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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자극’ 아닌 ‘비극의 원류’를 찾아서…황정민의 ‘오이디푸스’, 쇼케이스 뮤지컬 ‘레아’

연극 ‘오이디푸스’ ‘리차드 3세’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 황정민의 의기투합작, 배해선, 남명렬, 박은석, 최수형, 정은혜 출연
뮤지컬 ‘레아’ 비투비 현아 등 콘서트 김준호 연출, 영화 ‘의형제’, 드라마 ‘혼술남녀’ ‘식샤를 합시다2’ 등 노형우, 영화 ‘명량’과 드라마 ‘크로스’ 등 정지훈 작곡, 장은아, 임현수, 이선근, 나정숙 등 출연

입력 2018-12-21 18:00

오이디푸스, 레아
연극 ‘오이디푸스’와 쇼케이스 뮤지컬 ‘레아’(사진제공=샘컴퍼니, 예스투탐)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것이다.”



끔찍한 신탁을 피하려는 부모에 의해 태어나자마자 산속에 버려졌지만 결국 오이디푸스는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두 딸 안티고네·이스메네, 두 아들 폴리네우케스와 에테오클레스를 낳았다.

맨홀 뚜껑 사이로 새어나오는 한 줄기 빛이 전부인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 플랫 코스모스. 죽기 위해 왔지만 엘마뉴엘을 만나 G구역 바 램넌트 가수로 살아가는 레아, 친동생 살인죄로 복역 중 가석방돼 잃어버린 자신의 아들 에두아르를 찾아나선 전 인권변호사 끌로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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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이디푸스’ 포스터(사진제공=샘컴퍼니)

아들과 어머니, 딸과 아버지 등 근친과 존속살인, 유혈이 낭자하고 자극적이며 음울한 이야기들로 무장한 연극 ‘오이디푸스’(2019년 1월 29~2월 2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와 뮤지컬 ‘레아’(LEAH)가 관객들을 만날 채비에 들어갔다.


◇자극 아닌 비극의 원류를 찾아서…황정민의 ‘오이디푸스’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 소포클레스가 집필한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 ‘오이디푸스’는 ‘리차드 3세’로 호흡을 맞췄던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 황정민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테베의 3대왕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버려지고 저주 받은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의 상징이다.

고대 희랍극 원형을 살려 코러스가 등장할 연극 ‘오이디푸스’에는 황정민을 비롯해 어머니이자 아내 이오카스테 역에 배해선, 진실을 알고 있는 코린토스 사자에 남명렬, 극을 이끄는 코러스 장 박은석, 오이디푸스의 신탁과 운명을 확인하는 예언자 테레시아스 정은혜, 오이디푸스의 삼촌이자 처남 크레온 최수형 등이 원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오이디푸스’ 관계자는 이 작품에 대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의 남자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결정과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는 말처럼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개척해온 인간의 동력, 인간이 의지를 갖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연극 오이디푸스
연극 ‘오이디푸스’ 출연진. 왼쪽부터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 이오카스테 역의 배해선, 코러스장 박은석, 예언자 테레시아스 정은혜, 크레온 최수형(사진제공=샘컴퍼니)

 

자칫 자극적이고 막장으로 치달을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황정민은 “‘오이디푸스’는 2500여년 전부터 만들어진 비극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3대 비극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들도 지금 현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많은 비극 콘텐츠들의 소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영화 ‘올드보이’, 남매의 사랑, 막장 드라마들도 이야기의 뼈대, 근본을 이루는 요소를 ‘오이디푸스’에서 따왔기 때문에 연결해서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생은 담배연기처럼’ 디스토피아의 절대 고독! 뮤지컬 ‘레아’
 

뮤지컬 레아 쇼케이스
뮤지컬 ‘레아’ 쇼케이스(사진제공=예스투탐)

 

1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리딩 쇼케이스를 진행한 뮤지컬 ‘레아’는 이동규 작가의 ‘세상 끝의 집’을 바탕으로 꾸린 인간의 절대고독에 대한 이야기다.

비투비, 현아, 펜타곤 등 아이돌 콘서트를 비롯해 ‘렌트’ ‘안소니랩 위드아웃 유’ 오리지널 내한공연 당시 한국 총감독이었던 김준호 연출이 각색까지 책임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뮤지컬이나 연극 등 무대 기반이 아닌 영화, 드라마 등의 음악감독이 넘버를 꾸렸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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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아’ 쇼케이스 포스터(사진제공=예스투탐)

영화 ‘동창생’ ‘의형제’ 등의 음악감독이자 드라마 ‘혼술남녀’ ‘식샤를 합시다2’ ‘결혼계약’ 등을 함께 했던 노형우 작곡가와 영화 ‘사냥’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드라마 ‘크로스’ 등의 음악감독이었던 정지훈 작곡가가 넘버를 꾸렸다.

 

 

거리의 여자 레아(장은아), 친동생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끌로드(임현수), 그의 감방동기이자 약으로 레아를 옭아매며 집착하는 알랭(이선근), 레아를 보듬어 주는 바 램넌트의 주인이자 에이즈 환자 엘마뉴엘(나정숙) 등이 퇴폐적이고 음울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쇼케이스 후 김준호 연출은 ‘레아’에 대해 “3년 넘게 준비한 작품”이라며 “불편한 소재이지만 인간 근원에 드리운 외로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쇼케이스에 참석하지 못한 원작자 이동규 작가는 사회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앞으로만 내달리는 사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 간의 순수한 포옹”이라며 “과거를 보듬으며 현재를 떠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근친과 존속살인 등으로 무장한 연극 ‘오이디푸스’, 뮤지컬 ‘레아’가 ‘자극적 요소’를 걷어내고 작품 자체가 추구하는 비극의 원류, 인간 근원에 깔린 절대 고독, 인간이 의지를 갖는 순간 등에 대한 탐구를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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