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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온몸으로 버틴 2021 공연계…전세계 유일 불 켜진 무대, 코로나에도 셧다운은 없었다

[2021 연말결산] ⑥온몸으로 버틴 공연계
코로나 습격에도 ‘Show Must Go On’

입력 2021-12-31 18:30
신문게재 2021-12-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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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대면, 현장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 공연예술의 2021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을 밑거름 삼아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을 실현하는 한해였다. 철저한 방역과 유동 좌석제 운용, 손해 감수 등으로 시장 지키기에 나선 공연계는 코로나19로 지옥을 맛본 2020년 보다는 안정적으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린 무대로 해외에서도 주목받으며 공연장에서의 대규모 집단감염이 전무한 상태로 순항하다가도 배우들, 스태프 등의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더불어 팬데믹 시대의 대안으로 대두된 온라인 스트리밍, 극장 개봉 등 실험을 계속했지만 미흡한 차별화, 여전히 전무하다시피한 저작 및 권리 관리, 수익 분배 규정 등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2021년에도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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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 작업 중인 세종문화회관. 자료사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불이 꺼지지 않았던 한국 공연계는 ‘쇼 머스트 고 온’을 실현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 중인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에 따르면 2021년 공연계(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복합)의 총매출액은 약 3024억원에 이른다. 이는 코로나19로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던 지난해의 1720여억원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장르별로는 뮤지컬 2300여억원, 연극 약 250억원, 클래식 330여억원, 오페라 약 42억원, 무용 67억여원, 국악 18여억원, 그 외 7억6000만원가량으로 지난해 각각 1439억, 161억, 84억, 16억, 15억, 3억8000, 4억여원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KOPIS가 정식 출범해 집계를 시작한 2019년 하반기(7~12월) 매출액은 약 1928억원(뮤지컬 1387억, 연극 238억, 클래식 150억, 오페라 32억, 무용 95억, 국악 9억, 복합 17억2000여원). 상반기 매출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공연시장 규모는 4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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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메카 대학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새로운 작품 보다는 이미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한 작품들을 라인업한 ‘버티기 전략’, 확진자가 다녀가기는 했지만 집단 감염은 없었던 철저한 방역, 매일의 신규 확진자 수·정부 방역정책·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좌석제를 조절하기 위한 ‘가변석’ 운용 등으로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해가는 모양새다.

특히 뮤지컬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 뉴욕타임즈에서 ‘세계 유일의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될 정도로 한국 뮤지컬계가 주목받으면서 “한국 뮤지컬이 셧다운하지 않은 비법이 무엇이지”에 대한 문의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전한 코로나 리스크, 배우들 대거 확진부터 가변석 운용 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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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역 정책에 따른 가변석을 여닫으며 반복되는 혼란은 오롯히 관객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자료사진(사진제공=예술의전당)

 

시장 회복세에도 코로나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했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따라 가변석을 여닫으며 이미 예매된 좌석에 대한 취소와 환불 등을 반복하는 혼란은 오롯이 관객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더불어 배우, 스태프 등의 크고 작은 코로나19 확진도 이어졌다.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을 준비 중이던 손준호를 시작으로 같은 극을 연습 중이던 신성록·전동석·강태을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에 ‘드라큘라’와 스태프가 겹치는 ‘맨오브라만차’, 손준호의 아내 김소현이 출연 중이던 ‘팬텀’, 또 다른 출연진이 참여하던 ‘아이위시’ ‘안녕, 여름’ 등 다수의 공연들도 비상이 걸렸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광화문연가’를 연습 중이던 인피니트 김성규가 얀센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에 돌파감염된 데 이어 차지연까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뮤지컬 ‘레드북’이 2주간 공연을 중단했고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의 신부’ 촬영도 차질을 빚었다.

이후로도 연습 중이던 뮤지컬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의 시우민, 헤르메스 최재림 등 23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고 뮤지컬 ‘마마돈크라이’ 이승헌, ‘빌리엘리어트’ 박정자 등 다양한 작품의 출연진, 제작진, 스태프 등이 양성판정을 받아 공연이 중단되거나 캐스팅 변경을 단행하는 등 코로나 리스크는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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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극장에서 개봉했다(사진제공=서울예술단)

코로나19 확진 여파는 연말까지도 이어졌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공연되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단원 확진으로 8회차 공연을 취소했다.



◇온라인, 스크린으로 간 공연들…여전한 아쉬움

코로나19 장기화로 각종 영화들이 개봉일을 미루거나 OTT 직행을 선택하면서 상영작 품귀현상을 겪던 극장들은 공연 콘텐츠로 눈을 돌렸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명성황후’ 등이 극장에서 개봉돼 관객들을 만났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이 개발·제작한 ‘투란도트’는 새로운 캐스팅의 영화 ‘투란도트-어둠의 왕국’으로 변주돼 극장 개봉했다.

국립극단 등이 온라인 전용관을 오픈하고 글로벌 공연 플랫폼 메타씨어터가 ‘태양의 노래’ ‘잭더리퍼’ ‘알타보이즈’ 등 주로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을 해외로 송출하는 등 다수의 작품들이 극장 뿐 아니라 비대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도 관객들을 만나면서 유통채널 다각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시간 공연과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의 어려움, 양질의 공연영상을 위한 전문 인력 부족, 적지 않은 제작비 문제 등과 더불어 미흡한 영상물 관련 저작·권리 관리 및 수익 배분 규정, 무대예술에 특화된 플랫폼 부재 등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K뮤지컬 씨앗을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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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 2019년 브로드웨이 공연장면ⓒ Matthew Murphy(사진제공=CJ ENM)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관련 뮤지컬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CJ ENM이 한국 단독 공연권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런던, 호주 맬버른 등 공연의 공동제작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뮤지컬 ‘물랑루즈’가 제74회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남우 주·조연상, 연출상 등 10관왕의 영예를 안았는가 하면 뮤지컬 ‘마리 퀴리’는 그의 고향인 폴란드 관객들을 만났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폴란드한국문화원과 협의해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내의 키노테카(Kinoteka) 극장에서 뮤지컬 ‘마리 퀴리’ 공연 실황 상영회를 개최했다.

16년 동안 국내 유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한 딤프는 미국 공연전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인 ‘브로드웨이 온 디맨드’(Broadway On Demand, 이하 BOD)에서 2주간 한국 창작뮤지컬 작품들을 선보였다. BOD는 전세계 90개국, 20여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공연 전문 OTT 플랫폼으로 공연실황을 비롯해 브로드웨이 아티스트, 프로듀서, 전문가 등이 제작한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 중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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