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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배그' 떠난 자리, 누가 깃발 꽂을까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온라인 게임 신흥국 (하) 글로벌 기업 각축전

입력 2021-03-29 07:00
신문게재 2021-03-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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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에서는 도심 곳곳에서 e-스포츠 대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텐센트와 크래프톤이 공동 개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인도 서비스가 종료됐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과 국경 분쟁 이후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PUBG) 모바일의 제작과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는 점을 들어 배틀그라운드를 ‘텐센트 게임’으로 분류해 차단한 것이다.



인도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용자가 가장 많던 국가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지난해 9월까지 인도에서만 전체 게임 다운로드의 24%에 달하는 1억 8550만 건이 다운로드 되었다. 인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사이트는 지난해 11월 이후 업데이트가 끊겼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6.4%를 보유해 장병규 의장의 뒤를 어어 제 2대 주주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PUBG가 중국기업에 의해 개발·유통됐다는 사실은 시장에서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한국 개발사가 직접 진출한다고 해도 텐센트와 관계를 100% 정리를 하지 않는 한 시장 재진입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인도와 중국의 관계 개선이다. 최근 들어 조금씩 두 나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지만 인도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피해의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5년 전후로만 해도 인도에서 e-스포츠는 일부만 즐기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 시기에 등장한 PUBG는 인도 e-스포츠를 개척한 일등공신이다. 해외기업들이 “인도에서 e-스포츠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던 시기에 PUBG의 성공은 게임 기업들이 인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블리자드와 콜오브듀티 게임 등으로 유명한 액티비전, 리그오브레전드 등의 동남아 게임 퍼브리싱을 장악한 가레나, 클래시 오브 클랜 등으로 유명한 핀란드 모바일 게임 기업 슈퍼셀도 큰 자신감을 얻어 최근에는 인도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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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ESL 프리미어리그 경기대회 안내 사인. ESL 게임 리그에는 무려 2억원 상당의 상금이 걸리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e-스포츠의 눈부신 성장은 대형 후원사들도 참여도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 2년간 마운틴 듀, 중국 샤오미로부터 분사한 휴대폰 제조사 포코(Poco)와 중국 휴대폰 제조사 오포(Oppo), 로지텍(Logitech), 인도 1위 통신사 에어텔(Airtel), 델(Dell), 에이서(Acer), 코카콜라, 레드불 그리고 심지어 럭셔리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 루이비똥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e-스포츠와 함께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 모바일 게임 사용자는 3억 2600만명이고, 게임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12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이다. 인도 모바일 게임 사용자들은 최소한 하루 2번 이상 게임을 즐기고 게임 사용 시간은 2020년 이전에는 1인당 평균 1일 151분이었던 것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218분으로 44.3%나 급격히 늘었다.

최근 특이한 것은 농촌지역 게임 사용자가 도시지역 사용자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 인터넷 및 모바일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는 약 4억8000만명인데, 농촌지역 인터넷 사용자 수는 2억5000만명으로 도시지역 사용자 약 2억2700만명보다 10% 더 많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인도에서 향후 농촌지역이 게임 사용자들 증가를 이끌어갈 것임을 의미한다.

농촌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이 증가함에 따라 드림11(Dream11), 루도킹(Ludo King) 및 기타 인도 개발 게임에 대한 사용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인도 BCG의 게임 관련 보고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사용을 시작한 농촌 사용자들이 기존 농촌 사용자들에 비해 4배 이상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한편 PUBG로 인해 벌어진 새로운 문화는 게임 대회의 증가와 이 대회를 중계하는 비즈니스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PUBG가 시장에서 퇴출 되기 전 중국 텐센트는 윈조 등 게임 유통 플랫폼 등과 계약을 맺고 게임을 대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회를 만들고, 심지어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청중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농촌지역의 인터넷 사용자들 증가와 맞물리며 영어를 하지 못하는 농촌 거주자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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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게입이 ESL 프리미어 리그 경기다. 관람객들은 이렇게 전광판 중계를 보며 환호한다. 사진=ESL

 

이번에 크래프톤이 투자한 노드윈 게이밍은 지난해 텐센트와 협업을 통해 PUBG 경기 호스팅, 게임 플레이 방송, 선수 관리 및 육성, 리그 운영 및 광범위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매년 게임 상금으로 500만 달러 이상 지급한다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가 주춤한 사이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굿게이머 등과 제휴해 프리미어 리그를 시작했다. 스카이스포츠 프리미어 리그는 4월 첫째주부터 인도 최초 도시 기반 e-스포츠 리그가 시작된다고 밝히며 16개 팀이 리그에서 경쟁하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게임 대회 중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인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인 액트 파이버넷은 온라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토너먼트 중계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e스포츠 클럽과 제휴를 맺었다.

게임 중계 스트리밍 서비스 최대 기업 로코는 레드불과 제휴해 ‘레드불 플릭 카운트스트라이크 토너먼트를 비롯해 레드불 MEO 이벤트와 같은 경기 대회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 최대 전자 결제 기업 페이티엠은 라이엇 게임과 파트너십을 통해 ‘팀파이트 테틱스’와 ‘레전드 오브 룬테라’ 대회를 개최하며 750만 루피(1100만원)의 상금을 걸었다.

인도 게임 개발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사친 크리켓 사가’와 같은 게임을 개발한 제트 신디시스는 기존 주주들로부터 개발자금 30억 루피(470억원)를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에어텔과 지오 등도 게임 비즈니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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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고의 스타 게이머 안킷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인도는 지금 전세계 게임업계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스포츠 머천다이징 글로벌 기업 파나틱은 게임 중계 스트리밍 기업 로코와 손잡고 인도에서 게임 플레이어가 e-스포츠 팀과 프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전국 규모의 인재 사냥에 나섰다. ‘파나틱 라이징’이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량이 우수한 게이머들은 프로 e-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코칭과 전문가에 의한 8개월 짜리 교육을 제공받는다.

이 밖에 홍콩 기반 e 스포츠 팀 노바 e-스포츠는 플레이어의 경제적인 안정을 기반으로 게임에만 전념하게 만들기 위해 급여를 지급하고, 부트 캠프 지원을 제공하는 등 팀 운영의 전문화를 다지며 인도 현지 파트너와 제휴해 운영을 시작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e-스포츠 기업 ESL사는 2016년부터 ‘ESL 인도 프리미어 리그’를 시작했다. 뭄바이에서 개최 된 2019년 Dota2 챔피언십 결승에 약 5000 명의 관객을 모았다. ESL 인도 프리미어 리그는 지금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 중 하나이며 ‘피파20’, ‘카운터스트라이크’, ‘클래시오브클랜모바일’ 같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결승 경기를 포함한 인기 스타플레이어들이 펼치는 경기는 인도의 주요 텔레비전 방송사 인 디즈니와 3억명 이상이 가입된 온라인 방송 핫스타에서 방송되고 있다. ESL 인도 프리미어 리그 2020년 대회 상금은 1억7000만원에 달했다. 지난 해 인도 게임 대회 상금은 전년대비 25~30% 증액되었는데, 각종 대회 상금이 적게는 1000루피(1만7000원)~1500만 루피(2억5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인도 국내 e-스포츠 산업은 그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지만 인도 특유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불안정한 인터넷 통신 환경이다. 또 다른 문제는 안정된 고용 환경 제공이다. 현재 인도의 e-스포츠 사업은 열정 페이와 부당한 노동시간 및 사기 등 다양한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고 이는 시장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더 많다.

인도에서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e-스포츠’로 산업화, 그리고 산업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수의 종사자들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다.

인도의 e-스포츠 시장은 현 시점에서는 아직 여명기이지만, 풍부한 자금 유입과 인도 통신 환경의 개선과 소득 수준 향상, 그리고 선진적 교육 환경이 구현되며 자생력을 갖춘 생태계 시스템 구축이 진행되면서 조만간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들도 우리가 가진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인도에서 펼친다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권기철 국제전문 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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