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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신현길·장우정 대표, 박주언 센터장 “창신동에서 먹고 살고 예술하며”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뭐든지하우스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 종로여가의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이자 종로사경 상임이사,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①

입력 2021-09-10 18:00
신문게재 2021-09-10 12면

창신동 장우정 신현길 박주언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창신동 안에서 먹고 사는 것도, 잠자는 것도, 예술활동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올 3월 뭐든지하우스를 지어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의 신현길 대표는 이렇게 바람을 전했다. 정동극장,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등에서 공연기획을 하다 자신의 극단을 꾸렸던 그는 태풍이 세번이나 들이닥쳤던 2012년 창신동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장영실과 세종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야외 고궁뮤지컬 ‘천상시계’ 실패로 직원들도, 극단 배우들도 떠나보내고 빚만 떠안은 절망의 시기였다.

“대부분 옛것이고 낡았지만 활기찬 느낌이 주는 묘한 위로감에 좋아져” 2014년 아예 터를 잡은 뭔가 모를 묘한 위로감이 드는 동네” 창신동에서 여생을 보낼 것을 결심했다. 그렇게 십여년이 흘러 이제는 창신동 토박이보다 창신동을 더 잘 아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창신동 찬양론자’다.   

 

창신동 신현길
2012년 절망적인 상태에서 창신동에 매료돼 자리잡고 사회활동을 해오다 3월 뭐든지하우스를 완공하고 책방, 소극장, 예술학교,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마련한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그렇게 창신동에 자리잡은 그는 주민들을 찾아가는 예술 프로젝트 ‘창신동 문화밥상’, 세종·정조·이순신·박수근·정약용 등 역사인물체험연극, 연극·뮤지컬·봉제 등을 배우는 마을 기반형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뭐든지 예술학교’, 마을 오픈마켓 ‘꼭대기 장터’ 등을 기획·진행하며 마을 활동가, 사회적 기업가로 자리매김했다.

신현길 대표의 바람을 종로구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30군데가 모여 만들어진 종로구 사회적경제네트워크사회적협동조합(이하 종로사경) 상임이사이기도 한 박주언 종로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로컬’이라고 정의했다.

“서울에는 로컬개념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창신동이 하나의 로컬로 자리매김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면 좋겠어요. 지금까지의 트렌드는 홍대, 문래 등처럼 낭만적인 친구들이 좋아서 모여 집단을 형성하거나 자연스레 이슈화를 시켰죠. 하지만 또 다른 트렌드는 소셜밸류에 대한 목적지향성을 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기업가들에 의한 로컬화죠.”

지난 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그는 “사회적 경제가 도입되고 10년이 넘은 현재의 가장 큰 이슈는 자산화, 자생력, 지속가능성”라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공공기관의 지원에 기대지 않는 자립화를 논의하다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아트브릿지 신현길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그리고 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동네 ‘언니네 PC’방 형, 문화예술조합 창작단 활동가로 살아오다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영상 스튜디오, 셰어하우스, 공유오피스 등을 갖춘 문화예술네트워크 스페이스 아미스타(AMISTA)를 설립한 장우정 대표는 의기투합했다.


◇예술인 마을 복원을 꿈꾸는 ‘삼각편대’ 뭐든지하우스·종로여가·아미스타

창신동 장우정
창신동에서 나고 자라 영상전문가, PC방 형, 창작단으로 활동하다 올 3월 갤러리 및 편집샵, 스튜디오,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등을 갖춘 아미스타를 출범시킨 장우정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루프탑 카페 데르트르, 게스트하우스 창신동숙 등 핫한 곳도 좀 생겼지만 창신동은 골목투어가 재밌어요. 막다른 골목인가 싶은데 순간 길이 나타나고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은 건물들도 다 있거든요. 건축양식을 비롯해 섀시, 유리, 소품 등으로 그때그때 유행을 알 수 있죠. 타일로만 된 집도 있으니까요.”

장우정 대표의 말처럼 창신동은 독특한 공간이다. 복개천 위, 하늘과 맞닿은 절벽 위에 지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한양도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파른 언덕이 존재하는가 하면 도시재생으로 리뉴얼된 ‘핫’한 공간들도 꽤 눈에 띈다.  

 

창신동 장우정 신현길 박주언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봉제거리, 절벽마을 등으로 불리는 창신동은 다양한 예술가들이 머물다 간 동네이기도 하다. 99칸 큰대문집에서 살았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지금까지도 ‘청춘’을 상징하는 영원한 가객 김광석, 스물셋의 나이에 분신으로 생을 마감한 청년 운동가 전태일 열사와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소박한 일상을 화폭에 담았던 화가 박수근 등이 머물렀던 예술인들의 골목이다. 더 앞선 조선시대에는 예인, 문학가, 문장가 등이 모여 살던 예술촌이기도 했다.

그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연기자 양성원으로 故장민호 선생이 수학했던 ‘조선배우학교’, 일제강점기의 대표 불령선인 김상옥 열사의 ‘영덕철물상회, ‘아리랑’의 나운규 영화사 ‘나운규프로덕션’ 등이 자리했던 곳이다. 드라마 ‘시크릿가든’ ‘도깨비’ ‘미생’, 영화 ‘리얼’ 등의 촬영장소이기도 한 창신동에는 최근 예술청년들을 위한 사회적주택 아츠스테이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창신이즘? 그런 지역의 사조나 파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창신이라는, 낙후한 옛날 지역에 다양한 문화예술인, 영상하는 사람들의 메카가 만들어졌는데 정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가능했다는 성공사례 혹은 표본이 되면 좋겠어요.”

이어 장우정 대표는 “아트브릿지든 종로사경이든 아미스타든 다양한 연합을 통해 굳이 정부예산이나 기획시스템이 아니라 자연스레 변화를 맞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얼마 안 걸려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장우정 대표의 바람에 박주언 센터장은 “매개체는 문화예술관광이다. 문화예술관광이 중심이고 핵심키워드는 사회적 경제”라며 “가장 큰 화두는 자립, 자산화 문제”라고 말을 보탰다.

창신동 박주언
6월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창출사업 일환으로 투어리스트 소셜 카페 ‘종로여가’를 연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의식적 활동을 통해 하나의 타운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하고 있어요. 오래 전부터 문화예술, 관광 이슈를 가지고 자산화 가치가 결합된 융합사업을 한번 해보자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됐죠. 종로여가·뭐든지하우스·아미스타, 이 세 군데가 활성화되면 다른 네트워크로도 확대되고 유니크한 공간들이 새로 들어오거나 조성될 거라고 믿어요.”

이렇게 전한 박 센터장은 “각자가 가진 프로젝트를 할 때 협업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 습관들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기획단계부터 협의하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역량을 극대화해 더 큰 파이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관계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측면에서 시너지가 커요. 세 군데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로 새로운 방식의 실험을 하다보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반기 카페축제, 창신동 컨시어지 서비스 등 공동사업으로 서울 창조기지로!
 

창신동 장우정 신현길 박주언
창신동 레볼루션을 꿈꾸며 삼각편대를 이룬 사회적 기업인들. 왼쪽부터 아미스타 장우정 대표, 뭐든지하우스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박주언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사진=이철준 기자)

 

“사회적 경제라는 일관된 공통분모가 있고 소셜 임팩트를 공유하고 있죠. 더불어 사회적 경제 관련 일이나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한 협업사업을 함께 하고 있어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9, 10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는 카페축제가 협업사업의 한 예다. 신현길 대표는 “창신동에 카페가 많은데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카페들이 활성화되도록 묶어내는 사업”이라며 “그냥 카페만 묶는 게 아니라 친환경 가치를 도입해 사회적 경제를 조직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모아 일회용 컵을 줄이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카페축제에 대해 박주언 센터장은 “소셜밸류를 공유하는 지역 공동 협업사업으로 텀블러 세척공장”이라며 “주민들이 가져오면 세척해서 쓰고 반환하는 방식의 제로 웨이스트 카페 투어·축제”라고 부연했다.

신현길 대표는 “창신동 컨시어지(탐방) 서비스도 열 것”이라며 “동네주민이나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창신이라는 공간에서 지역의 역사예술, 성곽, 봉제 등 코스를 탐방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반기 출범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미스타, 아트브릿지의 뭐든지하우스, 종로여가, 창작단 등이 결합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카페축제, 창신동 컨시어지 서비스 등 지역 단체들이 힘을 합쳐 지금까지 창신동에 없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아미스타, 뭐든지하우스, 종로여가 같은 문화공간도 없었어요. 인구 1만명이 넘어가는 지역에 책방 하나가 없었으니까요. 주거 밀집지역, 문화시설 전무 등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만도 없잖아요.”

이어 신 대표는 “뭐든지하우스의 책방이나 아미스타의 영상스튜디오는 청년들이 모이는 핵심공간이 될 것”이라며 “종로여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사회적 경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지역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창신동을 영상, 연극, 무용, 음악, 문학 등을 하는 창조계급들이 모이는 서울의 창조기지로 만들고 싶어요. 그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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