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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초연결의 시작 코딩] <9>사람이 답이다… 국내 교육시스템 혁신 필요

입력 2017-10-26 07:00
신문게재 2017-10-26 12면

4차 산업혁명 바람이 안팎으로 거세다.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이른바 ‘초연결사회’를 더욱 앞당길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인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국가는 물론 개인 모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일자리 혁명’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이에 한국ICT융합협회(회장 백양순) 코딩센터의 도움을 받아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특별기획을 10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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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4월,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시대를 넘어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컴퓨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을 기치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코딩 교육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일본은 유례 없는 경제 호황 속에 각 기업마다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산업을 책임질 인재부족은 이제 만성화된 지 오래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IT인재 최신 동향과 장래 추계에 관한 조사’에서 2020년에는 36만 9000명, 2030년에는 78만 9000명의 IT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력 부족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정보기술(IT) 인재 부족 대응을 위해 총무성은 2025년까지 IT인재 100만명 육성 방침을 밝혔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다원화된 일본사회에서 더군다나 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굳이 IT를 직업으로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도 코딩 교육을 통해 부족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것에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하지만 교육만을 통해 인력 수급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IT인재 부족 문제 해결 방식은 장기적으로는 학교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 단기적으로는 IT인재가 많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일본 수상 아베와 인도 수상 모디의 정상회담 모습. 일본과 인도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6년 4월 인도 뉴델리에서 일본 경제산업상과 인도 통신IT부 장관이 만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제조 능력과 인도 IT 인력의 융합과 빅 데이터 분야 등에서의 협력’ 등 일본과 인도 간 새로운 IT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이 제시되었다. 같은 해 12 월에 열린 일본과 인도 양국 정상 회담에서도 정보 기술 분야에서 숙련된 인도 인력을 활용하는 교류 촉진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를 위해 인도 통신IT부와 조인트 워킹 그룹(JWG)을 발족해 도쿄와 뉴델리를 오가며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실무 회의가 개최되었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일본을 대표하는 정보통신 기술기업 후지쓰는 영어와 IT지식 기반 인재가 많은 인도를 미래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선정해 현지 자회사 후지쓰 컨설팅 인도를 중심으로 지난 3 년간 현지 직원을 2배로 충원했다. 

  

빅 데이터와 AI, IoT 등의 새로운 IT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창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교하고 풍부한 IT 인재를 보유한 인도가 부족한 IT인재의 보고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7년 몬순이 지나간 인도 뭄바이, 2009년 오스카상 8개 부문을 수항한 영화 ‘슬럼독 밀리언에어’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아시아 최대 슬럼 인도 뭄바이 빈민가 ‘다라비’에서 미국 MIT가 개발한 무료 프로그램인 앱 인벤터(App Inventor)를 활용한 앱 개발 교육이 한창이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Dharavi Diary(다라비 다이어리)라고 하는데 8~21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NGO에 의해 무료로 실시되고 있다. 특히 12~14세의 ‘다라비 코더’라고 불리는 소녀들은 성희롱 신고, 물 접근성 향상, 동네 조명 문제 및 교육 등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같이 모여 제작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나야 나갈(Naya Nagar)센터에서는 매일 오전 9시~오후 11시까지 일 나간 부모를 대신해 요리, 심부름, 형제 자매를 돌보는 일을 하며 틈틈이 코딩을 배우는 여자 아이들로 가득하다. 

 

인도
인도에서 Dharavi Diary(다라비 다이어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 소녀들.

 

‘테크 걸(Tech Girl)’이라 스스로 지칭하는 안수자 마디발(Ansuja Madival, 17세)은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의 안전을 돕기 위해 ‘Women Fight Back’ 이라는 경보 앱을 개발했다. 다른 소녀들은 지자체에 쓰레기 더미를 알려주는 앱, 공공 수도시설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수도 사용 현황을 알려주는 앱, 가로등을 컨트롤하는 앱 등 개발을 통해 자신의 삶과 연관된 문제도 해결하고 미래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다.

 

인도에는 ‘쿡투코더(Cook to Coder)’라는 말이 있다. 즉 1달에 미화 50달러 수입의 요리사에서 시간당 15달러를 버는 코더(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우는 것을 의미하는 관용어이다. 덴마크 NGO인 코더스트러스트(CoderTrust)의 인도사업부 프란세스코 스타시(Francesco Stasi)는 “코딩은 누구나 배울 수 있으므로 정식 교육을 수료하지 않은 빈곤층 학생들에게 매력적이며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단” 이라고 말한다.

2014년 코딩 교육을 의무화한 영국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우 청소년, 외국인 이주자, 난민 가정 청소년들만을 대상으로 한국의 방과후 학교와 유사한 ‘코드클럽’을 통해 코딩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코딩을 통해 사회격차를 해소해 IT지식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 인도, 영국 등 많은 나라들은 코딩 교육을 통해 4차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가마다 놓여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법도 다르다. 한국의 코딩 교육을 들여다보면 가진 자를 위한 선행학습과 더 가진 자를 만들기 위한 입시 목적 교육이 고가의 사교육 시장을 만들고 있다.

한국ICT융합협회 코딩센터 이만복 소장은 “이런 교육 환경에서 코딩 교육은 그 근본적인 목적과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세대가 미래를 살아가는 힘과 사회적인 문제와 소득 격차를 줄여 나가는 힘을 키워주는 코딩이 되기 위해서는 코딩을 배우는 학생 숫자만을 늘리는 2차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교육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
자료제공=한국ICT융합협회 코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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