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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시즌2는 왜 안나올까? 이렇게 통쾌한데!

[#OTT]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이 보여준 사회부조리
Seezn,시리즈 온,티빙통해 꾸준한 인기몰이

입력 2022-08-10 18:30
신문게재 2022-08-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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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보여주는 호흡은 ‘부암동 복수자들’에 몰입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대체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명연기를 보여준 이요원, 라미란, 명세빈.(사진제공=tvN)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나은 남이 존재할까. 2017년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의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더욱 와 닿는다. 재벌가의 딸과 재래시장 생선장수 그리고 대학교수 부인으로 살아온 세 여자와 19년 간 혼외자로 자란 10대 소년이 ‘복수’를 위해 뭉쳤다. 

합의금은 마음껏 낼 수 있는 재력과 최고의 변호인을 가진 정혜는 이요원, 사별한 뒤 두 남매를 보란 듯 키웠지만 철저히 사회적 약자로 치부되는 도희는 라미란, 남편의 가정폭력과 고아원 출신이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미숙은 명세빈이 맡아 열연한다.

소재는 독특하지만 현실적 공감이 기대 이상이다. 이들은 카페 알바생에게 갑질하던 남성이 화장실에 가자 몰래 물을 끼얹고 학교폭력 가해자이면서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모자에게 건물주란 위치를 이용해 ‘사이다’ 응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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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부작으로 완성된 ‘부암동 복수자들’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tvN)

영화의 한 장면처럼 킬러를 고용하고 돈으로 무마하는 복수가 아니다. 한번쯤 ‘해볼만하고, 해봤으면’하는 소소한 응징이다.


그렇다면 ‘부암동 복수자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만약 이들 중 누군가 대신 복수를 해준다고 해도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주인공들 간의 교집합은 전무하다. 

나이와 직장, 사회적 지위까지 겹치는 것은 유일하게 여성이라는 것 뿐이다. 재미있는 설정은 정혜와 수겸(이준영)의 관계다. 두 사람은 각자 ‘재벌의 혼외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재벌가의 막내딸로 부족함 없이 자랐으나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은 철저히 배제당한 채 숨죽여 살았던 정혜와 19년 간 부모는 죽었다고 믿고 조손가정에서 자랐던 수겸은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앙숙에 가까워야 하지만 여기선 다르다. 

  

남편이 밖에서 낳아 데려온 수겸이 처음부터 예뻤던 것은 아니다. 정혜는 오랜 시간 임신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손아래 동서가 내리 딸을 셋이나 낳았지만 시아버지는 언제나 대를 이을 아들만을 원했다. 후계자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남편의 뻔뻔함에 복수를 결심한 그는 되려 수겸을 통해 자신이 재벌혼외자로 겪었던 설움을 떠올린다. 

 

“태어난 게 죄는 아니다”는 정혜가 오랫동안 식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고 출생의 비밀을 알기 전까지 자유롭게 살아온 수겸이를 지키고자 마음 먹는다. 그런 정혜를 큰 언니처럼 챙기는 건 도희의 몫이다. 라미란이 보여주는 생활형 연기는 단연코 최고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에서의 변주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도희는 “비린내 난다”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아들의 아픔을 껴안고 기꺼이 무릎을 꿇는 인물이다. 

 

그에게 자존심이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도구일 뿐 비굴함은 1도 없다. 학교 선생이 된 딸이 첫 부임한 학교에서 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을 때의 복수는 변비약을 타고 의자에 접착제를 붙이는 정도였지만 그 분노를 표정으로 누르는 연기는 거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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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중 비하인드 컷. 케이블임에도 방영 당시 6%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사진제공=tvN)

 

좀 더 큰 복수를 원하는 두 사람과 달리 미숙은 중재자에 가깝다. 조용히 “그들과 똑같은 악행을 벌이는건 반대”라며 꼿꼿함을 유지한다. 어리숙한 세 사람이 만화책으로 복수의 기본 플롯을 공부하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긴 이 신에서도 유일하게 눕지(?) 않고 속독을 이어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근면하고 소박했던 평교사 남편이 교육감 후보로 나서며 폭주하는 걸 알면서도 티 내지 않고 조용히 내조를 이어온 건 낮은 자존감이 한몫 했다. 아이들에게는 흔한 소소한 실수에도 바로 응징을 당했던 고아원에서의 버릇이 평생을 간 것. 

 

유학간 아들이 비운의 사고를 당해 세상을 뜬 것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무조건 남편에게 순종하지만 마지막에는 가장 크게 웃는 인물이기도 하다. 술만 마시면 손찌검을 해대는 남편에게 보약으로 속여 기력이 떨어지는 한약을 먹이기도 하고 결국에는 ‘빅엿’을 안기며 폭력의 고리를 끊고 딸을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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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 활동하다 사실상 첫 연기 데뷔를 한 ‘부암동 복수자들’의 이준영. 이후 넷플릭스의 ‘모럴렌스’로 이어지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을 이때부터 발산한다. (사진제공=tvN)

 

갑자기 나타난 친부모가 자신을 이용만 하려는 작태에 화가 나 복수를 결심한 수겸도 결국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것은 조건 없이 풍족한 조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당당하고 구김살 없는 그의 행동은 복수클럽의 다른 멤버인 정혜, 미숙, 도희를 은연 중에 변화시킨다.

 

사회적 계층을 넘어 가성비 좋은 복수를 펼치는 현실 응징극의 한 축은 조연이라고 하기엔 주연급 활약을 펼친 배우들이 맡았다. 수겸의 생모이자 철부지 내연녀 역할의 수지(신동미)와 발음을 조심해야 하는 주길연(정영주)의 갑질은 곳곳에서 웃픈 현실을 반영한다. 자식을 앞세워 이들이 보여주는 민폐의 면면은 사실 뉴스면에서 자주 만났던 ‘꼴값’에 가깝다.

 

여기에 정혜의 이복언니 정윤(정애연)이 보여주는 냉철한 승계싸움은 학교, 가정폭력, 성추행 등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과 더불어 차가운 현실을 각인시킨다. 일각에서는 말한다. 최고의 복수는 그들보다 잘 사는 것이라고.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복수를 성공했다. 그나 저나 시즌2는 언제쯤? 채널 Seezn,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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