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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투표 협상안 반대에는 '역사적 감정'도 작용

입력 2015-07-06 15:19

오히데이 기념 사진
그리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침략을 물린친 10월 28일을 ‘오히데이’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에는 반대를 뜻하는 ‘오히(OXI)’단어가 가진 민족감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오히데이에 전사자를 기리는 삽화.(사진 출처 = anoixtosxoleio.weebly.com)

 

브릿지경제 문은주 기자 =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채권단 협상안에 대한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배경에는 그리스의 역사적 배경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주요 채권국인 독일에 대한 역사적 앙금이다. 그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1월부터 약 3년간 독일·이탈리아 등에 점령됐다. 독일 나치 정권 아래서 수많은 그리스 국민이 강제 징병·징용으로 희생됐고 값진 고대 유물도 약탈당했다.

그리스 정부가 올해 초 채무 재조정을 요청하면서 나치 피해 배상금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그리스 정부는 나치 정권이 그리스를 점령해 피해를 입힌 대가로 독일 정부가 2787억 유로(347조)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은 이미 1960년에 그리스의 요구에 따라 1억1500만 마르크를 지불했으며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개별적인 배상도 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일이 최대 채권국으로 그리스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채무 상환 압박을 가하자 그리스 국민으로서는 채권단의 제안 자체에 반감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약 400년간 그리스를 지배해 온 터키와 독일이 무척 가깝다는 점도 독일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반감을 키운 요소로 지적된다. 독일과 터키는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동맹관계였으며, 전후 독일의 경제복구 과정에서도 부족한 노동력의 상당부분을 터키 이민으로 해결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통계에 따르면 독일 거주 외국인의 28%가 터키계라고 한다.

이외에도 그리스어로 ‘반대’를 뜻하는 ‘오히’(Oxi)가 지닌 역사적 함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1940년 10월28일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이 그리스로 진격했을 때 당시 이오니스 메탁사스 그리스 총리는 굴복하는 대신 단호히 ‘오히’라고 말했다. 메탁사스 총리는 “그리스의 자유와 명예를 위해 싸울 시간이 왔다”며 응전태세를 갖췄고 막강한 이탈리아군을 막아냈다.

이후 그리스인들은 10월28일을 ‘오히 데이’로 기념하고 있으며 이 같은 역사적 맥락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강조한 ‘오히’라는 단어가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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