가 큰 나라다. 그런 격정적인 사랑을 많이 담아낸 작곡가가 토스티이기도 하다”고 말을 보탰다.

 

“오페라 데뷔 11년차 앨범에 왜 오페라 아리아가 아니라 가곡들로 채웠는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사실 모순적이죠. 오페라 아리아의 탄탄한 발성을 기대하셨던 분들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이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이탈리아는 오페라도 좋지만 세레나데, 칸소네, 헌정하는 곡 등이 너무 좋아요. 그런 정서를 좀 담아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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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LG아트센터에서 진행한 리사이틀에서의 김주택(가운데)과 피아니스트 이영민(왼쪽), 기타리스트 박종호(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애초 앨범을 기획하던 4년 전의 콘셉트는 ‘세레나데’였다. 김주택은 “원래 앨범 제목도 ‘라 세레나데’였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탈리아나’로 바뀌었다”며 “4년 정도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이영민 선생님,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 형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로마에서 공부하신 이영민 선생님은 대한민국 피아니스트 중 토스티 반주로는 최고라고 감히 말할 수 있어요.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도 정신적, 테크닉적인 도움은 물론 긍정적 사고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죠.”



◇가장 힘들었던 ‘불 꺼진 창’과 베스트3 ‘로리타’ ‘로마의 기타’ ‘최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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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LG아트센터에서 진행한 리사이틀에서의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녹음을 3일 연속하는 건 정말 힘든 작업이었어요. 잘 나가다 제가 삐끗하거나 기타 혹은 피아노 연주가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과정의 반복이었으니까요.” 

 

그리곤 “독창회를 3일 연속하라면 기꺼이 하겠다고 할 정도”라고 앨범 녹음 과정을 전한 김주택은 가장 녹음이 힘들었던 곡으로 벨리니의 ‘불 꺼진 창’을 꼽았다.

 

“대부분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인데 ‘불 꺼진 창’은 스토리텔링이 중점이에요. 요절한 어린 소녀를 애도하며 소년이 부르는 노래죠. 남 일인데 제 일처럼 느껴지면서 감정 콘트롤이 안돼서 너무 힘들었어요. 제 사랑하는 사람을 보냈을 때의 감정을 이입했는데….”

 

감정 조절이 힘들어 결국 그 녹음 후 2, 30분을 쉬었다는 그는 “게다가 다음 녹음곡이 (달콤하고 발랄한) 조르다니의 ‘오 내 사랑’(Caro Mio Ben)이었다”며 웃었다. 

 

“제일 좋은 곡은 페치아의 ‘로리타’(Lolita)예요. 피아노, 기타와의 트리오곡으로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3테너(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의 메들리로도 유명한 곡이죠.”

 

더불어 라자로의 ‘로마의 기타’(Chitarra Romana), 토스티의 ‘최후의 노래’를 앨범 중 베스트 3로 꼽았다. 그는 ‘로마의 기타’에 대해 “(박)종호 형님과의 기타 듀엣 곡인데 처음엔 음역대가 반키 정도 낮았다”며 “녹음하다가 반키를 올려서 불렀는데 느낌이 확 오더라”고 전했다.

 

“제가 마치 플라시도 도밍고,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된 것 마냥 불렀어요. 반키를 올린 게 신의 한수였죠. ‘최후의 노래’는 굉장히 테너스러워요. 여기서 ‘테너스럽다’는 열정적이고 파워풀하고 불타오른다는 의미죠. 사람의 심장을 노크할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은 곡이랄까요. 부드러운 감성의 세레나데이지만 사랑을 갈망하는 남자의 불타는 열정을 표현하는, 격정적인 사랑으로 충만한 이탈리아를 닮은 노래죠.”

 

 

◇터닝포인트가 될 정명훈과의 ‘돈 카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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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밀라노에만 2004년부터 16년을 살았어요. 두오모성당을 지나면서 저의 변화를 느끼곤 해요. 처음엔 너무 웅장하고 신기했어요. 생전 처음 봤거든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들어요. 어떤 때는 되게 작아 보이고 또 어떤 때는 아예 인식을 못하고 지나치기도 하죠.”  

 

그렇게 두오모성당을 바라보며 “건물은 가만히 있는데 제 마인드나 사물을 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구나를 느낀다”는 김주택은 이탈리아를 ‘제2의 고향“이라고 표현했다.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콩쿠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기내에서 방송으로 이탈리아어가 들리면 갑자기 편해져요. 제가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일상 대화가 가능한 저도의 수준인데도 그래요.”

 

그리곤 “한국어가 들리는 것과 이탈리아어가 들리는 건 확연히 다르다”며 “뇌세포 모드가 바뀌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어가 들리면 그곳의 사람들, 음식들, 해야할 일들, 많은 팬들 등이 생각나요. 애정으로 넘치죠. 이탈리아어가 들리면 ‘오페라 가수’로 모드가 바뀌면서 마음이 편해져요. 노래적인 데만 집중하면 되거든요. 그 외 신경 쓸 거라곤 셰프(?)로서 뭘 해먹나 정도죠.”

 

테너에 가까운 고음을 구사하는 그에게 ‘테너와 바리톤을 오가는 성악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테너들은 A, B플랫, 하이C 소리를 주로 내야하는데 저는 안된다. 하이C 구사가 가능했으면 테너를 했을 것”이라며 “오롯이 바리톤”이라고 잘라 말했다. 

 

저는 바리톤으로 살고 싶어요. 사실 바리톤도 벅차요. 제가 생각하는 바리톤의 전성기는 마흔살부터라고 생각해요. 바리톤의 목소리 특성상 맡는 역할이 굉장히 중후하고 깊거든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그 전환점이 11월에 정명훈 선생님과 함께 하는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Don Carlo)입니다.”

 

7월 마드리드 극장의 오페라 ‘잔 다르크’(Jeanne d‘Arc)에서 자코모 역으로 캐스팅된 플라시도 도밍고 커버, 8월 ‘세비야의 이발사’ 등 이후 행보에 대해 전한 김주택은 오페라 ‘돈 카를로’에 대해 “무거운 레퍼토리로 가는 길이고 바리톤으로서의 매력을 확산시키는 터닝포인트”라고 귀띔했다.

 

“본격 바리톤으로의 업그레이드랄까요. 이 작품을 잘 소화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애초 10월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와의 내한 협연을 준비했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무산됐어요. 그게 너무 아쉽지만 그 10월에 또 다른 이벤트를 계획해 추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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