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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예계 '사조직'의 여행기를 굳이 봐야겠다면! 디즈니+'인더숲 우정여행'

[#OTT] 디즈니+ 예능 '인더숲 우정여행'
BTS 뷔의 제안으로 급작스럽게 잡힌 절친 5인방 여행기

입력 2022-10-19 18:30
신문게재 2022-10-20 11면

인더숲 : 우정여행7
방송이 아닌 친분으로 시작된 ‘인더숲 : 우정여행’의 한 장면.(사진제공=디즈니+)

 

다섯 명의 남자들이 모여 우르르 배달음식을 먹는다. 게다가 맏형은 지각, 막내는 자신이 제안한 여행에 대해 설명하지만 듣는 이는 없는 것 같다. 한명은 싱어송라이터, 나머진 가수거나 가수 출신의 연기자거나 원래 배우라는 흥미로운 조합이 눈에 띈다.

그 중 세 명은 한 드라마(KBS2 ‘화랑’)에서 만났고 그 세명 중 두명은 아카데미를 섭렵한 한 영화 ‘기생충’에 출연했다. 이들은 박서준-픽보이-최우식-박형식-방탄소년단(BTS) 뷔. 디즈니+의 예능 ‘인더숲: 우정여행’의 최신편이다.

정확히는 올해 7월 22일부터 방영된 연예계 절친들의 4부작 여행기로 JTBC가 힐링 예능을 표방하며 편성했고 제작은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가 맡았다. 보기만 해도 안구정화가 느껴지는 이들의 여행기는 사실 뷔의 아이디어였다. 

 

인더숲 우정여행
다섯 명의 평소 모습이 담겨있는 포스터. 제작진들이 가장 포샵을 공들인 사진이 아닐까 싶다.(사진제공=디즈니+)

‘우리는 가족’의 준말인 ‘우가패밀리’라 불릴 정도로 끈끈한 다섯 명은 각자의 살인적인 스케줄로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에 아예 공통된 일정을 만들면 가능하겠다는 막내 뷔의 순진한(?) 생각이 ‘인더숲: 우정여행’을 만들었다.

  

각자가 속한 소속사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이들이 만약 개인적인 휴식 시간에 이렇게 뭉쳐 여행을 떠난 사실을 팬들의 SNS나 뉴스면으로 접한다면 매니지먼트사의 입장에서는 모골이 송연해질 일이다. 혈기왕성한 다섯 남자들이 만드는 여행은 추억이라 쓰고 ‘공인의 무게를 견뎌라’로 해석해야 하는 게 요즘 연예계니까.

어쨌거나 제작진들은 촬영 3일 전에 급히 회의를 소집하고 그들이 가고 싶은 곳을 섭외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걱정은 되려 본인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방송 중간 중간 ‘우리가 노는 게 과연 볼 게 있을까?’를 여러 번 되뇐다. 박서준과 최우식은 이미 ‘윤스테이’를 통해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다. 같은 방에서 자고 먹고 또 일하는 이들의 티키타카는 나영석PD의 선구안을 증명했다. 하지만 ‘인더숲: 우정여행’은 결이 다르다.

 

윤여정과 이서진 사이에서 제 몫을 소화하면서도 개구졌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똑같이 카메라는 존재하는데 뭔가 한겹 더 벗겨진 친분이 슬그머니 드러나는 식이다. 무엇보다 맏형인 박서준이 보여주는 듬직함은 ‘과연 빈틈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다.

여러 작품과 예능에서 보여준 반듯함을 기본으로 친한 사이여서 자연스레 보여지는 무너짐이 인간미를 더한다. 자신이 모델로 있는 비비고 브랜드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주는 영민함도 밉지 않을 정도다. 그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픽보이조차 뮤지션이란 타이틀이 주는 스테레오 타입인 ‘발랑까짐’과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 순간 그리고 데뷔 후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온 에피소드들까지 과하지 않게 녹아있다.

 

인더숲 : 우정여행8
여자들끼리도 잘 안하는 ‘커플 잠옷’을 입고 신나하는 다섯 명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사진제공=디즈니+)

 

3박 4일이란 짧은 일정이지만 오롯이 같이 모이는 순간이 없는 점도 ‘인더숲: 우정여행’의 매력을 더한다. 중간에 합류한 최우식과 먼저 떠나야 하는 박형식의 모습은 이들이 여전히 월드클래스급 인기를 구가하며 K콘텐츠를 이끄는 주인공들임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박형식은 실내 수영장에서 누구보다 신나게 물장구를 친다. 정해진 일정을 위해 새벽출발 직전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행여 그들이 잠을 깰까 미리 짐을 챙기는 모습도 정겹다. 데뷔 이후 공백없이 활동한 여러 스타들의 모습 속에서 누구보다 근면하기로 유명한 박형식이기에 대놓고 노는 그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다.

 

인더숲 : 우정여행2
1일 1일정으로 피로함을 덜한 ‘인더숲 : 우정여행’의 한 장면.(사진제공=디즈니+)

 

그렇다고 미리 올라가는 박형식을 위해 기꺼이 짐을 들어주거나 안 자고 기다리는 다정함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내일을 위해 당연하다는 듯 불을 끄고 코를 골며 꿀잠을 자는 모습으로 ‘찐친’의 면모를 과시한다.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매끈한 평소 모습 대신 수염이 듬성듬성 난 ‘오빠들’의 모습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코디네이터 없이 자기 옷은 자신이 준비하자”를 모토로 삼아 평소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어복 (魚腹)이 없는데도 제철인 가자미를 배 한 가득 잡고 어린시절 이후에는 타 본적이 없는 스케이팅에 열을 올리는 풋풋함은 덤이다. 

 

그들은 “우리가 노는 모습이 재미있을까?”라고 자조했지만 아침식사 상황극을 하고 동성끼리 친근한 모닝 뽀뽀도 불사하며 태연하게 낮잠을 자는 다섯 남자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무장해제돼버리고 만다. 여행가서 술을 마시면 해장으로 끓여 먹는 라면, 바베큐 고기는 삼겹살, 겨울 바다를 향한 환호 등 ‘사람사는 건 모두 똑같다’는 결과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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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써주는 각자의 별명을 발견하는 것도 이번 예능의 꿀잼이다.(사진제공=디즈니+)

 

마지막으로 뷔는 이들과의 여행 말미 술에 취해 울며 인간미를 드러낸다. 다음날 왜 울었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멘트를 뱉어내는 모습이 참 ‘보통사람’스럽다. 형들은 그가 느꼈을 외로움, 또래보다 많은 걸 누리지만 그만큼 힘들었을 상황을 다독인다. 자세한 걸 캐묻지 않고 “기억이 안나?”라고 놀리지만 눈빛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암묵적인 미소를 보낼 뿐이다.

만약 이들이 ‘인더숲: 우정여행’에서조차 연기를 했다면 분명 아카데미감이다. 픽보이가 “평소대로 하는데 욕만큼은 하면 안되는 거죠?”라고 했을 만큼 미디어 속 다섯 남자들의 속내가 꽤 달달하게 담겨있다. ‘그래 한번 놀아봐’라고 판을 갈아준 제작진의 의도가 가장 잘 살아있는 이런 예능을 다시금 보고 싶을 정도로.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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