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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팬 사인회에 4600만명 운집…메타버스선 가능

[안종배 회장의 인공지능 메타버스 미래세상] AI와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음악&공연

입력 2022-02-21 07:20
신문게재 2022-02-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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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가수와 인공지능 작곡가의 시대 도래

2021년 1월 29일 SBS 신년 특집 <AI vs 인간>의 첫 번째 세기의 대결 제목이 ‘야생화를 부르는 진짜 옥주현은 누구?’였다. 진짜  가수 옥주현과 인공지능 모창가수 옥주현이 노래 ‘야생화’를 부르는 대결이었다. 가수 옥주현은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AI 김광석과 ‘편지’를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어 2월 14일에 방영된  <AI vs. 인간> 최종회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AI 작곡가 ‘이봄’과 트로트 전문 작곡가 김도일의 트로트 신곡 대결이 펼쳐졌다. 인간과 AI가 각각 100일 동안 삼바 트로트 신곡을 작곡해 이를 실제 가수가 부른 후 마음에 드는 곡을 선택하는 대결이었다. 이 두 차례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에서 모두 인간이 승리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가수와 인공지능 작곡가의 실력이 최고 수준의 인간에 비해 손색 없음을 실감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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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옥주현이 SBS 방송의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프로그램에서 안공지능 가수 김광석과 듀엣을 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 캡쳐

음악 분야에는 일찍부터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12년 7월에 110년 전통의 세계적인 관현악단 런던 교향악단이 인공지능이 작곡한 ‘심연 속으로’라는 곡을 연주했다. 이 곡의 작곡가가 초기 수준의 인공지능 컴퓨터 ‘이아모스(Iamus)’였다.

구글은 2016년 6월에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AI를 만들겠다며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인공지능이 작곡한 80초 분량의 피아노곡을 공개했다. 마젠타는 독자적인 작곡도 하지만 작곡가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쉽게 작곡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마젠타 스튜디오를 개발해 오픈 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에는 룩셈부르크에서 심층 인공 신경망을 활용한 심층강화학습으로 사운드 트랙을 작곡할 수 있는 AI 작곡가 ‘아이바(Aiva)’가 탄생했다. 아이바는 음악 구성 기술을 배우고 바흐와 베토벤, 모차르트 등 유명 작곡가의 오케스트라 총 6만 곡을 소화했다. 여러 장의 클래식 음반을 발매했고 팝과 락, 재즈,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작곡가 권리협회로부터 공인받아 등록된 최초의 ‘AI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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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안공지능(AI) 작곡가 ‘아이바(Aiva)’

2016년 9월 19일 소니 산하 ‘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CSL)’는 인공지능 작곡가 ‘플로우 머신즈’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2개의 팝송 ‘Daddy’s Car’와 ‘Mr Shadow’를 작곡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Daddy’s Car’는 비틀즈 스타일로, ‘Mr Shadow’는 콜 포터와 듀크 엘링턴의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소니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을 모아 앨범으로 만들기도 했다.

2021년 캐나다의 ‘오버 더 브리지’라는 단체는 작고한 유명 가수들의 신곡을 발표하는 ‘27세에 요절한 예술가들의 잃어버린 테이프’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가수 노래 20~30곡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멜로디와 리듬을 적절하게 다듬어 신곡을 만들어 냈다. 미국의 유명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을 따라해 만든 노래는 빌보드조차 극찬할 정도였다.

이제 딥러닝을 활용한 음성·가창 합성 기술의 급격한 발전 덕분에 실제 가수의 호흡과 바이브레이션까지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생생한 목소리가 얻어지고 가수 목소리로 그가 실제 부르지 않은 곡도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팬들은 김광석이나 김현식, 신해철, 거북이 리더 터틀맨의 목소리를 사실감 있게 보고 들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최초의 AI 작곡가 ‘이봄(Evom)’이 클래식 음악을 선보였다. 이봄은 대중음악도 작곡하며 2020년 5월 남성 듀오 ‘조이 어 클락‘의 디지털 싱글 앨범 ‘달 스프’를 선보였다.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이봄과 프로듀서 누보(NUVO)가 협업해 작곡·편곡한 ‘아이즈 온 유’로 ‘하연’이라는 신인가수가 데뷔했다. 해외에선 ‘아메리칸 아이돌’로 유명한 뮤지션 타린 서던이 2018년 AI 작곡가 ‘앰퍼’의 ‘아이 엠 에이 아이’로 정식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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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인공지능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가 협연을 펼치는 모습.

◇ 확대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동 음악 활동

2016년 5월 16일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인공지능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가 함께 연주하며 대결을 펼쳤다. 53개의 손가락을 장착한 테오 트로니코는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 같은 곡을 프로세다와 번갈아 가며 연주했다

2020년 10월 29일 상명대 서울캠퍼스 계당홀에서는 AI 피아니스트와 상명대 음악학부 오케스트라, 객원 연주자가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거장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의 생전 연주기록 데이터를 AI 기술로 복원해 자동 연주 피아노를 통해 무대에서 재현한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거장의 연주에 맞춰 완벽한 협연을 들려주었다.

미래에는 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작곡하거나 AI 작곡가의 곡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아마존 웹서비스가 2019년에 출시한 ‘딥컴포저’는 PC에 연결하는 키보드로 멜로디를 한 소절 입력하고 장르를 정하면 몇 초만에 복잡한 편성의 곡을 완성해 준다. 미국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오픈 AI’가 2020년 선보인 ‘주크박스’는 오디오 사운드 자체로 120만 곡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 신경망이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음악에 맞추어 가사를 만들 수도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간 음악가와 AI 음악가가 공존하며 상호 협업을 통해 음악 시장을 확장하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게 될 것이다. 또 누구나 인공지능을 음악창작의 도우미로 활용할 수 있어 보다 유니크하고 풍성한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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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2020년 9월에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뮤직비디오를 메타버스 플랫폼 포트나이트(Fortnite)에 먼저 공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 메타버스 타고 웅비하는 음악과 공연

코로나19로 음악계와 공연계는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전 세계에 막강한 팬클럽 아미를 가지고 월드투어 공연을 진행하던 BTS 조차도 공연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멈추었던 음악 공연계가 메타버스를 타고 새롭게 웅비하고 있다. 

미국의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2020년 4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공연을 펼쳐 2770만 명의 관객에 2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2020년 9월 BTS도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포트나이트에서 처음 공개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곡이 되었다. 국내 걸그룹 블랙핑크도 2020년 9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아바타 형태로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무려 4600만 명이 모였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인 더샌드박스와 워너 뮤직 그룹은 메타버스에서 음악을 주제로 한 월드 랜드에 조성된 콘서트장과 음악 테마파크를 통해 음악 아티스트 콘서트와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적 음원 플랫폼인 플로, 지니뮤직, NHN벅스도 메타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메타버스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니뮤직은 2021년 3월 VR 메타버스를 통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실감 음악인 SF9 VP를 출시했고 2022년 2월에는 업계 최초로 라이브 메타버스 음악쇼 ‘리슨(L1STEN)’를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플레이투게더’에서 개최해 동시접속자 최대 30만 명을 기록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NFT(대체불가능토큰) 기반 음원도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스타 위켄드는 예술 경매 플랫폼에 미공개 NFT 음원을 판매했다. 수익은 229만 달러(약 26억 원)를 기록했다. 또한  린제이 로한, 미국 밴드 킹스 오브 리온, DJ 저스틴 블라우 그리고 국내의 이날치도 인기곡 범내려온다를 NFT 앨범으로 발매했다. 

경기도립국악단에서 이름을 바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몇 해 전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이라는 공연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기존 공연예술계에서 소외되었던 온라인 관객과의 적극적인 공존을 시도한 공연이었다. 총 12회차로 구성된 이 공연에서 체험형 관객은 웨어러블 카메라를 몸에 부착하고 온라인 관객의 지시에 따라 아바타 역할을 하며 공연장 구석구석을 보여 주었다. 국악 무용 AI 협업 등 4곳의 공연장에서 펼쳐진 이 공연은 메타버스가 접목된 미래 예술의 시작이었다.

서울의 마포문화재단은 올해 제14회 마포구립소년소녀합창단 정기연주회 ‘메타버스 합창뮤지컬 신데렐라’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코로나로 취소될 뻔 했던 정기연주회를 메타버스로 전환해 제작한 것이다. ‘합창’을 소재로 한 메타버스 뮤지컬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메타버스가 연극과 뮤지컬 영역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합창뮤지컬의 영역이 열린 것이다. 단원들은 자기 집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아바타로 변신해 무대를 채웠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대한민국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공동회장 daniel@cleanconten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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