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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정익중 원장 "보호출산제 목표는 유기 아닌 원가정 양육"

[브릿지 초대석]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보호출산제', 위기임산부에 '다양한 선택지 제시'하는 역할… 상담사 역할 중요
입양기록물 추정치 약 25만건… 입양인 알 권리 위해 '입양기록관' 설립 필수적
아동정책 법안별 차이… '아동기본법'으로 보편적 아동정책 패러다임 구축해야

입력 2024-06-03 14:07
신문게재 2024-06-04 12면

[브릿지초대석]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지난 21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원장님, 배지가 돌아가 있네요”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의 왼쪽 옷깃에는 거꾸로 뒤집힌 ‘365일 아동의 날’ 배지가 달려 있었다. 정 원장은 오히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어 보이며 “아직 ‘365일 아동의 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모든 아동이 365일 행복한 사회가 되는 날 배지를 바로 달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아동 학대 신고접수 사례는 지난 2022년 기준 총 4만4531건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만7971건이 실제 아동학대를 해당했다. 아동의 입장을 거부하는 ‘노키즈존’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아동은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며 성장할 수 없고, 주변 어른의 관심과 지지 속에서 성장한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수원 영아 사망 사건 이후 만들어진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내달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아동권리보장원은 위기임산부를 돕기 위한 중앙상담지원기관으로 지정됐다. 내년 7월부터는 전국의 입양기록물을 이관받고 입양정보공개청구 업무도 전담하게 된다.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의 계획과 의미를 설명하며 정 원장은 “옳은 방향이라면 언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정의 달인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정익중 원장을 만났다.


- 먼저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지난 1년간의 주요 사업 성과에 대해 말씀해 달라.

“아동권리보장원은 2019년 7월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임신·출산부터 자립까지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정책 및 사업을 수행하면서 모든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시대의 방정환 선생 역할을 하는 공공 기관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1년간 아동권리보장원의 성과는 크게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다. 첫째는 아동정책과 관련해 증거 기반 제언이 가능하도록 아동분야 종합데이터 생산기반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아동 통합패널조사가 통계청의 국가통계로 승인되면서 아동권리보장원이 통계작성 지정기관으로 선정됐다. 보장원은 또한 아동의 참여를 제도화한 국내 유일의 공공기관이기도 하다. 아동 존중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확산하기 위해서 제3기 아동위원회, 대한민국아동총회 등 아동의 대내외 정책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뿐만 아니라 공적 아동보호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국내입양특별법 개정, 국제입양법 제정 등 입양체계 공공성을 강화하고, 다음달부터 시행될 보호출산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보호출산제 실무추진단을 설치해 제도 시행을 준비 중이다.”


- 지난해 ‘그림자 아이’, ‘유령 아이’라고도 하는 미신고 아동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7월부터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는데 어떤 의미를 가진 제도인가.

“출생통보제는 출생신고를 부모에게 맡길 때 나타날 수 있는 미등록 아동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지자체에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출생등록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가의 출생 관리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로 아동보호 조치를 강화할수록 임신 사실을 부모나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위기임산부들은 병원 밖으로 숨을 수 있고, 이는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그래서 함께 추진되는 것이 보호출산제다. 위기임산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도록 지원하고, 아동을 국가가 보호해 병원 밖 출산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여성과 아동 모두 보호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산모의 신원 보호와 자녀의 부모 알 권리 보장 사이에서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임산부가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출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출산제가 아동유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신원과 임신·출산의 비밀을 지켜준다는 약속은 위기임산부가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만드는 지점이다. 그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어떤 서비스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충분히 알려주기 위한 만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보호출산제다. 보호출산으로 위기에 놓인 산모와 아기를 최선을 다해 보호하고, 상담 과정에서 원가정 양육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다.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동의 ‘뿌리찾기’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산모가 본인이나 생부의 인적 사항을 적은 ‘보호출산증서’를 작성해두면 아동이 성년이 됐을 때 이 증서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아동의 알 권리를 보장할 계획이다.”


- 그렇다면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두 제도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보장원의 역할은 어떤 게 있나.

“아동권리보장원은 전국 시·도에서 운영될 지역상담기관을 지원하는 중앙상담지원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정착은 위기임산부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필요한 서비스 연계와 사례관리까지 제공할 수 있는 지역상담기관의 역량에 달렸다고 본다. 이를 위해 ‘보호출산제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운영하며, 상담 종사자의 전문적인 실무역량 개발을 위해 상담원 교육, 매뉴얼 제작 등 지역상담기관 지원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증서 기록물 생산·관리와 정보공개 청구절차 등의 매뉴얼을 마련하고, 지역상담기관의 기록물 이관과 기록물 영구보존·관리 환경 조성 등 아동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브릿지초대석]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지난 21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 보장원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입양특례법’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입양이 ‘공공화’되는 것인데, 보장원은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제·개정된 입양 관련 법안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되면, 그동안 민간기관에서 추진해 온 입양 절차가 ‘아동 최선의 이익, 국내입양 우선 추진 원칙’에 따라 국가 책임 아래 진행된다. 보건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에서 예비양부모 자격 심사와 결연 등 핵심 절차를 심의·결정하며, 아동권리보장원에는 입양정책위원회의 핵심인 위원회 사무국이 설치돼 국내입양과 국제입양의 핵심절차를 수행하게 된다. 아동 최선의 이익에 따라 아동 보호 및 결연, 입양가정의 적응도 지원한다. 또한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상담·입양 신청의 창구도 복지부와 보장원으로 단일화돼 입양과정의 신뢰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입양인들이 자신의 입양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입양정보공개청구’의 창구도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된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보장원은 입양기록물 이관을 위한 전수조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입양기록물을 모아둘 ‘입양기록관’ 설립을 위해 준비해야 할 텐데, 현실적인 어려움은 없나.

“입양기록물이 약 25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해서는 입양기록관이 필수적이다. 입양기록은 입양인의 출생과 삶의 궤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입양인의 알 권리 충족과 정체성 탐색을 돕는다. 입양기록관을 건립하는 것은 이러한 입양인의 알 권리를 공적 영역에서 보다 촘촘하게 보장하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입양기록관 건립에 소요될 예산과 운영 인력의 확보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그 가치에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시길 바란다.”


- 맡은 역할이 중대해 보이는데, 입양 관련 전담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나.

“입양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정서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신감과 자아존중감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아동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며, 특히 국내입양의 경우 아동이 자신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유지하며 성장하도록 지원해 정체성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예산과 인력 확보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정부 및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지원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입양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더 많은 아동이 적합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 최근 자립준비청년, 보호종료 아동 등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와 관련해,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아동기본법 제정도 거론된다.

“우리나라 아동정책은 아동의 안전, 교육, 복지, 보호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필요한 아동정책을 제정해왔다. 그로 인해 법안별로 보장하는 아동연령과 서비스가 분절돼 대상 아동이 누락하는 법적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했다. 또한 아동을 권리 주체보다는 보호 대상, 교육 및 돌봄의 대상으로만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분리하고, 아동복지정책을 보호대상아동 중심으로 운영해 오기도 했다. 보호대상아동 중심 정책에서 벗어난 보편적 아동정책 패러다임의 구축을 위해 아동기본법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보호아동, 일반아동 등 모든 아동을 포괄하는 ‘아동중심’의 아동권리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가 될 것이다.”


- 또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위기 아동이다, 어떤 종류 혹은 상황들이 있나.

“가정 밖에서 성장하게 되는 아동은 모두 위기 아동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아동은 장애,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등 여러 가지 취약 요인이 겹친 아동일 것이다. 이들은 장애 관련 지원과 아동 관련 지원 사이에서 발생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특히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아동은 지능지수 71~84에 해당해 지적장애 판정을 받지는 않지만,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은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자활복지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관기관과 함께 교육, 진로 등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아동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대담=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정리=임지원 기자 jnews@viva100.com


◇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 워싱턴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 위스타트운동(빈곤가정 아동들의 공정한 출발을 도와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시민운동) 출범 당시부터 직접 관여하며 한국형 빈곤아동 조기지원 포괄적 서비스가 자리잡는데 기여했다.

지난 2008년부터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다수의 자문·위원 활동을 해 온 정 원장은 2019년 아동권리보장원 설립 당시 설립 추진 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민간위원, 경찰청 여성청소년안전 정책자문단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와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며 빈곤과 가정 외 보호에 대한 논문을 여럿 낸 바 있다. 지난해 4월 17일부터 제2대 아동권리보장원장에 임명돼 활동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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