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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밥 소믈리에가 만든 도시락, 밥맛 좋은 편의점 만들었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김하영 세븐일레븐 MD

입력 2020-01-06 07:00
신문게재 2020-0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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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세븐일레븐 도시락 담당 상품기획자(사진제공=세븐일레븐)

 

“밥이 맛있으면 뭐든 맛있다는 것이 제 도시락 신념입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코리아세븐 본사에서 만난 김하영 세븐일레븐 도시락 담당 상품기획자(MD)는 도시락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지난 3월 일본에서 편의점 업계 최초로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밥 소믈리에는 쌀의 산지 및 품종, 영향, 취반 등에 관한 지식을 인정받은 전문가를 일컫는 말로 일본취반협회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국내에서 밥 소믈리에로 활동중인 사람은 대략 70명 정도에 불과하다.

김씨는 밥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 이전에도 지난해 700만개가 팔린 세븐일레븐의 베스트 도시락 ‘도시락의 정석’ 등을 탄생시키는 등 우수한 상품기획력으로 인정받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맛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주말을 반납하고 자격증 시험공부에 매진했다. 일과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 많은 않았다.

김씨는 “중요한 상품 기획 일정과 자격증 시험이 겹쳐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시험을 보기 전에 수업을 3일 정도 듣는데 수업을 듣고 난 뒤에는 도시락을 잔뜩 사서 호텔 방으로 돌아와 도시락 맛만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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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세븐일레븐 도시락 담당 상품기획자의 밥 소믈리에 자격증(사진제공=세븐일레븐)

 

자격증을 취득한 뒤 김씨는 세븐일레븐의 미반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품종 선택부터 최종 상품화 및 사후 모니터링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밥 소믈리에인 김씨가 가장 신중을 기하는 단계는 쌀 품종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김씨의 말처럼 원료가 좋아야 기본적인 맛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년 10월마다 신곡으로 바꾸는데 그 때 올해는 어떤 쌀을 이용했을 때 좋은 품질 낼 수 있는지 결정한다”면서 “도시락은 냉장을 하기 때문에 냉장하고 24시간이 지난 후 쌀의 맛이 어떤지도 관능평가에 포함시켜 진행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밥 소믈리로서 취반 공정 과정도 관리하고 있다. 즉 쌀 씻기부터 취반, 그리고 진공 냉각까지 전 과정을 관리 감독한다.

이 과정에서 김 기획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의 양이다. 김 기획자는 “일본에서 자격증 시험을 볼 때에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입에서 분리가 되는 쌀을 좋다고 평가했지만 한국인은 찰기가 도는 쌀을 선호한다”면서 “찰기 도는 밥을 위해선 수분량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분도를 잡는 것은 보관상태나 기온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가장 까다로운 과정 중에 하나라는 것이 김 기획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수분량을 똑같이 해도 쌀에 구멍이 있거나 깨져있으면 수분을 더 많이 먹게되고, 거기서 식감의 차이가 또 생긴다”면서 “그런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일미를 고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븐일레븐은 추수할 때 노란 벼에서 한 번, 도정을 한 쌀에서 두 번, 밥 지을 때 세 번, 이렇게 총 3번의 광이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삼광미를 모든 도시락 제품에 단일미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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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세븐일레븐 도시락 담당 상품기획자(사진제공=세븐일레븐)

 

밥 소믈리에로서 김씨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도시락이 상품화되어 전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여진 이후에도 계속된다. 김씨는 전국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진열된 상품들에 대한 식미값을 평가하여 안전하게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사후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고 있다.

도시락이 늘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3일 이내 도정한 쌀을 사용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것도 김씨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하루에 많게는 4~5개의 도시락을 맛봐야 하지만 대학 시절 누구보다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했던 김씨는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한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김씨는 2016년 직무 수행능력과 역량만을 평가해 인재를 선발하는 세븐일레븐의 스펙태클 오디션 전형으로 입사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던 대학시절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애용했던 김씨는 소비자로서 자신이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채워 오디션의 실기 전형의 상품기획안으로 내놓았다.

그때 내놓은 상품이 세븐일레븐의 마늘보쌈도시락이다. 김씨가 제출했던 상품기획안이 높은 점수를 받아 실제 상품으로 기획이 된 것이다. 김씨는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 자주 먹지 못 했던 보쌈을 편의점 도시락을 통해 1인용으로 내놓은 것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밥 맛 좋은 도시락’을 개발하는데 매진할 계획이다. 객관화된 수치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쌀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김씨는 “누가 먹어도 맛있는 맛있는 쌀을 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표본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쌀이 진짜 한국인이 좋아하는 쌀 맛인지 객관화된 지표를 만들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고 싶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밥맛 하면 세븐일레븐을 떠올릴 수 있게 내년에도 맛과 품질 좋은 편의점 도시락을 선보이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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