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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등재지에 뜬금없는 MBK 김병주 도서관... 우키시마 추모협 반발 "평화공원 조성해야"

입력 2023-09-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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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부산 북항 제1부두에 MBK 김병주 도서관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세계기록 유산 유적지로 조성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사진=도남선 기자)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부산 북항 제1부두에 도서관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세계기록유산 유적지로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부산시에 200억 원을 기부해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제안했고, 부산시가 1부두에 도서관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부산시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북항 재개발구역 1단계에 있는 부산항 1부두 물류창고 일원 4000㎡에 부산시가 도서관 건립을 추진한다. 국내 1위 자산가이자, 사모펀드 투자그룹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사재 200억 원을 기부해 자신의 이름을 딴 ‘김병주 도서관’을 짓겠다고 한 것이다. 부산시는 부산항 1부두의 원형과 미관을 해치지 않게 1층짜리 창고형 도서관을 구상 중이다.

문제는 부산항 1부두가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결정된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9개 장소 중 핵심이라는 점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려면 ‘유산 보호’가 필수기 때문에 신축 건물 건축은 허용되지 않는다.

시민단체는 개인 이름을 딴 도서관을 새로 짓겠다는 건, 1부두가 가진 역사적 가치에 어울리지 않을 뿐만아니라 세계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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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위 부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MBK파트너스)
지난 7일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협회 측은 김병주 도서관이 아니라 “부산항 제1부두 보존 취지에 맞는 부산근대역사평화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김영주 회장은 “일제 강제동원 역사를 포함하는 근대 유적지 조성을 제안한다”면서 “특히 제1부두는 일제 강제동원 한국인들의 출항, 귀항이 이뤄지던 곳으로 우키시마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우키시마호 추모평화탑·역사추모공간 등이 함께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산항 1부두는 피란수도 등 부산의 근현대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현재 유네스크 세계유산 등재와 부산시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결정됐다. 우키시마호 사건을 비롯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억하는 공간이 1부두에 보존된 대형 창고 등지에 마련되면 부산항 1부두 역사와 맞닿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중요한 역사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은 당시 희생자만 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해양 참사다. 그러나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야외 정원 한쪽에 있는 작은 추모비를 제외하고는 이를 기억할 공간이 국내에 없다. 이 추모비도 원래 1부두 인근 수미르공원에 있다가 2021년에 북항 재개발로 인해 옮겨졌다.

일본 교토 마이즈루의 경우 세계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인의 귀항 과정을 전시한 기념관의 기록물들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억유산으로 등재됐다. 여기에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침몰한 우키시마호 참사 기록은 포함하지 않았다.

협회 최상기 부회장은 “기억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며 “우리는 반드시 제1부두의 역사를 통해 과거의 흑 역사를 우리의 절실한 소명인 평화통일의 새 역사 재창조의 플랫폼으로, 영원한 기억의 유적지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도남선 기자 aegook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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