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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초연결의 시작 코딩] <2> SW가 바꾸는 산업현장의 미래

입력 2017-08-31 07:00
신문게재 2017-08-31 12면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안팎으로 거세다.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이른바 ‘초연결사회’를 더욱 앞당길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국가는 물론 개인 모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혁명’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이에 한국ICT융합협회(회장 백양순) 코딩센터의 도움을 받아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특별기획을 10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그린빌 홈피
섬유도시에서 디지털 도시로 변모한 미국 그린빌시의 홈 페이지 초기 화면.

 

최근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새정부의 국정과제 중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강국 건설과 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정책이 눈에 띈다. 또 이를 중추적으로 구현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출범도 기대감을 더해 준다. 

 

하지만 국가 전체를 개조해야 하는 과제인 4차 산업혁명은 기존 목표를 두고 달성이 가능한 다른 과제들과는 달리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입체적인 실행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차세대 산업혁명’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2016년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세계 각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25위로 OECD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 우리의 삶이 4차 산업혁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떻게 영향을 받고 그것으로 인해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 의견이 분분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이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놓치게 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변화될 미래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MIT가 발간하는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했다. 우리 나라의 대구와 비슷한 미국 남부 섬유산업 도시 그린빌(Greenville)의 사례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닥쳐올 직업과 삶의 변화를 미리 엿볼 수 있다.

과거 그린빌은 섬유산업의 중심지로 호황을 누렸다. 이곳 섬유기업들은 그러나 싼 임금을 찾아 중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고 그린빌의 일자리는 8분의 1로 줄고 도시는 쇠퇴했다. 다행히 2000년대 접어들면서 BMW, ABB, Bosch, GE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9000여 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덕분에 그린빌은 고임금의 디지털 자동화 산업도시로 각광 받으며 바뀌어 갔다. 

 

르노삼성차,`어린이교통안전코딩·로봇워크숍`
르노삼성자동차가 실시한 '어린이 교통안전 코딩 & 로봇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이 로봇제작을 하고 있다. (연합)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제조업이 컴퓨터 중심의 현대적 생산방식으로 변화함에 따라 이곳 역시 새로운 형태의 고급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존 섬유 산업 종사자들이 했던 단순한 일들은 급속히 스마트봇으로 채워져 오히려 매년 실업률이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높아지는 아이러니를 만들고 있다. 구직자들은 뒤늦게 3D프린터, 컴퓨터 기반 제조 기술 등을 익혀 새 환경에 부랴부랴 적응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조업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 그린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4차 산업 혁명은 산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새로운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고차원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할 능력을 갖지 못한 많은 사람들은 저임금과 실업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도도한 변화의 흐름 중심에 소프트웨어(SW)가 있다. 때문에 정부는 2018년부터 코딩 교육을 초중고등학교에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대비 차원에서 ‘컴퓨팅 사고를 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보다 ‘코딩 기술자(코더)’를 양성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사교육 시장은 벌써 뜨거워져 월 100만 원이 넘는 코딩 유치원, 수 백 만원의 코딩 캠프 등이 등장하고 있다. 교재 또한 고가이다. 교육 커리큘럼도 스크래치, 파이선, 자바 등을 가르치면서 “컴퓨터 언어 습득이 컴퓨터적인 사고 습득과 진학에도 도움이 된다”며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연 그럴까?

다시 돌아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을 살펴보면,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오늘 배운 것이 내일 쓸모 없게 되는 상황에서 당장 세부기술(컴퓨터언어)을 익힌다는 것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코딩교육은 우리 생활의 문제점을 발견해내는 능력과 주어진 과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린빌 공장
그린빌 시의 한 공장에서 실습생들이 실무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2014년부터 코딩을 정규교과로 배우고 있는 영국 교육을 살펴보자. 영국은 코딩의 본질적 역할(논리적 사고와 창의력, 협동심)과 이를 현실에 접목시키는데 초점을 맞춰 교육하고 있다. 즉, 코딩 자체보다는 코딩에 대한 재미와 동기부여를 위해 시장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차별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팀을 구성해 협업과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 그리고 제작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마케팅해 시장에 알릴 것인지가 코딩을 배우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학교 현장과 다양한 강연을 다니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딩’하면 연상되는 것이 ‘어렵다’와 ‘재미없다’ 답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모님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새로운 사교육 과목이 하나 더 늘어 교육비 부담이 늘어날 것에 대한 우려도 많다.

코딩을 재미있게 만들어 이른바 ‘수포자’, ‘영포자’ 처럼 ‘코포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흥미로우면서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코딩에 대한 행복한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겠다는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보다 시급하다.

 

 

◆ 코딩이란?


컴퓨터가 제대로 실행되려면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코드)를 사용해 정확한 명령을 내려야 한다. 코딩은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로 언어를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개발은 같은 뜻으로 통용된다. 다만 코딩은 우리 생각을 코드로 옮겨 표현하는 것을 말하고, 프로그래밍은 그 코드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간의 의사 소통과 협업, 프로젝트 관리 등의 모든 과정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 모든 것을 코딩으로 총칭하기도 한다.

김지희 기자 jen@viva100.com
자료제공=한국ICT융합협회 코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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