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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소설과 재테크 서점가 쌍끌이, 여풍당당 그리고 오디오북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전쟁

[2021 연말 결산] ④출판계 강타한 트렌드

입력 2021-12-28 18:00
신문게재 2021-12-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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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전경.(사진제공=교보문고)

  

지치고 힘든 시기를 보낸 우리에게 버팀목이 돼 줬던 출판계에도 올 한해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출판인들로서는 무엇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2년차의 어려움을 체감한 한해였다. 출판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했지만 여행, 역사/문화, 시/에세이 등 분야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자기계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소설 분야가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코로나 일상’(위드코로나)를 맞아 국내여행 관련서적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유튜버가 소개한 책, 유튜버가 쓴 책 등 영상매체인 유튜브는 올해 독서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대형서점이 뽑은 베스트셀러의 목록에는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2030 축의 전환’ 등 10위권 내 3권이 관련 책들이다. 올해 서점가는 ‘우먼 파워’가 돋보였다. 기라성 같은 선배 작가들과 치고 올라오는 후배작가들의 신간이 독자들에게 선택의 즐거움을 줬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오디오북 시장은 대작가들의 장편 소설 소비가 늘었다. 종이책으로는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작 시리즈들을 오디오북으로 완청에 도전하려는 대중의 관심이 반영됐다.

 

 

◇판타지와 재테크, 서점가 쌍끌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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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이미예저|1만3800원. (사진제공=팩토리나인) / 부의 시나리오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드는 4가지 투자전략 |오건영 저 |1만8000원.(사진제공=페이지2 )

 

장기화되는 팬데믹 공포와 불안함은 판타지와 경제경영 도서의 인기로 이어졌다. 2021년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모두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투자 열풍은 경제경영 분야의 매출 비중을 중·고학습 분야를 제외한 단행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출판계에서 주변 장르였던 판타지 소설은 전년 대비 판매율이 교보문고 기준 116.6% 상승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투자 재테크 열풍은 고스란히 서점가로 이어졌다. 주식과 부동산이라는 전통적인 재테크 분야 이외에 가상화폐, 메타버스 등 새로운 투자수단에 대한 관심도 판매량으로 증명된 것. 

  

가상화폐 도서 판매순위를 살펴보면 ‘서른살, 비트코인으로 퇴사합니다’가 1위, ‘가상화폐 단타의 정석’이 2위로 투자열풍을 타고 파이어족을 꿈꾸는 2030세대의 열망을 보여줬다. 메타버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출간돼 최초 출간작이라 여겨지는 ‘메타버스’ 이후 모두 84종이 출간했다.

도서의 판매순위 또한 1~8위 경제경영서가 차지하며 투자 관점에서의 관심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정치 팬덤의 영향력을 보여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교보문고 3위, 예스24 2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현실 사회를 반영한 책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서점가 여전히 여풍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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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사진제공=채널예스) / 정유정(사진제공=채널예스)

 

올해도 여성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서점인들이 뽑은 ‘올해의 작가’로는 정세랑 작가가 선정됐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작가’는 올해 출판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작가를 주로 선정한다. 정 작가는 올해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출간하고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활약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7년의 밤’ 정유정 작가는 신작 ‘완전한 행복’으로 두터운 팬덤을 입증했고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는 소설집 ‘우리가 쓴 것’을 통해 페미니즘 서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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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사진제공=알라딘)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SF작가 김초엽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최은영 작가도 첫 장편소설 ‘밝은 밤’으로 대산문학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작가들의 활약에 힘입어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올해(1~11월 기준) 한국 소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나 증가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문학 분야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한국 문학의 얼굴들’에 뽑힌 김작가는 올해 ‘지구 끝의 온실’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 등 세권의 소설을 출간했으며 변호사 김원영과 함께 과학 기술 측면에서 장애를 다룬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도 출간하는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한국 문학의 얼굴들’ 투표는 독자가 직접 2021년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소설과 시집을 선정하는 행사로 최은영, 정현우 작가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숙제

국내 최초로 도서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게 될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출판전산망)이 본격 구축됐지만 여전히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문체부는 2019년 11월 출판계와 서점계, 유통계 등이 참여하는 출판유통정보화위원회(14명)를 꾸려 매달 한 차례씩 통전망 사업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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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출판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북센, 한국출판협동조합,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문체부는 도서의 생산과 유통, 판매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관리하는 통전망이 가동되면 도서 유통·판매 현황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고 작가와 출판사 간 투명한 정산을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출판계는 필요한 기능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길벗·김영사·다산북스·문학동네 등 여러 출판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열린 1차 회의에선 도서 정보의 효율적 등록 방법, 정보 활용 및 보완 사항, 사용 편의성 개선 등이 논의됐다. 현재 출판전산망의 주제 분류 등 출판산업에서 사용하지 않은 용어들이 다수 존재하고 회사별 메인 아이디 관리 및 직원 아이디의 권한 부여 문제, 도서 정보 검색 기능개선, 등록 시 임시 저장 기능 부재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지적됐다.

김태헌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현재 출판전산망은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지만 서로 애를 써 도와간다면 ‘고속도로’로 발전하리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향후 6개월 동안 가동되는 협의회는 매월 한 차례씩 정기 회의를 열 계획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만이 살길! 오디오 북과 e북 강세  


신설된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섹션
신설된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섹션.(사진제공=밀리의 서재)

 

올해 큰 인기를 끈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키덜트 세대를 겨냥한 독자적 판타지 세계관을 담아낸 작품으로 10대부터 40대까지 고른 인기를 모았다. 전자책 플랫폼에서 먼저 출판됐지만 독자들의 펀딩을 통해 종이책까지 범위를 확장해 눈길을 끈 작품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3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연평균 24.4%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국내 오디오북 업계는 독점 콘텐츠 제작을 통한 팬층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로 영상 콘텐츠의 과부하 시대의 틈새 시장을 파고 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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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윌라가 올 한해 오디오북 이용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시리즈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사진제공=윌라)

윌라는 오리지널 IP 확보를 위해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와 지난 8월 ‘브런치북 오디오북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브런치 작가의 ‘브런치북’ 가운데 경쟁력 있는 오디오북 IP를 발굴한 것이 목표다. 국내 유수 리더들의 명강과 어학, 직무 강의까지 즐길 수 있는 ‘윌라 클래스’는 3040세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자기계발, 경제 경영, 재테크 분야 콘텐츠의 특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달 15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윌라 이용자들의 오디오북을 청취한 총 시간은 1330만 시간으로 전년 514만 시간 대비 2.6배 증가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의 이용자 수는 2019년 대비 1.8배 증가했다. 돈과 투자와 관련된 경제경영 도서가 강세였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소설(픽션)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서재에 가장 많이 담긴 도서 100권 중 오디오북이 차지하는 비율도 13%로 나타나 소설(30%)과 경제경영(18%)의 뒤를 이었다.

지난 21일 개편한 앱 화면은 오리지널 전자책과 밀리 오리지널 연재 등 지금까지의 모든 밀리 오리지널 작품을 부각시켰다.

 

김태형 밀리의서재 콘텐츠본부장은 “이번 개편은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고,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도 더욱 친숙하게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책 기반의 2차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하고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영상 콘텐츠의 확대를 통해 국내 독서 인구 확장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Storytel)도 J. K. 롤링(Joan K. Rowling)의 디지털 출판사 포터모어(Pottermore)와의 협의를 거쳐 ‘해리포터’ 시리즈 한국어 버전을 정식 서비스 중이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시작으로 2022년 5월까지 매달 새로운 편을 독점 공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비한 동물사전’ ‘셜록 홈즈’ 스핀오프 시리즈 등 다양한 글로벌 슈퍼 IP를 확보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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