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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BTS·앤더슨 팩·오징어게임까지… 그래미 휩쓴 K콘텐츠

[별별 Tallk] BTS, 그래미 시상식 눈부신 활약

입력 2022-04-07 18:30
신문게재 2022-04-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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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BTS.(AP=연합)

그라모폰(그래미 트로피)은 품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또다시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 제64회 그래미 어워즈는 방탄소년단의, 방탄소년단의, 방탄소년단에 의한, 방탄소년단을 위한 시상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화이트 그래미’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던 그래미 측은 풍성한 K콘텐츠를 준비한 건 물론 시상식 순서까지 바꾸며 아미(ARMY) 붙들기에 안간힘이었다. 

지난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강력한 아티스트들과 경합을 벌였으나 끝내 도전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 트로피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키스 미 모어’의 도자 캣·시저에게 돌아갔다.

국내 평론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수상 불발이 ‘화이트 그래미’ 혹은 ‘아시안 헤이트’에서 비롯된 불공정한 시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어워즈의 보수성, 폐쇄성 때문에 유색인종, 보이그룹을 차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올해에는 해당 분야 다른 경쟁자들이 워낙 강력했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버터’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전형적인 댄스팝 장르의 곡이다. 만약 ‘버터’가 수상했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올해 처음으로 ‘비밀위원회’를 없애고  회원 전체 투표로 후보를 지명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쇄신에 나섰다.


◇007주인공 된 BTS·‘밀양박씨’ 앤더슨팩에 ‘오징어게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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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듀오 ‘실크소닉’의 앤더슨 팩(왼쪽)과 브루노 마스가 3일(현지시간)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으로 올해의 레코드상을 수상하고 있다. (AP=연합)

수상은 못했지만 적어도 이날 주인공이 방탄소년단임에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지난해까지 사전시상식에서 수상자를 발표했지만 올해는 시상식 막바지인 3부에 발표했다. 한 음악관계자는 “지난해 사전시상식에서 결과를 미리 알려준 뒤 방탄소년단이 축하공연을 마치자 그래미어워즈 유튜브 조회 수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며 “갈수록 저조한 시청률로 속을 썩혔던 그래미어워즈 측이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꼼수를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축하공연에서 선보인 ‘버터’ 무대는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영화 ‘007’ 시리즈를 패러디한 무대에서 멤버들은 블랙 수트를 차려입고 레이저를 넘거나 카드를 던지는 퍼포먼스, 수트 재킷을 벗는 동작으로 객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압권은 멤버 뷔의 등장 장면이었다. 그는 올해의 신인상을 받은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귓속말을 하다 등장하는 퍼포먼스로 주목받았다. 국적을 뛰어넘는 선남선녀 가수들의 깜짝 퍼포먼스에 현장이 불 타올랐다. 미국 대중음악지 빌보드지는 ‘버터’ 무대를 올해 그래미어워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연 1위로 꼽았다. 

시상식 중간 사회자 트레버 노아와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트레버 노아는 리더 RM의 유창한 영어 실력이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재차 확인했고 RM은 “‘프렌즈’가 내 영어 부모님”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트레버 노아는 자신 역시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알게 됐다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선보여 객석을 웃음바다로 물들였다. 그래미어워즈에 진출한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포함, 4관왕에 오른 밴드 실크소닉 멤버 앤더슨 팩도 한국계다. 한국전쟁 고아인 그의 어머니가 미국 LA의 한 가정에 입양될 때 서류 실수로 ‘박’(PARK)씨가 ‘팩’(Paak)씨로 기재된 에피소드로 유명하다. 오기로 물려받은 어머니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앤더슨 팩은 한국 팬들 사이에서 ‘밀양 박씨’란 애칭으로 불린다. 그의 아내 역시 한국인 제이린이며 아내와 아들은 방탄소년단의 팬이다. 그래미어워즈 이틀 전인 지난 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실크소닉의 콘서트에 방탄소년단 멤버 RM, 슈가, 지민이 찾아가 공연을 관람하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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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방송서 무분별한 비난은 옥에 티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미어워즈 직후인 지난 5일(현지시간), 주 방송사 네트워크10의 시사 대담 토크쇼 ‘더 프로젝트’가 시상식 소식을 보도하면서  방탄소년단 일부 멤버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상황을 함께 전했다. 

그러면서 멤버 뷔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듯한 그래픽을 삽입해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제이홉, 정국 등이 코로나19에 확진됐지만 그래미어워즈 당일에는 모두 완치된 상태였다. 때문에 해당 그래픽은 동양인을 코로나 감염원으로 보는 서구적인 시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당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한 ‘더 프로젝트’ 측은 비난이 이어지자 영상을 삭제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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