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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이지나 연출·김성수 음악감독 “올해만도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로 다시 함께!”

입력 2021-05-21 20:50

나빌레라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

 

“제가 채록이었어요. 가진 거라곤 그나마 음악재능 하나였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생계를 위한 일을 해야 했죠.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생계도 유지해야하니 기왕이면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낫다 싶었어요.”



창작가무극 ‘나빌레라’(5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김성수 음악감독은 스스로를 “채록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음반작업, 뮤지컬, 교수 등 음악 관련 일들을 하며 영역을 확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아직도 찾는 중이에요. 하고 싶은 걸 왜 안다고 생각하는지…자꾸 물어요.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냐고. 하지만 저도 몰라요. 정해놓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보거나 무언가를 접하면 알게 되거든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재능을 가진 발레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스물셋 채록(강상준·강인수, 이하 시즌합류 순)과 일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가족을 위해 한켠으로 미뤄뒀던, 어린 시절의 꿈인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선 덕출(최인형·조형균)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나빌레라’는 HUN과 지민의 동명 웹툰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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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사진제공=서울예술단)

2019년 초연된 ‘나빌레라’는 두 번째 시즌을 맞으며 ‘마마돈크라이’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등으로 오래 호흡을 맞춘 이지나 연출과 김성수 음악감독이 새로 투입돼 변화를 맞았다. 

 

“한때 저는 채록이었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덕출에 가까워요.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싶거든요. ‘나빌레라’에 투입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 장면과 ‘라라랜드’의 오마주 ‘지나랜드’

“죽음이 공포가 아닌 ‘삶의 축제’라는 마무리가 너무 좋아요. 이지나 연출님만 할 수 있는 장면이죠.”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김성수 감독은 “러시안 집시 음악 같은, 크지 않은 편성의 넘버”라며 “초반 러시아에서의 어린 시절 모티프, 어린 덕출과 현재 덕출의 듀엣 등이 중간 중간 스치며 마지막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다가오잖아요. ‘나빌레라’ 작업을 하면서 저 역시 개인적인 경험들을 떠올리게 됐어요. 2015년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후부터 사적인 일들로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문 앞에 서 있던 죽음이 방 안으로 들어왔음을, 해마다 한걸음씩 더 다가오고 있음을 느껴요.”

이렇게 털어놓은 김성수 음악감독은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며 “사후세계가 없는 데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저를 기억하게 만들려고 여러 일을 했지만 그때부터는 죽거나 스위치가 꺼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굳이 사람들에게 기억돼야 하나 싶어요. 그저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제 아들을 어쩌나…싶고. 덕출이도,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그렇잖아요. ‘나빌레라’는 그런 보편적인 부분들을 얘기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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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중 영화 ‘라라랜드’를 오마주한 ‘덕출 판타지’(사진제공=서울예술단)

 

이렇게 전한 김성수 감독에 이지나 연출은 “저는 ‘나빌레라’를 하면서 작업 태도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끝나고 나면 죽을 것처럼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었다면 ‘나빌레라’는 다 내려놓고 하고 있다”며 “60세를 바라보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은 죽음을 극복한 사람이다. 죽음을 향해 가는 덕출의 여정이 그렇다”고 말을 보탰다.

 

“그래서 안슬퍼요. 죽음으로 향해 가는 덕출이, 그가 걸린 치매는 슬픈 게 아니라 인생의 자연스러운 여정이거든요. 보내는 사람들이 강건해지고 가는 사람도 미련 없이 가게 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이죠.”


그리곤 영화 ‘라라랜드’를 오마주한 ‘덕출 판타지’를 ‘나빌레라’의 엑기스 장면으로 꼽았다. ‘매일이 새롭다’에서 ‘채록의 분노’로 넘어가는 사이에 배치된 장면으로 팀 내에서는 일명 ‘지나랜드’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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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공연 장면(사진제공=서울예술단)

“길 위지만 덕출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죠. 노인도 머릿속에서는 마이클 잭슨이에요. 저도 머릿속에서는 미스코리아거든요. 누군가를 계몽시키기 보다는 70세가 넘은 할아버지의 판타지에 집중했죠. 주제의식이라면 ‘받아들이자’예요.”



◇진정한 프로듀서의 시대를 꿈꾸며
  
“저는 조자룡처럼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적진에서 혼자 애(작품) 하나 지키겠다고 칼을 부리면서 그렇게요. 뮤지컬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스태핑이에요. 제작자가 스태핑을 잘못하면 연출이 조자룡이 돼야 하죠.”

이지나 연출은 “우리나라 제작자들 대부분은 비싼 돈 주고 라이선스를 가져오거나 배우 캐스팅에만 신경을 쓰곤 한다”며 “스태프들은 이 작품을 성공시키려고 모인 게 아니라 망치려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아서 연출은 칼을 휘두르면서 물리치고 가는, 조자룡이 돼야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대중들이 원하는 데로 갈 수밖에 없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연출은 말 잘 듣는 스태프들이 아니라 나 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머리에 이고, 등에 업고 가면서 자신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이 산업은 발전할 수가 없어요. 진정한 프류도서의 시대가 와야 해요. 스타 캐스팅을 하는 프로듀서 말고 작품을 잘 만드는 프로듀서의 시대요.”

그리곤 “그 수단이 연주곡이든, 춤이든, 대사든, 노래든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게 좋은 공연”이라고 밝힌 이지나 연출에 김성수 감독은 “연출, 음악감독, 스태프들 등을 포함한 메커니즘이 잘 돌아가고 배우들이 투입되는 방식을 생각해 봤다. 배우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메커니즘과 배우의 약속으로 실현되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그런 날이 올지 모르지만 전 아직도 바라는 게 있어요. 뮤지컬 프로덕션은 산업이죠. 산업이면 축적된 데이터에 맞춰 어떤 유형의 작품에 적합한 연출, 음악감독 등 창작진과 스태프를 투입시키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현재는 아예 안돼 있어요. 누가 어떤 작품에서 무슨 공헌을 했는지 고과(考課)가 제대로 안되니 힘이 빠지는 경우들이 생겨요. 이 역시 프로듀싱의 영역이죠. 앞으로는 오케스트라나 반주가 없는 뮤지컬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요. 아카펠라, 핸드퍼커션 등으로 꾸리는 그런 작품들이요.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작품의 개발 역시 프로듀서의 혜안으로 가능해지죠.”


◇오랜 동지, 올해만도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로 “또 싸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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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나빌레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

“오래된 동지예요. 가요계에서 독립적으로 잘 하고 있던 사람을 뮤지컬 ‘대장금’으로 끌어들여 고생을 시키고 있죠.”

그리곤 멋쩍게 웃는 이지나 연출은 “연극 ‘클로저’로 처음 만난” 김성수 감독을 ‘오랜 동지’라고 표현했다. 이지나 연출은 당시의 김성수 감독에 대해 “사람도, 음악도 너무 이상하지만 너무 세련됐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틈만 나면 “성수김 만한 사람이 없다”고 외칠 만큼의 믿음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성수 감독과는 올해만도 ‘광화문연가’(7월 16~9월 5일 오페라극장)와 ‘곤투모로우’로 또 싸울 거예요. 혹시 ‘썸씽로튼’이 또 올라가면 더 자주 싸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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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이지나 연출(사진제공=서울예술단)
김성수 감독은 이지나 연출과 함께 하는 ‘광화문연가’ ‘곤투모로우’ 외에 우란문화재단에서 올여름 선보일 ‘아이슬란드’, 한국 록의 대부인 신중현의 곡들로 꾸린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 아름다운 이곳에’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 작업 등을 진행하며 영역 확장 중이다.

“제가 뮤지컬을 하게 된 이유가 음악을 바탕으로 도구를 바꿔가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였어요. 작곡가든, 작가든, 연출이든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인’은 텍스트에 대해 꾸준히 논의 중이고 내후년에 올 ‘페스트’는 제가 대본을 쓰고 있어요. 미국에 있는 서태지에게 확인까지 받아서 히트곡 대부분을 넣었죠. 연출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조율 중이에요.”

그리곤 드라마, 영화 작업에 대해서는 “너무 신기한 경험 중”이라며 “여러 뮤지컬 작업 과정에서 퇴출당한 곡들이 있다. 써놓고도 채택되지 못한 그런 곡들을 드라마에서는 ‘보물상자’라고 환영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쓴 곡들 중 뮤지컬 쪽에서 좋아하는 노래와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호하는 노래들이 너무 달라서 신기해요. 내년엔 소극장 연출작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고 지난해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19로 미뤄진 콘서트도 다시 할 계획이에요. 출연하기로 한 배우들은 물론 공개하진 않았지만 무대에 서기로 했던 가수들도 함께 하죠. 원래 6회였는데 한번에 몰아 큰 데서 4시간짜리 공연을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더불어 김성수 감독은 음반 발매 계획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지금까지 쓴 곡들의 권리는 대부분 제가 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만들어둔 노래들을 모아서 음반을 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음반을 만들겠다는 강박과 집착으로 계속 미뤄왔어요. 그런 제게 (정)재일이가 ‘저는 작품할 때마다 음반을 낸다. 그렇게 음반 9개를 냈다’고 힘을 줬죠. ‘애드거 앨런 포’ ‘드라큘라’ 등 제가 썼던 뮤지컬 넘버들을 편곡없이 모아서 내려고요. 그렇게 밀어내고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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