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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꿈의 배역으로 보내는 꿈같은 날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입력 2023-11-13 19:00

최재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

 

“쉬지 않고 일한 지는 4년 정도 됐어요. 밀어붙이는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 있었어요. 당시 각기 다른 극의 지방공연과 서울공연이 계속 겹쳤고 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도 촬영하고 있었어요.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도전해볼까 했죠. 그렇게 했는데 되길래 하나씩 계속 추가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뮤지컬 ‘시카고’ ‘킹키부츠’ ‘아이다’ ‘하데스타운’ ‘마틸다’의 서울 및 지방 공연이 진행 중 드라마 ‘그린 마더스 클럽’까지 촬영했다. ‘하데스타운’이 끝나는 시점에는 뮤지컬 ‘썸씽노튼’ 무대에 바로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뮤지컬 배우이자 최근 ENA 드라마 ‘마당있는 집’의 빌런 김윤범을 연기한 최재림은 그렇게 벌써 4년째 ‘열일’ 중이다. 중간 중간 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제17회 딤프(DIMF), 공연예술창작산실 등 공연계 굵직한 이벤트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1) 오페라의 유령 - 지하호수 (최재림, 송은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지하미궁’ 유령 최재림과 크리스틴 송은혜(사진제공=에스앤코)

지금 역시 다르지 않다. 그 대단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 서울(The Phantom of The Opera, 11월 19일까지 샤롯데씨어터)과 오랜만에 돌아오는 ‘레미제라블’ 부산(11월 1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번갈아 오르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중이다.  

 

이 후로는 ‘레미제라블’ 서울(11월 30일~2024년 3월 1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과 ‘오페라의 유령’ 대구(12월 22일~2024년 2월 4일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계명아트센터)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가혹한 운명 ‘오페라의 유령’, 그 아픔의 씨앗을 찾아서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인터뷰_2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

“유령은 태어날 때부터 참 가혹한 운명을 타고 났어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마음껏 펼쳐보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비뚤어져 버리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채 소외되고 단절된 삶을 살아온 그는 성숙한 사고나 어려운 인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전 사랑, 관심, 분노를 굉장히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인물로 접근하고 있죠.”


최재림은 그런 유령의 표현을 위해 “그 인물 행동의 근원이 되는 아픔이 뭔지 그 씨앗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아픔의 근원, 행동의 근원이 되는 씨앗을 통해 공연 마지막에 나약하게 무너진 유령을 보고 연민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었구나를 느끼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등의 유명 작곡가이자 제작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으로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궁에 숨어사는 천재음악가 오페라의 유령(조승우·김주택·전동석·최재림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과 그가 사랑하는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손지수·송은혜) 그리고 그녀의 연인 라울(송원근·황건하)이 펼쳐가는 오페레타 형식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비롯해 해롤드 프린스(Harold Smith Prince), 발레리나 출신의 안무가 질리언 린(Gillian Lynne) 등 대단한 창작자들이 꾸려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01-2002년, 2009-2010년 한국어로 공연됐고 2005년과 2012-2013년 그리고 2019년 끝자락부터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2020년 여름까지 오리지널 캐스트로 내한공연됐다.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 ‘뮤직 오브 더 나이트’(Music of The Night),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싱크 오브 미’(Think of Me) 등 유명한 넘버들과 객석으로 곤두박질하는 1톤짜리 거대 샹들리에 그리고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아리아들로 무장한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인터뷰_4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

 

“1막에서는 극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겐 공포, 두려움, 기피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등장만으로도 카리스마와 위엄, 비틀림이 느껴져 위험하지만 알고 싶은 존재로서의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요.”

이어 “일부러 부드럽게 연기한다든지 그 공포의 레벨을 낮춰 평이한 인물로 연기할 생각은 없다”며 “1막과 후반의 차이를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과하거나 꾸미지 않기 위한 표현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발걸음 하나, 어깨 올리는 행동 하나, 손 뻗는 행위 하나까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내 의도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인터뷰_3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
◇음악적인 다이내믹을 찾아서!

“바리톤으로 시작해 테너로 전향했는데 배우생활을 하면서 다시 바리톤으로 갔어요. ‘오페라의 유령’에서야 처음으로 제 원래 배우 발성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그간은 (양준모 연출, 전미도 드라마터그의) 오페라 ‘리타’를 제외하고는 제 성악발성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거든요. 바리톤들이 뮤지컬을 많이들 한다고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A 정도까지는 소화해야 해서 제가 원하는 대로 힘을 좀 쓰고 소리도 뽑을 수 있는 음역대인데다 클래시컬한 발성을 사용하다보니 상당히 음악을 하는 게 즐거워요. 제가 가진 걸 다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니 자구 욕심을 내게 돼요.”

이에 최재림은 “음악적인 다이내믹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좀더 풍성하게, 힘을 좀 많이 주고 빼면서 하고 있다”며 “좀더 정확한 다이내믹 표현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고 털어놓았다.

“(그 디이내믹을) ‘뮤직 오브 더 나이트’(The Music of the Night)로 예를 들자면 노래 자체만 떼놓고 보면 굉장히 길어요. 5분 3, 40초 정도 되는 곡인데 배우에 따라서 6분이 넘어가기도 한다. 노래구조도 ‘ABABABAB’로 같은 게 네번 반복되기 때문에 노래만 들으면 사실 되게 지루해질 수도 있죠.”

이어 “하지만 이같은 단조로움에도 그토록 사랑받고 유명한 이유는 크리스틴과 유령의 관계성, 서로의 목적성을 드라마 안에서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라며 “그걸 잘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되게 섬세한 곡”이라고 부연했다.

“유령이 크리스틴을 지배했다가 그의 반응에 물러서기도 하고…강약조절과 줄다리기가 되게 섬세하게 표현되면서 드라마가 쌓여가는 곡이에요. 이를 다이내믹으로 잘 표현해야 하죠. 피아니시모도 있고 보이스를 가성부터 완전 풀보이스까지 세기 차이를 줘야 하고 박자를 밀었다가 원래로 당기는 등의 흐름을 반복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죠. 그런 다이내믹을 정확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강약과 속도, 손동작, 걸어가는 템포까지요.”


◇피겨스케이팅 같은 ‘뮤직 오브 더 나이트’, 화산지역을 뛰는 듯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

최재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The Music of The Night’를 연기 중인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

 

“그 프레이징(Phrasing)들이 되게 현대적인 멜로디인데 굉장히 클래시컬해요. 성악전공자로서는 프레이징 처리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들어와요. 전공에서 배운 음악 흐름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진짜 잘 쓴 아리아들이죠.”

최재림은 ‘한니발’(Hannibal), ‘일무토’(Il Muto), ‘돈 주앙의 승리’(Don Juan Truimphant) 등 웨버가 극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파리 오페라 형식을 차용해 창작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아리아들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리곤 그 아리아들 중 크리스틴과 함께 부르는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The Point of No Return)을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짚었다.

“이 곡도 ‘뮤직 오브 더 나이트’처럼 반복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밑에 깔린 정서의 흔들림이 굉장히 강렬해요. ‘뮤직 오브 더 나이트’와는 또 다른 성격의 곡이죠. ‘뮤직 오브 더 나이트’가 빙판에서 춤추는 피겨스케이팅 같다면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은 언제 터질지 모를 화산 지역을 한발 한발 뛰어다니는 느낌이에요.”

갈라 콘서트나 페스티벌에서 자주 부르던 넘버이기도 한 ‘더 포인트 오브 노 리턴’에 대해 최재림은 “노래 자체로 접근하던 콘서트 무대와 본극에서는 부르는 건 굉장히 다르다”며 “몸과 마음 씀씀이가 더 필요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꿈같은 나날 “꿈에서 깨기 전 최선을 다해 마음껏 즐기며!”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 인터뷰_5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

“그냥 ‘꿈의 배역’이라는 표현 그대로 꿈을 꾸는 것 같아요. 깨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이 꿈을 마음껏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다’의 라다메스로 두번이나 무대에 올랐고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레미제라블’의 장발장까지 꿈의 배역을 맡으며 차근차근 성장한 그는 지금의 상태를 “꿈같다”고 전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오페라의 유령’은 삼성 취직 같아요. 꿈의 직장인데다 혜택이 큰 만큼 그 안에서 해내야 하는 것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거든요. 딱 그런 기분이에요. 제대로 해내야하는 부담감과 책임이 따라오거든요. ‘아이다’의 라다메스도 그런 꿈의 역할이지만 전혀 다른 대기업에 취직한 느낌이랄까요.”

그리곤 “‘아이다’가 굉장히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고 멋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팝 뮤지컬이라면 ‘오페라의 유령’은 세미 클래식 안에 상징적인 인물이 있는 오페레타”라며 “무대 황금기에 세미 클래식 정통 뮤지컬과 세련된 현대극으로서 뮤지컬 역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작품들”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 긴 시간을 기다려서 내가 이 자리에 섰구나, 정말 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는데 보상을 받고 있구나 싶어서 감개무량해요. 이 기분 좋음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무대를 달리 하며 또 다시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으로 동시에 분할 최재림은 “신인시절의 기점은 ‘넥스트 투 노멀’이었다. 그 후 ‘에어포트 베이비’를 하면서는 창작을 하는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리고 2023년은 뮤지컬 주역으로 우뚝 선 느낌이 드는 해”라고 표현했다.

“정말 하고 싶은 건 다 한 것 같아요.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 ‘아이다’의 라다메스…이런 시점들을 앞으로 계속 더 만들어가고 싶어요. 더 좋은, 막 설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창작공연도 많이 쏟아져서 제가 막 달려들고 싶은 작품들이, 그런 역할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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