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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이창용의 토마스 장인 조성윤과 그 자체 최재웅, 베테랑 김종구와 워너비 정욱진, 앨빈 그 자체 신재범

입력 2024-02-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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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누구나 그럴 때가 있잖아요. 일에 집중하느라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데 자꾸 신경 써야 할 다른 일들이 생기는. 집안 일이 생기고 공과금도 내야하고 친구들과의 해결해야할 것들도 있고…최근에 제가 그랬어요. 일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훑어보지도 않고 도시가스 애플리케이션의 뭔가에 ‘동의’를 눌렀던 모양이에요. 문득 ‘왜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가 안오지? 확인해야봐야겠다’ 하면서도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들로 자꾸 미루다 보니 4개월이나 연체가 됐더라고요.”



이창용은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Story of My Life, 2월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토마스 위버(이창용·조성윤·최재웅,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의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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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슬럼프에 빠져 더 이상을 글을 쓸 수 없게 된 동화작가 토마스가 30년지기 친구이자 자신 이야기의 뮤즈였던 앨빈 켈비(김종구·신재범·정욱진)의 죽음을 통해 소중한 것들을 깨닫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앨빈일 때랑 토마스로 공연할 때 체감 러닝 타임이 완전 달라요. 토마스로 공연을 하면서는 시간이 진짜 빨리 가요. 무대에서 뭔가를 계속 해야하거든요. 앨빈은 이야깃거리를 넘겨주고 빠져서 토마스를 지켜봐주는 역할이잖아요. 직접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흘리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캐나다 작가 브라이언 힐(Brian Hill)이 대본을, 닐 바트램(Neil Bartram)이 넘버를 꾸린 작품으로 바쁜 현실 속에서 놓쳐 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창용은 2010년 초연부터 앨빈으로 무대에 오르다 그의 30년지기 친구이자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공연에 집중하느라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데 갑자기 벌어진 집안 일, 도시가스 요금 체납, 공연을 보러 오기로 해서 표를 이미 사뒀는데 아파서 못온다는 지인들…주변에서 자꾸 신경 쓰이는 일들이 생겨났다.

“참다 참다 화도 나고 짜증이 치솟는 상황이었어요. 토마스도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분들은 너무 많은데 ‘눈 속의 천사’는 잘 안써지고. 그래서 미치겠는데 앨빈이 자꾸 ‘왜 글 안써’ ‘편지 답장은 왜 안해’ 라고 하니까…톰의 상황에 제 경험과 그때의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토마스 장인 조성윤, 토마스 그 자체 최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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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 캘비 역의 신재범(왼쪽)과 토마스 위버 조성윤(사진제공=오디컴퍼니)

 

“(조)성윤이는 ‘베테랑’ 그 이상, 토마스 ‘장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죠. 확실히 여유가 있달까요. 10년을 넘게 해온 배우로서의 경험들, 그를 통해 다져진 내공과 여유로움이 토마스에 잘 녹아드는 것 같아요.”

2011년 재연부터 앨빈과 토마스로 호흡을 맞춰온 토마스 역의 조성윤에 대해 이창용은 “장인”이라고 표현했다. 동갑내기 이창용과 조성윤은 이미 각각 200회 이상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무대에 오른 ‘창조’(이창용+조성윤) 페어이자 자타공인 앨빈 그리고 토마스 ‘장인’이다.

“성윤이랑은 이제 좀 떨어질 때도 됐다 싶어요. 같은 역으로 적절한 선을 유지하면서 친구로 지내다 보니 너무 재밌어요. 오래 전 ‘김종욱 찾기’부터 2022년 ‘번지점프를 하다’ 그리고 이번 시즌 ‘솜’까지 같은 역할로 자주 함께 하는 친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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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 캘비 역의 김종구(왼쪽)와 토마스 위버 최재웅(사진제공=오디컴퍼니)
여섯 번째 시즌에 토마스로 새로 합류한 최재웅에 대해서는 “초연을 하고 재연을 준비하면서 (최)재웅이 형이 토마스를 하면 되게 잘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성격도 그렇고 보이스톤도, 이미지도 너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연습에서 긴 시간을 들여 꾸준히 차근차근 준비하고 배우, 스태프들도 잘 챙기는 걸 보면서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최재웅이라는 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왜 이제 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잘 어울리는 토마스죠.”


◇베테랑 김종구, 꼭 한번 앨빈으로 만나고 싶었던 정욱진, 앨빈스러운 신재범

“(김)종구 형은 베테랑이에요. 앨빈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다 소중하게 가슴에 와 박히거든요. 첫주에는 너무 긴장을 해서 형한테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왜 베테랑인지 새삼 깨달았죠.”

재연부터 앨빈으로 합류했던 김종구에 대해 이렇게 전한 이창용은 “토마스를 해도 멋지게 잘 해낼 것”이라며 “만약 형이 토마스를 하고 제가 다시 앨빈을 할 기회가 온다면 저 역시 형이 지금 저한테 하는 만큼의 장난으로 복수할 것”이라며 웃었다.

“(정)욱진이는 꼭 한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앨빈의 느낌이 있어요. 테크니컬 리허설을 할 때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워낙 많이 해서 웬만하면 끊지 않아요. 조명 등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최대한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드레스 리허설처럼 하거든요. 근데 욱진이랑 눈싸움을 하다가 너무 웃음이 나서 멈춰야 했어요. 바로 ‘두 번째 이별했을 때’로 넘어가야하는데 너무 웃겨서 못부르는 지경까지 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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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왼쪽)과 앨빈 캘비 정욱진(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 ‘시데레우스’ 등을 함께 한 정욱진에 대해 이창용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이라며 “공연 초반에는 여유가 없어서 진지하더니 요즘은 가끔 장난기가 발동하기도 하는데 제가 받아줄 수 있는 정도라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새로 합류한 신재범에 대해서는 “그냥 앨빈 같다”며 “사실 앨빈 같은 사람은 별로 없어서 보통은 연기를 해야하는데 (신)재범이는 연기가 아닌 그냥 앨빈”이라고 밝혔다.

“저한테 가장 앨빈스러웠던 적이 있냐고 물어보신다면 초연 때일 거예요. 아무 것도 모르고 연습도 너무 힘들었거든요. 참고할 것도 없고 내가 하는 게 맞나 싶고…그때가 저의 가장 앨빈스러운 때 였죠. 재범이를 보면 그 때의 제가 생각나요. 가장 앨빈스러운 앨빈이랄까요. 가끔 정말 앨빈처럼 독특하고 엉뚱한 행동들을 하는데 그게 연기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재범이 같아요.”


◇LG아트센터와 두산아트센터를 오가는 ‘오매불망’ LG트윈스 골수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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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이미 했던 ‘레베카’가 아니었다면 안했을 거예요. 아예 안했던 작품 두개를 동시에 한적이 딱 한번 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 스스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창용은 2023년 12월 중순부터 10주년 ‘레베카’(2월 24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LG시그니처 홀) 앙코르 공연에 잭 파벨 역으로 긴급 투입돼 4월까지 이어질 지방투어까지를 함께 해야 한다. “사실 합류 계획이 없던” ‘레베카’의 출연 제의에 이창용은 ‘풍월주’ 일본 공연과 ‘투모로우 모닝’ 무대에 동시에 올랐던 때를 떠올리며 고민했다.

“둘 다 안해 본 작품이다 보니 정신이 없더라고요. 너무 욕심이 과했다는 생각에 반성했죠. 그 후로는 한번 이상 했던 ‘레베카’와 처음 하는 ‘시데레우스’, 한번 했던 ‘시데레우스’와 안해본 ‘번지점프를 하다’를 하는 식으로 저만의 원칙 같은 게 생겼어요. ‘솜’도, ‘레베카’도 이왕 하기로 했으니 최선을 다해야죠.”

“잭 파벨처럼 완전 악역은 거의 해본 적이 없다”는 이창용은 “그 인물을 좀 더 깊이 연구해 후회 없이 표현하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배우로서 좀더 성장하고 다채로워지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두 편을 동시에 하니 어디서든 절대 실수하지 않아야 하고 감기도 걸리면 안된다는 긴장감과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요.”

그렇게 ‘레베카’가 공연되는 LG아트센터와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두산아트센터를 오가는 이창용은 꽤 알려진 LG트윈스의 오랜 골수팬이다. 연습 때부터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대표 구단이 운영하는 극장을 오가며 “작년 우승하던, 역사적인 순간”을 떠올리곤 할 만큼 이창용은 골수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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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지난해 초까지 ‘물랑루즈’를 하고 7개월 정도를 쉬었어요. 너무 지쳤었거든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도 안걸리고 잘 버티면서 무대를 거의 안쉬었는데…쉬는 동안 코로나에 독감까지 걸려 심하게 앓았죠.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면서 오랜 취미이자 관심사인 LG트윈스가 우승을 하면 내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29년 만에 한풀이를 했어요. 역시 운명인가 싶었죠.”

 

이에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습부터 지금까지 오롯이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창용은 “뭐든 주어지는 기회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선택은 신중하게 하려고 해요. 그 선택으로 못하는 작품에 대한 아쉬움도 제 몫이죠. 그저 건강하게 무사히 공연하고 관객분들께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 하다보면 또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솜’ 20주년에 “시켜만주신다면 앨빈과 톰을 번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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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토마스는 둘 중 하나일 거예요. 사람은 안변한다가 첫 번째예요. 못된 구석도, 예민함도 여전하지만 앨빈을 통해 좋은 영향을 받아 분명 글을 쓰면서 살았을 거예요. 또 하나는 앨빈을 잃은 충격과 깨달음으로 글 쓰는 태도가 굉장히 달라졌을 거예요.” 

이어 “예민함도 좀 나아졌을 거고 애니에게 의지도 하면서 좀 안정을 찾았을 것”이라며 “그렇게 좀더 안정적으로 글을 써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앨빈과 토마스처럼 역할을 바꾼다면 ‘쓰릴미’를 해보고 싶기는 해요. 이제 나이가 있어서 할 일은 없겠지만요. 왜 그때는 (역할 바꾸기에 대한) 절실함을 못느꼈을까 싶은 작품이 있기는 해요. 하지만 지금은 저에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분명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창용의 앨빈과 토마스가 만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같은 무대에 오를 순 없지만 20주년에도 출연할 기회를 주신다면, 앨빈과 톰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를 수 있게 허락하신다면 해야죠”라고 답했다.

“저에게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10주년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정말 큰 선물이었어요. 7년이 흘러 20주년에도 그런 선물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해야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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