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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철도 지하화 사업 성공하려면

입력 2024-07-17 08:59
신문게재 2024-07-18 19면

김현수 2022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동탄신도시를 동서로 구분해 온 경부고속도로가 지하화되고 지상부의 도로 공간은 공원화를 준비 중이다. 내왕이 없었던 양쪽 지역이 도로로 연결되면서 도시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보스톤의 빅딕(Big-Dig)은 고속도로의 도심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부를 공원화하면서 도로 양쪽의 쇠퇴한 지역이 세계적인 업무지구로 변신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속도로와 철도 등 간선교통망은 도시경제를 움직이는 대동맥이다. 그러나 도시를 양분하는 역기능도 가진다. 이를 지하화하고 주변 공간을 입체화하면서 도시공간의 도약을 꿈꾸는 공간혁신 사례가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고속철도, 광역철도가 속도, 환승의 비약적 발전을 보이면서 정차역의 부동산 시장을 달구고 있다. 그러나 경부선과 경원선 등 일반철도의 철도역과 철도주변부는 도시의 낙후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철도 주변부는 소음과 진동으로 노후하고 방치된 주택과 시설들로 채워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철도지하화사업은 철도로 단절된 도시를 연결하고, 소음과 진동으로 쇠퇴한 정주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가 사라진 선상의 부지는 공원, 주거, 업무, 위락 등 다양한 기능으로 전환돼 한때 도시의 가장 쇠퇴한 지역들을 매력적이고 쾌적한 공간으로 전환시켜줄 수 있다.

올 초 ‘철도지하화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제도적 장치를 갖추었으나 지하화 사업이 아무 데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로 지하화는 200~300m의 짧은 구간 안에서 가능하지만 속도와 경사의 제약이 큰 철도의 경우 10km 내외의 긴 구간의 지하화가 필요하며, 그만큼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지하화공사 기간 동안 철도 운행을 멈출 수 없으니 대체노선을 건설해야 하고, 지하에 다른 노선이 3, 4중으로 지나가는 환승역의 경우 지하터널이 더 깊어지게 된다. 지하터널이 깊어지면 더 긴 연장의 철도지하화가 필요해지니 공사비가 더 늘어나게 된다. 철도를 지하화한 지상부에 조성되는 기다란 토지를 매각하여 수익하기가 쉽지 않으며, 양쪽으로 도로를 개설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즉 철도시설을 지하화하는 일은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고, 공사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해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하자면 첫째, 철도 부지뿐 아니라, 주변의 철도차량기지, 국공유지 등 면적인 개발사업이 가능한 토지 확보가 필요하다. 선형의 철로부지만으로는 철도지하화 비용을 조달하기에 충분치 않다. 철도차량기지의 입체화를 통하여 복합개발을 하는 경우, 사업성도 확보하고 역세권 정비에도 효과적이다.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하화 공사비는 상부개발의 이익을 통하여 조달돼야 한다.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파리의 리브고슈, 뉴욕의 허드슨 야드는 모두 철도차량기지 등 철도시설부지를 복합개발한 사례이다.

둘째, 역 주위의 역세권에 대한 종합적인 정비계획이 함께 수립돼야 한다.

역사 주위로는 주택정비사업, 도시개발사업, 도심복합개발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각종 사업수요가 있다. 보다 체계적인 역세권정비를 위하여 환승센터, 소공원과 녹도, 그리고 역세권이 지역의 고용중심지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복합거점개발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지하화로 인한 편익이 주변의 아파트 단지 주민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고용창출, 도시경쟁력강화 등 도시전체의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기본계획이 짜여야 한다.

셋째, 민간투자가 가능하도록 사업 타당성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선상의 철도부지 매각뿐 아니라 주변의 주택정비사업, 도심복합개발사업, 국공유지개발사업 등 지하화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구조가 제시돼야 한다. 국토계획법에 의한 공간혁신구역 지정을 통하여 용적률과 인허가 절차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민간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업의 진행에 따라 인구와 세수가 증가할 것이 기대되므로 지자체의 재정지원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넷째, 상대적으로 민간투자가 여의찮은 지방의 경우, 이 사업이 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권계획, 광역철도망계획과 연계되도록 하여 균형발전특별회계 등 균형발전사업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철도지하화는 철도로 인하여 단절되고 쇠퇴한 도심 회생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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