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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매출미달 페널티 카페, 용산역 랜드마크됐죠"

[브릿지 초대석] 육소연 카페 후식 대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강소기업 될 것"

입력 2020-01-21 06:00
신문게재 2020-01-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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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소연 대표는 "개인 카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퀄리티와 서비스 모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이철준 기자)

 

수도권 전철 1호선, 경의·중앙선, 그리고 경춘선과 호남선 등 지방으로 가는 교통 중심지인 용산역. 일평균 유동인구만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용산역 역사 내에 눈에 띄는 매장이 있다. 용산역 중앙 기둥을 둘러 마련된 원형 탁자 같은 ‘카페 후식’이 바로 그곳이다.



이제 용산역 맞이방의 랜드마크가 된 카페 후식은 지난 2017년 9월 오픈 이후 약 2년 4개월만에 빠르게 성장해 어느새 월평균 1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매장이 됐다. 육소연 후식 대표는 “하루에 판매하는 음료만 평균 1000잔에서 1200잔 정도 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쇼핑센터와 맞물려 있는 용산역에는 인근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도 다양하다. 그런 가운데 자체 테이블조차 없는 개인 카페가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 ‘퀄리티’와 ‘서비스’가 밑바탕이 됐다는 것이 육 대표의 설명이다.

“커피를 워낙 좋아했어요. 내 사업을 하게 된다면 꼭 커피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었죠. 제가 커피를 마시면서 행복한 것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를 담아 만들어진 ‘후식’이라는 이름은 누구나(who) 커피를 만날(seek)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인 동시에 식사 후에 디저트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커피를 즐기는 현대인의 습관을 담았다.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 대신 생산량이 적지만 산미가 적고 쓴맛이 강한 로부스타 원두의 비중을 높인 블렌딩이 후식 커피의 특징이다.

“후식만의 커피 맛을 정착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죠. 그렇지만 이제는 후식만의 맛을 알아주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뿌듯합니다.” 


육 대표는 백화점 여성복 매장 매니저로 27년 가량 근무한 고객서비스 분야 전문가다. 이와 같은 경력을 살려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7년부터는 배화여대에서 패션디자인 샵매니저과정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패션과 커피라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영역이지만, 결국은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일이다.

“우리 매장이 정말 용산역 한가운데에 있다보니, 가끔은 손님들이 안내데스크에 온 것처럼 직원들에게 기차 시간이나 그런 것들을 물어보실 때도 있어요. 제가 서비스를 워낙 강조하다보니 직원들도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면서 서비스까지 해내라고 하는 것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 매장만의 당연한 가치로 뿌리내렸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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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소연 후식 대표. (사진=이철준 기자)

실제로 후식 매장은 용산역에서 분기마다 진행하는 서비스 평가(SLA)에서 매번 순위권을 놓친 적이 없다. 역내 매장이라는 특이점에 초점을 맞춰, 다른 카페보다 메뉴가 나오는 시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기둥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구성된 카페 내부는 최소한의 동선으로 음료를 제조하기 위한 형태로, 주문을 받는 동시에 메뉴를 제조해 1분 안에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직원들 관리 역시 육 대표가 항상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프랜차이즈가 아니고 개인 카페다 보니까, 직원들에게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보통 카페라는 특성상 아르바이트생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인력의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에서 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의 직원을 지금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고요.”

시스템이 갖춰진 현재는 평탄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사업 초기에는 남모를 고난도 많았다고 육 대표는 털어놨다. 창업에 대한 경험도 없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몸으로 뛰어들다 보니 모든 영역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없었던 형태의 매장을 새롭게 오픈하는 것에서 많은 걸림돌이 발생했다. 그간 빈 공간이었던 역사 기둥을 중심으로 카페 운영을 위한 수도와 전기를 끌어오는 공사를 진행했는데, 설치했던 펌프에서 역류가 발생하면서 카페 운영 초기 스무 번이 넘는 물난리로 용산역 한가운데서 걸레를 들고 사태를 수습하기도 했다고 육 대표는 털어놨다. 입찰 당시 코레일유통에 내걸었던 목표매출액이 미달되며 오픈 첫해 3000만원이 넘는 페널티를 내기도 했다. 주변에서 지금이라도 포기하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으나 육 대표는 뚝심있게 사업을 이끌었다. “일단 시작한 일인데 단기간에 그만두는 건 솔직히 너무 억울했어요. 창업에는 결국 어느 정도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그 시기를 이겨내고 결국 상승세를 탔죠.”

육 대표는 지난해 11월 용산역에 후식 2호점을 출점했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으나 3호점은 서울 지역이 아닌 지방 코레일 역사에서 출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후식만의 커피를 선보이고 싶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해외 지역에서도 매장을 출점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계획 단계에 있다.

육 대표가 카페 운영만큼이나 관심을 가지고 몰두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ADRF) 후원활동이다. 후식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된다는 사실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 열정을 더해 올해부터는 후원회 홍보대사직을 맡기도 했다.

“백화점 매니저로 일할 때부터 독거노인 봉사 등 여러가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런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봉사와 사회공헌에 대한 마음도 생긴 것 같아요. 후식에서는 인도네시아산 커피를 주로 들여오고 있는데, 농가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정말 너무 열악하다는 점이 늘 마음 아팠습니다.”

봉사는 이제 육 대표의 삶의 일부가 됐다. 새해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 카페 사업보다 후원회 활동에 대한 내용이 먼저 나올 정도다.

“카페는 직원들이 너무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이 없어요. 올해부터 후원회 홍보대사직도 맡고 있는 만큼 봉사 쪽에 더욱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78명을 직접 지원하고 있는데 제 마음으로는 2000명 정도까지 지원을 늘리고 싶어요. 또, 작은 역할이겠지만 이런 소소한 활동들을 통해 사회에 좀 더 많은 상생과 도움의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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