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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게이머 6억명 '훌쩍'… 코로나로 더욱 커지는 인도 게임시장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급성장하는 인도 게임 산업
개발 역량과 소비 시장 갖춰 세계 최대 게임시장 부상 기대

입력 2020-11-30 07:00
신문게재 2020-1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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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현재 세계 게임 시장은 영화와 음악(스트리밍 등 포함)을 합한 시장 규모보다 큰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이다. 게임 시장 조사 전문기업 뉴쥬(Newzoo)에 따르면, 2019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457 억 달러이며 2023년에는 2000억 달러를 넘어 설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규격인 5G를 중심으로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게임 시장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특히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VR 단말기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모으는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를 개발한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는 2019년 11월 VR 게임 제작사인 베스트 게임스(Beat Games)를 인수했다. 2020년 2월에는 VR게임으로 유명한 산자루 게임(Sanzaru Game)을 인수해 VR게임 콘텐츠를 확충하기위한 생태계 구축과 함께 코로나 이후 ‘뉴 노멀(New Normal)’ 세상에서 비접촉 방식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중이다. 

 

인도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게임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인도 게임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급성장하고 있다. 인도 IT업계 단체인 나스컴(NASSCOM)에 따르면 게임 시장 규모는 2020년에 10억 달러를 넘고 게임 사용자는 인도 국민의 절반에 못 미치는 약 6억 2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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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통신사 지오가 최근 프리파이어라는 게임으로 온라인 대회를 열었다. 사진=지오게임

 

앱 분석 기업 앱스플라이어(AppsFlyer)의 조사에 따르면 올 3월 하순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대에 따른 엄격한 통제가 인도 여러 산업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가져왔지만 지난 8월 기준으로 인도 국내 게임 앱 수익은 예년의 두배 이상에 달했다고 한다.



인도 게임 산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시 인도 국민들에게 아직 게임은 비싸고 호화스러운 것으로 간주됐다. 인도 게임 산업의 본격적인 태동은 저렴한 스마트 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부터였다.

싼 스마트폰은 모바일 게임 산업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 당시 인도에는 단 25개의 게임 제작사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9년 현재 275개로 증가했고 인도 국민의 40%가 스마트 폰을 가지게 되면서 게임 업체 수가 매년 약 12% 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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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기 스포츠 크리켓 게임.

 

인도 게임 시장의 주류는 역시 모바일이다. 인도 국내 미디어 조사기관 데이타퀘스트(Dataquest)에 따르면 인도는 2억 2200만 명 이상의 모바일 게이머가 있다. 이들은 하루 평균 42분을 모바일 게임에 할애하고 있다. 인기 모바일 게임은 주로 액션이나 스포츠, 퍼즐, 퀴즈 등이 많다. 

 

일부 주나 학교에서 금지될 정도의 인기를 자랑하는 배틀 로얄 게임과 배틀 그라운드(Player Unknown‘s Battlegrounds), 세계 대회까지 개최되는 포트나이트(Fortnite), 세계적인 인기 퍼즐 게임 캔디 클러시(Candy Crush), 인도식 포커 ’틴파티(Teen Patti)와 러미(Rummy), 보드 게임 루도킹(Ludo King), 그리고 크리켓이나 축구 게임 등을 들 수 있다.

‘배틀 로얄’은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게임 장르의 하나다. 생존과 탐험, 채집과 서바이벌 게임을 기반으로 한다. 적을 모두 쓰러 뜨리고 승자로 살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인데, 인도인들의 특성 중 하나인 호승지심(好勝之心, 남과 겨뤄서 이기는 것을 좋아함)을 자극하는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가정용 게임기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엑스박스(Xbox)’시리즈와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Play Station)’시리즈가 최근 인도 도시의 상류 중산층에게 인기다. 액션과 어드벤처, 롤플레잉게임(RPG), 스포츠 게임 등이 인기다.

인도의 게임 팬들 사이에서 종종 얘기되는 것은 닌텐도다. 사실 닌텐도는 80년대 인도에서 ‘사무라이(SAMURAI)’라는 이름으로 가정용 게임기를 판매했으나, 이후 판매 저조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재 인도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닌텐도 게임기 및 게임 타이틀도 수입품이다. 보증 서비스도 없고 가격은 공식 가격 이상이 대부분이다.

닌텐도는 인도에서도 ‘닌텐도 e-숍(닌텐도의 온라인 다운로드형 소프트웨어 유통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게임의 온라인 기능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되지 않는 닌텐도 게임기 ‘스위치(Switch)’의 새로운 게임 타이틀의 발매가 인도 최대 신문인 타임스오브인디아(Times Of India)에 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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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퀘스트를 사용중인 이용자, 사진=오큘러스.

 

‘닌텐도는 인도 진출해야한다’는 취지의 온라인 서명 운동까지 등장했었다. 이런 일들이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적지않은 일정 팬 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AR 기술을 활용한 게임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포켓몬 GO’의 2019년 인도 설치 숫자는 세계에서 세 번째였다. 포켓몬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인도에 닌텐도 등과 같은 게임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인도 국내 PC 게임은 주로 액션, 어드벤처 등이 인기다. 슈팅 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 Strike)’와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MOBA, 대전 액션과 공성전이 결합된 실시간 전략 게임 장르)에서 인기있는 롤(LoL)이라고 불리는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나 디팬스 오브 엔션트(Defense of the Ancients), 어세신 그리드(Assassin ‘s Creed)등이 일반적으로 플레이 되고 있다.

‘배틀 로얄’류의 게임 장르가 현재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모바일 뿐만 아니라 PC에서도 널리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고가의 하이 엔드 PC가 필요한 대규모 다중 접속 온라인 RPG게임(MMORPG)은 비용이 장벽이 되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다 사용자 수로 기네스 북에도 실린 미국계 게임 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나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14’도 큰 존재감을 보여주는 못하고 있다. 공략에 시간이 걸리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의 실시간 전략(RTS) 게임과 클래식 RPG도 인기가 많지 않다. 인도의 젊은 온라인 PC 게이머 대부분은 집이 아니라 게임 카페에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게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인도 통신업체 지오가 2016년 인도 통신업계 진출을 계기로 인터넷 데이터 요금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지오로 인해 촉발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인도의 데이터 요금은 세계 최저 수준이 되었다. 이 외에도 스마트 폰의 급속한 보급과 그 기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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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 중 하나인 ‘루도(Ludo)’ 게임.

 

인도 최대 재벌 릴라이언스를 이끄는 인도 백만장자 무케시 암바니는 딸의 결혼식에 비욘세, 힐러리 클린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가 원수급 인사와 글로벌 대기업 회장 등 수백 명을 초청해 큰 화제가 되었다.

그는 “결국 게임산업 시장 규모가 언젠가는 음악 영화, TV 산업을 합한 것 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고, 이를 반영하듯 지오는 최근 인도 최초로 게임 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하는 등 게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를 중심으로 IT 산업의 허브로 발전해 온 인도에서는 게임 개발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Ubisoft)는 인도 뿌네에 2개의 개발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인기 액션게임 ‘그랜드 시프트 오토(Grand Theft Auto) 시리즈’ 제작을 맡고 있는 미국 록스타게임(Rockstar Games)은 2019년 인도 최대 게임 개발사 두르바 인터렉티브(Dhruva Interactive)를 인수했다.

중인도 국경분쟁으로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중국계 대기업도 인도 게임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신들이 투자한 인도 최대 결제 플랫폼 페이티엠(Paytm)과 합작으로 페이티엠 퍼스트 게임(Paytm First Games)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텐센트도 인도 게임 업계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된 ‘드림11(Dream11)에 출자를 했다.

인도에서는 아직도 온라인 게임을 ‘아이 공부에 방해되는 유해한 오락’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IT에 친숙한 30대 연령층이 늘고 있어 앞으로 이런 사회 풍조는 점점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사용자의 남녀 격차에 관해 KPMG와 구글이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PC게임 및 가정용 게임기 사용자의 80% 이상이 남성이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남녀 성비가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게임 업계는 이제 초기 단계에서 성장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의해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IT엔지니어가 많고 인구의 절반이 25세 미만인 젊은 나라 인도는 향후 세계 게임 산업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되는 동시에 향후 세계 게임 소비시장으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권기철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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