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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IT도 이제 여성시대, 적극적으로 도전하세요"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미래차 전문 보안기업 '시옷' 박현주 대표

입력 2023-01-16 07:00
신문게재 2023-01-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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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시옷 대표. (사진제공=시옷)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나 다양한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은 IT 업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우리나라 여성 IT 리더들이 업계에서 맹활약하길 기대해 봅니다.”

 

국내 IT 업계인 중에는 ‘남중-남고-공대-군대’ 순의 과정을 거쳐 사회에 뛰어든 사람이 적지 않다. 즉, 국내 IT 업계에서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는 의미다. 최신 기술과 수학, 과학 등의 학문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도 이론적인 면에 강점을 보이는 남성들이 IT 업계에서 활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IT 업계인 모두가 남성인 것은 아니다. 최근 여성들도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며 국내 IT 업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미래차 보안 전문기업 시옷의 박현주 대표도 이러한 사람 중 하나다. 박 대표는 시옷의 경영과 더불어 IT여성기업인협회장으로 활동하며 여성도 IT 업계 리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년 넘게 활발히 활동 중인 박현주 대표는 코드 몇 줄을 입력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래밍의 재미에 빠져 업계에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같은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 다르게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싫어했다. 대학 입학 전에는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당시 수학을 잘했고 마침 IT 붐이 일어날 때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컴퓨터공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며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붙인 것은 4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턴 생활 당시 ‘에이다’라는 미국 국방부에서 쓰던 언어를 배웠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고 처음으로 직업을 고민하게 됐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통신 펌웨어 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남성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IT 업계에서 여성이 활동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IT 기술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과 육아, 집안일 등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직 여성 IT 업계인의 비율은 적지만 점차 늘어가고 있다며 박 대표는 희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여성 인력의 경제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나 공동 육아 휴직 등의 제도가 조금씩 정착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대기업에서 국내 여성 리더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남성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기에 앞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IT 업계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IT 업계에서 일하기 원하는 여성들에게 박 대표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유연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보통 IT라고 하면 개발자 즉 백엔드(back-end)의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프런트엔드(front-end)도 중요한 시대”라며 “UI·UX(사용자 환경·경험)를 디자인하거나 스토리를 기획하는 것처럼 이제 코딩은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인문학적 감성도 요구된다. 노코드(no-code)처럼 깊은 기술이나 복잡한 코딩 없이 구현하는 분야가 점점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성들의 감각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빛을 발할 것으로 본다. 또한 법률과 특허, 패션, 교육 등 IT가 들어가지 않는 분야가 없다. 모든 것은 경험이므로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고 경험으로 얻은 것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꾸준한 열정으로 도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IoT 보안에서 미래차 전문 보안기업으로 향하는 ‘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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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제공=시옷)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시옷’을 설립했다. 시옷이라는 사명은 ‘암호(Cryptography)’와 ‘사물인터넷(IoT)’의 합성어로, 암호 기술을 기반으로 임베디드 보안 제품 및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회사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사실 보안기업 이름 중에는 어려운 이름이 많다. 개인적으로 기업명은 부르기도 듣기도 쉬운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시옷으로 정하고 보니 마침 ‘사물인터넷’의 ‘사’가 ‘ㅅ’으로 시작하더라. 좋은 의미라고 생각했다. 영어로도 CIoT라 이름이 쉬워 많은 사람들이 한번 들어도 잘 기억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창립 이후 시옷은 활발한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2017년 국내 최초로 IoT 환경에 맞는 하드웨어 암호모듈 경량화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한전 스마트그리드 내 하드웨어 보안 모듈 적용실증사업’을 진행하고 ‘부산시 스마트시티 IoT 보안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난해엔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와 ‘오토모티브 OTA 보안 솔루션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자체 설계 및 양산하고 있는 ‘차량 데이터 모니터링 디바이스(FMS)’는 강력한 보안 기능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의 렌터카 업체 등에 공급 중이다. 시옷은 이러한 사업들을 기반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이 80% 이상 상승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IoT 전문 보안기업으로 시작한 시옷은 이제 전기차,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모빌리티의 보안을 책임지는 미래차 전문 보안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전환에는 박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 시옷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고 해당 시장의 미래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박 대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고 이들이 통신과 데이터로 연결되는 만큼 해킹의 위험도 더욱 커진다”며 “자동차는 해킹을 당하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보안의 중요성이 크므로 미래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보안도 함께 주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래차 보안은 우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다. 자동차 전장 부품은 제한된 구동 환경으로 보안 솔루션 적용이 까다롭다. 시옷은 전장 환경을 고려한 하드웨어 연계 보안 기술로 최적화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솔루션은 많지만 하드웨어까지 연계한 보안 기술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은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해당 분야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자동차 분야의 많은 표준이 유럽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적용도 유럽 시장에서 강제화되고 있다. 보안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박 대표는 해외 시장의 공략을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번 CES 2023‘에서 모빌리티 분야가 굉장히 뜨거운 감자였고 관련한 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 및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술에 비해 정책적인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아쉽다”며 “시옷은 데이터가 일상의 중심이 되는 미래차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디바이스들이 데이터로 연결되는 만큼 모빌리티 솔루션들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보호되고 활용되도록 ‘모빌리티 데이터 케어’를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오랜 기간 IT 업계에서 활동했고 이제는 하나의 기업을 이끌며 업계의 선두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 대표. 그는 기술 개발과 함께 ‘인재 중심 경영’으로 시옷을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피력했다.

박 대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기술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사람이다.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내부적으로는 기술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가진 이들과 함께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늘 경험의 중요성을 언급하는데 이는 스스로 주어진 과업에 대한 적극적 도전과 시행착오를 말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는 것 또한 의미한다. 사람은 궁극적으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끼리 모인다고 하지 않나. 내외부적인 다양한 교류를 통해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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