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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합의 이행 점검 ‘묻고’ 기술전쟁 ‘더블로’

입력 2020-08-18 14:32
신문게재 2020-08-19 16면

China Huawei's Struggle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로고 (AP=연합)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 논의를 당분간 묻어두고 첨단 기술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우선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상황 평가를 목적으로 당초 15일 예정됐던 미중 고위급 회담은 무기한 연기됐다. 본래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류허 중국 부총리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무역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할 것으로 알려진바 있었다. 회의 연기의 표면적 이유는 중국 공산당 전·현직 수뇌부가 휴가를 겸해 비공개로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 일정과 겹치는 것에 따른 일정 재조정이지만, 중국이 미국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의지를 나타내면서도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재 압력이 계속되면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임을 시사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술굴기의 대표주자인 화웨이와 틱톡 등에 제재 압력을 행사하자, 이 문제를 무역합의 이행과 연계해 ‘무역합의를 깰 수도 있다’는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상반기 미국산 농산물을 167억달러 어치 구매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구매액은 65억달러로 39%에 불과하다. 중국의 대미수입 실적이 당초 약속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제기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중국의 대미수입에 영향을 준 변수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전처럼 관세폭탄 등으로 대중 무역 전면전으로 회귀하기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합의 이행 점검 회의를 연기한 이유가 중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아서 인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합의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고 경제자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지난 13일 “홍콩 등 여러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 하에서 미국산 상품을 계속 구매하고 있다”며 무역문제에선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무역문제와 달리 기술전쟁은 격화일로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치 화웨이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기세로 제재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17일 21개국에 있는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려 화웨이와 화웨이 자회사들이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칩 등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 계열사는 총 152개로 늘었다. 특히 이번에 추가된 제재는 화웨이의 기존 제재에서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라는 조건을 삭제해 미국의 제재에도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등을 통해 반도체를 우회 구매할 수 있었던 경로를 완전 차단했다. 화웨이에 공급이 제한되는 것이 사실상 전세계 반도체 부품인 셈이다. 미 상무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화웨이가 제3의 제조사에서 기성품을 구매하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의 제재안 발표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오늘 우리는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획득하는 능력을 더욱 제한해 화웨이와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에 직접적인 타격(direct blow)을 날렸다”고 말했다.

중국은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미국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양국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반격조치에 주저함 없이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의 기술패권 다툼은 화웨이 등의 하드웨어 분야뿐만 아니라 틱톡과 위챗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야로도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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