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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다시 여름, 제15회 DIMF 배성혁 집행위원장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

입력 2021-06-18 18:00
신문게재 2021-06-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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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

 

“축제라는 타이틀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죠. 딤프여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외국 작품들을 직접 무대에서 만날 수 없고 교류도 가지지 못하니까요. 반면 그래서 ‘투란도트’를 영화로 만들었고 뮤지컬스타 경연대회 출신들의 프로 데뷔 길을 터줄 수 있었고 창작지원작,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에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됐어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DIMF 이하 딤프)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교류가 어려워지면서 방향 전환을 해야만 하는 시기를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돌파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축제시기를 미루고 미루다 10월 온·오프라인으로 축소해 진행한 딤프는 올해 다시 여름으로 회귀했다. 배 위원장의 전언처럼 “1, 2월까지도 정상 개최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러시아의 ‘위험한 관계’ 등 몇몇 국가의 작품들은 3월 초까지도 14일 자가격리, 백신접종 등을 감수하며 내한을 가늠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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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상영될 딤프 해외 초청작 러시아의 '레이디 해밀턴'(사진제공=사무국)

 

그래서 딤프에서 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는 영화화하고 대만, 스웨덴 등과는 합작을 시도했습니다. 해외 작품들의 수급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러시아의 ‘레이디 해밀턴’ ‘수중왕국의 삿코’, 프랑스의 ‘에펠탑’이 온라인으로 상영돼요.”

 

그렇게 제15회 딤프(6월 18~7월 5일)는 좀체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결과물이다. 


 

◇코로나19로 가능해진 딤프 출신 뮤지컬 신예들의 처음, 한국·대만 합작 뮤지컬 ‘To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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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
“원래는 대만 제작비와 배우가 투입되는 작품에 한아름 작가, 서재형 연출 등 한국 창작진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14일 자가격리 후 대구에서 한달 이상 연습을 하고 딤프 공연 후 대만 투어까지 잡혀 있었죠.” 

 

이 역시 변화무쌍한 코로나19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4월 1일을 기점으로 대만이 한국을 방문금지국으로 분류하면서 내한과 연습,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져 ‘합작’으로 급선회했다.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는 보수적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으로서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며 건축, 미술, 문학 등의 분야에 무수한 업적을 남긴 임휘인과 그를 둘러싼 세 남자의 이야기다.

 

대만 예술 전반을 지원하고 있는 재단법인 타오위안시광예기금회와 지난 12, 13회 딤프에서 ‘맨투밋’(Meant to Meat)과 ‘원 파인 데이’(One Fine Day)를 선보인 C Musical Production 그리고 딤프와 ‘왕세자 실종사건’ ‘주홍글씨’ 등의 극단 죽도록달린다가 의기투합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연극 ‘오이디푸스’, 뮤지컬 ‘외솔’, 창극 ‘아비, 방언’ 등의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 콤비작으로 대만의 장심자(張芯慈) 작곡가가 넘버를 꾸리고 기획·프로듀싱까지 책임진 작품이다.

 

“이미 한아름 작가가 대본은 완성했고 넘버도 다 있었어요. 고민 끝에 2015년부터 시작한 경연 프로그램 ‘뮤지컬스타’ 역대 수상자들과 뮤지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뮤지컬 아카데미’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딤프가 배출한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의 프로 데뷔 무대를 딤프에서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죠.”

 

그렇게 주인공 임휘인 역에 김다윤(제1회 DIMF 뮤지컬스타 대학/일반부 최우수상), 중국 현대 문학의 대모이자 휘인의 친구인 사빙심은 김도연(제3회 DIMF 뮤지컬스타 중/고등부 최우수상)이 캐스팅됐고 송창근, 왕준형, 서광현, 오동현, 정세은 등 딤프가 발탁한 뮤지컬 신예들이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되는 글로벌 창작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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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

  

“연습실이 아주 뜨거워요. 서재형 연출이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손 동작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직접 챙기는 걸 보면서 배우기에는 최고의 조건이다 싶더라고요. 딤프 출신 신예들이 첫 작품을 제대로 만났구나 싶어요.”

 

그렇게 이번 딤프에서 월드 프리미어되는 ‘Toward’는 11, 12월 타오위안 광예홀, 타이중 국립극장 등 대만투어 후 2022년 중국 투어가 계획돼 있다. 

 

“대만 버전은 대만에 맞게, 중국은 중국스럽게 변주될 거예요. 우리 창작진이 만들었다고 무조건 한국 버전을 고집하기 보다는 지역 특성과 문화에 맞추는 거죠.”

 


◇메이드 인 딤프 뮤지컬 ‘투란도트’,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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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
“시작은 10주년을 맞아 ‘웹뮤지컬, 공연실황으로 만들어보자’ 였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데서 웹뮤지컬을 준비 중이었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았어요. 고민 끝에 ‘투란도트’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영화로 만들어 보자 했죠.”

 

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 제작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 배성혁 위원장은 “아예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새로 쓰고 배우들을 캐스팅해 전혀 다르게 변주된다”며 “몇백억 제작비가 드는 볼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제대로 영화 시스템을 갖춰 제작했다”고 귀띔했다. 

푸치니의 미완성 동명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뮤지컬 ‘투란도트’를 영화로 변주한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에 대해 배 위원장은 “반대가 너무 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가 성공한 사례도 별로 없었고 공연을 그대로 영상으로 만든 게 아닌, 뮤지컬영화로 만들기는 처음이니 큰 모험이었으니까요. 코로나19 시대가 아니었으면 만들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영화는 영화다워야 하니 각색, 캐스팅 등을 아예 따로 했죠.”

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은 박유천의 복귀작인 ‘악에 바쳐’를 비롯해 ‘포겟 미 낫’ ‘파스터 디 아워’ ‘경계인’ ‘장농’ 등의 김시우 감독이 각색과 연출에 나섰고 장소영 음악감독이 다시 합류해 4개의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 출연진 역시 투란도트 역의 배다해, 칼라프 왕자 민우혁, 류 양서윤, 티무르 이정열, 알티움 성기윤 등 뮤지컬과는 다르게 꾸렸다. 

“호주가 주활동무대였던 김시우 감독이 뮤지컬 영화를 만들겠다고 한국에 와 있었어요. 중국 관련 네트워크 조언을 듣겠다고 저를 찾아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던 중 ‘투란도트’ 영화화 얘기를 듣고는 김시우 감독이 해보고 싶다고 나섰죠.”

제주돌문화공원과 대구 인근에서 장기체류하며 촬영에 임했던 투란도트 역의 배다해, 이미 약속된 ‘광주’ 공연과 병행하느라 제주-서울-광주를 누빈 민우혁, 다른 일정까지 정리하며 한걸음에 달려온 이정열과 성기윤, 카메오로라도 출연하겠다고 뜻을 전해온 최정원·김보경을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투란도트’ 영화화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19로 관광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조성에 2000억원이 넘게 투자된 제주돌문화공원도 촬영지로 사용이 가능해졌고 7미터 높이의 크레인도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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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프에서 영화화된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사진제공=사무국)

“엄마의 불행에 한을 품고 카리스마 넘치던 투란도트는 영화에서 마음도 여리고 착한, 하지만 악령이 깃든 인물로 변주돼요. 투란도트가 저주에 걸리면서 나라가 어두워지고 수수께끼를 못맞춘 사람들도 돌로 변하죠. 칼라프는 더 멋있어 졌고 칼라프를 위해 희생하고 짝사랑의 열병을 앓던 류는 연약한 시녀만이 아니에요. 칼라프의 아버지 티무르도 뮤지컬과는 달리 칼라프의 도전을 적극 지지하며 새로운 왕국을 꿈꾸죠. 뮤지컬에서는 신하들이었던 앙상블은 악령들로 등장합니다.”


배 위원장은 이같은 ‘캐릭터들의 반전’과 더불어 “새로 추가된 4개의 넘버”를 영화 ‘투란도트_어둠의 왕국’ 관전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투란도트의 솔로곡인 ‘빛이 없는 세상’과 사랑의 요정으로 카메오 출연하는 최정원·김보경의 듀엣곡이 너무 좋다”고 귀띔했다.

“다만 걱정은 뮤지컬 영화를 일반 관객들이 얼마나 봐주실까예요. 하지만 흥행 보다는 뮤지컬 ‘투란도트’를 더 많이 알리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OTT와도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죠. 잘 돼서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처럼 시리즈로 제작되면 좋겠어요. 다들 황당하다지만 전 진심인 바람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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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사진=허미선 기자)

 

“매년 4작품이었던 창작지원작이 올해는 5작품이에요. ‘조선변호사’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 ‘란’ ‘로맨스칠성’ 그리고 최초로 ‘스페셜 파이브’라는 대극장용 작품도 있죠.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작품들은 경연없이 신청을 받아 지원했어요. 코로나19로 여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으니 창작지원금도, 대학생들 작품도 지원예산을 좀 늘였어요.”


이렇게 전한 배성혁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년 소개하던 다양한 국가의 다채로운 형식의, 딤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뮤지컬들을 무대에 올리지는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었던 도전과 시도들”로 채워 ‘다시 여름’으로 돌아온 축제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투란도트’의 영화화, 대만과 협업한 ‘Toward’, 스웨덴과의 합작뮤지컬 ‘네네네’ 등과 더불어 좀 더 많은 작품에 기회를 줄 수 있게 된 창작지원작과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그리고 초청작으로 만나는 뮤지컬 ‘포미니츠’ ‘지하철 1호선’ ‘프리다’ 등. 그렇게 딤프는 다시 여름으로 회귀했다.

“축제는 사람이에요. 사람이 모이는 게 축제잖아요. 무대에 서는 배우들, 만드는 스태프들, 가장 중요한 관객들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안되거든요. 코로나19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전야제, 축하공연, 시상식, 수성못프린지페스티벌 등을 거의 못하는 게 아쉽긴 해요. 코로나19로 어려워졌지만 그래서 할 수 있는 도전과 시도들이 있으니 기대가 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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