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
  • 페이스북
  • 검색
  • 전체메뉴

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B사이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정영주 “두 딸과 아들, 세 친구 그리고 이갈리아의 딸들…세상 최고 부자”

입력 2020-07-11 14:00   수정 2020-07-11 12:59

정영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도로시 브록 역의 정영주(사진=이철준 기자)

 

“아마도 ‘이갈리아의 딸들’(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현실과 정반대인 세계 이갈리아를 배경으로 한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1977년작) 같은 느낌이 제 취향인가봐요.”

‘브로드웨이 42번가’(8월 2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도로시 브록을 연기하는 배우이자 10명의 여성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기획·제작자이기도 한 정영주는 이렇게 말하며 호탕하게도 웃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시골 출신의 코러스걸 페기 소여(오소연·김환희,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브로드웨이 스타 연출가 줄리안 마쉬(이종혁·송일국·양준모)의 신작 ‘프리티 레이디’ 주인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백스테이지 뮤지컬이다.
 

SHAO20_42번가 보도용컷_정영주1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도로시 브록 역의 정영주(사진제공=샘컴퍼니)

페기 소여와 줄리안 마쉬를 비롯해 한때는 스타였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여배우 도로시 브록(최정원·배해선·정영주), 도로시의 현 애인 애브너 딜런(오세준·임하룡), 도로시가 실제로 사랑하는 팻 대닝(조용수), 브로드웨이 스타 빌리 롤러(정민·서경수), 작가 겸 작곡가 메기 존스(전수경·홍지민), 버트 베리(김호·임기홍) 등과 수많은 앙상블 배우들이 함께 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베르나르다 알바’의 ‘이갈리아의 딸들’ 

 

그가 배우이자 기획자이자 제작자로 나선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둘째 남편 안토니오의 죽음으로 집안 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망인 베르나르다 알바와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에 맞서는 다섯 명의 딸 앙구스티아스·막달레나·아멜리아·마르타리오·아델라의 이야기다.

에스파냐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유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Casa de Bernarda Alba)을 바탕으로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가사·음악 작업을 한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됐다.

초연 당시 정영주가 연기한 베르나르다 알바를 비롯해 5명의 딸들과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알바의 노모 마리아 호세파, 충직하지만 기묘하게 갈등을 주도하는 집사 폰시아, 베르나르다 일가에 대한 제3의 시선과 적절한 간섭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하녀와 동네사람들, 어린 하녀 등 10명의 여자가 꾸리는 이야기다.

남자 배우 위주의 서사극들이 주류를 이루던 공연가에 정영주와 정인지, 백은혜, 김환희, 전성민, 오소연, 황석정, 이영미, 김국희, 김히어라까지 여배우 10명이 한 무대에 오른 ‘베르나르다 알바’는 전회차 매진되며 여성 서사극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Untitled-2
정영주는 내년 1월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배우이자 기획자, 제작자다(사진=브릿지경제 DB, 우란문화재단 제공)

 

이 작품으로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던 정영주는 내년 1월 재연되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제작자로서 초연배우들과의 계약, 새로 합류할 배우들의 오디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이갈리아의 딸들’이 ‘브로드웨이 42번가’에도 있어요. 전수경, 최정원, 정영주, 홍지민, 배해선, 이 5명이 개막 전까지는 한방에 모여 있었답니다. 너무 좋아요. 누구네 경조사나 오디션, 시상식 등이 아니면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 전무후무한 구조죠.”

이렇게 전한 정영주는 “테크니컬 리허설 때 그 분장실에서는 무대감독의 페이징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라며 “도로시 브록처럼 대한민국 뮤지컬의 다양한 시대를 넘어온 이들”이라고 표현했다. “닫힌 문 앞에서도 열기가 느껴지는 조합”이라는 ‘브로드웨이 42번가’ 관계자의 전언에 정영주는 “25년 전 얘기를 할 수 있는 멤버들이 모여 있으니 그 방의 에너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두 딸 오소연·김환희와 아들 서경수, 세 친구 송일국·오세준·조용수…세상 최고 부자!
 

브로드웨이 42번가 김환희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 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도 함께 하고 있는 페기 소여 김환희(사진제공=샘컴퍼니)

 

“그 때 얘기도 하고 서로를 위로해 주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5명의 ‘이갈리아의 딸들’에 (오)소연이와 (김)환희 두 딸과 아들 (서)경수 그리고 동갑내기 세 친구까지…세상 최고 부자예요. 저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작업이 재밌고 좋을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를 ‘세상 최고 부자’라고 표현한 정영주는 페기 소여 역할의 오소연과 ‘베르나르다 알바’ ‘넥스트 투 노멀’ ‘베르나르다 알바’로, 김환희와는 ‘베르나르다 알바’로 모녀 인연을 맺었다. 빌리 로러로 처음 합류한 서경수 역시 ‘넥스트 투 노멀’의 엄마 다이애나와 아들 게이브로 호흡을 맞춘 후 모자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소연이랑은 두 작품 모두에서 전쟁같은 모녀지간으로 만나다 보니 유독 애틋해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도 전쟁같은 선후배죠. 이번 ‘브로드웨이 42번가’ 캐스팅 과정에서 페기 소여의 더블캐스트가 환희라는 얘기를 듣고 환호성을 불렀어요.” 

 

SHAO20_42번가 보도용컷_서경수1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에서 정영주와 모자지간이었던 서경수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를 연기 중이다(사진제공=샘컴퍼니)
정영주를 “엄마”라고 부르는 오소연, 김환희와는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또 다시 모녀지간으로 만난다. 정영주는 빌리 로러 역의 서경수를 “제가 예뻐하는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사랑스러운 녀석이에요. 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그 아이도 페기 소여, 빌리 로러가 될 것 같아요. 진심으로. 저랑은 동병상련이기도 한데 진짜 땀을 많이 흘려요. 요즘 ‘썸씽로튼’에서 셰익스피어로 연습 중이죠. ‘그것도 힘들어, 아들?’이라고 물어보니 ‘노래만 해’라더라고요. ‘그럼 땀 하나도 안흘리겠네?’ 했더니 ‘엄마 왜 나는 노래하는 데도 땀이 날까’ 그래서 한참을 웃었어요.”

그리곤 “대충 안한다는 뜻”이라며 “뮤지컬 배우는 노래 한곡만 해도 안보이지만 땀을 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래하면서 땀이 흐를까 했는데 온몸으로 하게 돼요. 발바닥까지 노래하면 땀이 안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팻을 만날 때 제일 민망해요. 키스를 해야하는데 땀이 코에 송글송글 맺히거든요. 딸들과 아들에 전애인(팻 대닝의 오세준)과 현애인(애브너 딜런의 조용수)이 동갑내기 친구예요. 이 조합에 줄리안 마쉬로 송일국이 들어오면 완전 동창회 분위기죠.”

이어 “요즘은 동기 만날 일이 별로 없는데 한꺼번에 3명을 만나니 너무 좋다”며 네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스마트폰 메신저의 ‘돼지띠방’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애브너, 팻, 줄리안, 도로시 네명이 너무 재밌어요. 송일국 배우는 후배들에게도 말을 잘 안놔요. 처음 초대했을 때도 끝까지 말을 못놓길래 새벽 1시쯤 대놓고 ‘일국아, 다음 연습 때 말 안놓으면 나 내 맘대로 함’이라고 보냈어요. 그랬더니 다음날 ‘고맙다 영주’라고 답이 왔어요. 후배들에게 허투루 말을 놓았다가 혹시나 실수를 할까봐 그랬다고 고백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재밌게 지내니 너무 좋아요. 무대에서, 현장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다 소진해야 푹 자게 돼요.”


◇세상 부자 정영주 “26년 간 도망가지 않고 버티길 잘했다”

Untitled-2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장면(사진제공=샘컴퍼니)

 

“처음 배우학교 오디션을 봤을 때 심사위원이셨던 윤석화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안잊혀져요. 당시 합격생들 중에 저 같이 생긴 애는 저밖에 없었어요. 자기소개를 하면서 ‘저는 떨어질 줄 알았는데 뽑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왜 떨어질 줄 알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윤석화의 물음에 정영주는 “이렇게 생겨서”라고 대꾸했다. 그에 돌아온 윤석화의 “그렇게 생겨서 뽑았다”는 대답에 정영주는 “지금까지 버틸 힘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말이 아직도 안잊혀져요. 그 말과 그때 받은 6개월짜리 트레이닝으로 26년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1994년이니 LP 시절이었죠. 오전 8시부터 워밍업, 개구리자세 등을 비롯해 한국무용, 재즈, 발레, 즉흥연기 등 기본기를 그 6개월 동안 스파르타로 배웠죠. 그때의 북받쳐 오르는 에너지란…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정도죠.” 

 

JeongYeongJoo005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도로시 브록 역의 정영주(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그는 ‘넥스트 투 노멀’ ‘헤어 스프레이’ ‘맘마미아!’ 등에서 함께 작업했던 연출가이자 음악감독이며 배우인 박칼린과의 인연을 떠올리기도 했다. 


“저는 사실 콜로라투라(Coloratura, 빠른 패시지나 트릴 등에 의해 기교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선율)를 소화하는 하이 소프라노였는데 외모랑 안맞는 거예요. 제 마인드는 크리스틴인데 할 수 있는 건 마담 카를로타였죠. 그걸 일찍 알아서 메조소프라노, 앨토 등 안쓰던 소리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서러웠죠. 이렇게 쓰이다 말려나 보다 싶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나무 감사해요. 특히 박칼린씨는 메조소프라노나 앨토를 부지런히 하게끔 해준 사람이죠.”

그리곤 “제가 그 소리를 낼 수 있으니 기회를 계속 줬다. ‘영주 이번엔 메조소프라노’ ‘이번엔 앨토’ ‘이번엔 하이 소프라노로 톱신 해줘’ 등 요구하는 대로 다 했다”고 덧붙였다.

“그때 단련됐고 제가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들이 개발됐어요. 그땐 (박)칼린이 절 정말 미워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감사해요. ‘헤어스프레이’의 모터마우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유모, ‘맘마미아!’의 로지 등 할 수 있었는데 저 스스로도 몰랐던 소리들을 개발시켜준 은인이죠.”

정영주는 배우로서 걸어온 26년 동안의 대장정을 “버텨낸 여정”이라고 표현하며 “도망가지 않고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중간 중간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이제는 선생님이었고 은인이었던 분들께 밥도 사드리고 고민도 나누고…제가 어딘가로 도망 안가고 그럴 수 있어서 감사해요. 정말 도망가지 않고 버티길 잘했다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브릿지경제 핫 클릭

   이 기사에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