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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 새우등 홍콩 금융계, 헥시트냐 존버냐

입력 2020-08-11 11:13
신문게재 2020-08-12 16면

체포되는 홍콩 '우산 혁명' 주역 아그네스 차우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아그네스 차우가 10일 밤 자택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경찰차에 실려 가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차우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활동가 중 한 명이다. (AFP=연합)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홍콩 금융계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중국과 미국·유럽을 이어주는 무역과 금융의 ‘브릿지’ 역할로 세계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한 홍콩이 미·중 패권 다툼의 장(場)이 되면서 이곳에 몰려있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헥시트’(Hexit·홍콩과 이탈의 합성어)냐 ‘버티기’냐의 선택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최근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시행하면서 홍콩에 고도의 성장을 가져다 준 ‘자치권’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홍콩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금융기관들을 제재하는 ‘홍콩자치법’에도 서명했다.

중국의 홍콩보안법은 미국의 제재에 따르는 것을 불법으로 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자치법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금융기관들은 미국과 중국 중 한 국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홍콩에 거점을 둔 금융기관들의 리스크는 더욱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기존에 누렸던 경제·무역부문의 특혜도 사라진 데다 홍콩의 주요 은행이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더 이상 홍콩에 남을 이유가 없다”며 짐 싸는 금융기관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리스크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금융기관들이 그동안 축적해온 인프라와 비교우위 때문에 즉시 홍콩 거점을 포기하기는 어렵고, 점진적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가능성은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중 대립 상황에서 홍콩내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최근 움직임은 크게 선제적 리스크 관리, 일부 은행의 핵심부서 이동, 중국 본토내 거점 강화 등 3가지로 요약된다.

글로벌 금융기관 가운데 HSBC, SC, 씨티그룹 등이 홍콩에 리테일 지점망을, JP모건과 골드만삭스, BOA, UBS 등은 홍콩에 본사 글로벌 오피스를 두고 있다. 중국의 대형은행들도 글로벌 부문 오퍼레이션 대부분이 홍콩에 위치해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유럽 대형 투자은행(IB)들은 현재 보유중인 고객리스트를 기준으로 제재리스크가 있을 만한 부분을 미리 판별하기 위해 내부조사를 시행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잠재적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도이체방크는 아태지역 CEO 집무실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할 계획을 밝혔고, 다이와 등 일본계도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이동할 계획임을 시사하는 등 일부 은행들의 핵심부서가 이동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홍콩에서의 사업지속성이 불확실해질수록 중국 본토내 거점을 강화하려는 금융기관도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개방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시장 규모는 45조달러(약 5경3293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JP모건 등 미국 5대 대형은행이 보유한 중국 익스포저는 2019년 기준 708억달러(약 83조8484억원)에 달했다. 홍콩의 금융기관들이 중국의 거대시장을 포기할 순 없을 것이란 얘기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이 장기간 구축해온, 달러페그제 및 환율안정, 자유로운 외환거래, 낮은 세율 등의 비교우위와 중국 비즈니스 성장 가능성을 감안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IB들이 거점을 이동하기보다는 홍콩 국가보안법 아래에서 새로운 현실에 융통성 있게 적응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특정 IB들의 인력 및 사업부문의 홍콩 이탈 계획이 관찰되는 등 홍콩의 영업환경이 악화될수록 이 같은 분산 움직임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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