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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부인 전미도 “기괴하고 어리석지만 결국 인간”

[Hot People]무대 위 프리마돈나!뮤지컬 마니아들이 간절히 돌아오기를 바라던 ‘스위니토드’의 러빗부인 전미도
화제의 신작 ‘물랑루즈’의 두 헤로인 아이비와 김지우

입력 2022-12-12 16:00
신문게재 2022-12-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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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부인 전미도(사진제공=오디컴퍼니)

 

“사실 겹치는 스케줄이 있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을 때 김지현이 엄청 졸랐어요. 이번에 ‘스위니토드’를 할 수 있었던 건 50%가 지현이 덕분이죠. 린아씨도 그렇고 ‘번지점프를 하다’ ‘닥터 지바고’ 등을 함께 했던 강필석 오빠, ‘영웅’ 이후 10년 만에 만났고 이번 시즌 ‘엘리자벳’ 죽음으로 반해버린 신성록 등 같이 했던 배우들도 있으니 제가 조금 느려도 도와줄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다행히 겹치던 스케줄이 미뤄지면서 ‘스위니토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오히려 제가 시간이 제일 많았어요.”


뮤지컬 ‘스위니토드’(2023년 3월 5일까지 샤롯데씨어터)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2017년)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전미도는 6년만에 다시 러빗부인(전미도·김지현·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으로 무대에 설 마음을 먹은 데 대해 이렇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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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부인 전미도(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마니아들이 간절히 돌아오길 바라던 그가 2016년에 이어 러빗부인으로 무대에 오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또 다른 러빗부인 김지현은 2019년 ‘스위니토드’에 합류했다. 두 사람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왕세자실종사건’ 등을 함께 한 10년 지기 절친으로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도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기괴하고 어리석지만 결국 사람

“스케줄 때문에 지난 시즌도 놓쳤고 이번에 안하면 또 언제 하게 될지 모르겠다 싶었어요. ‘잘했다’고 칭찬받은 역할이니까 이번에도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때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봐주실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최대한 안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게 항상 득이 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무소불위 권력자의 욕망으로 아내와 딸을 잃고 추방된 이발사 벤자민 바커(강필석·신성록·이규형)의 유혈낭자 복수극이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작사가이자 ‘어쌔신’ 등의 유명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2007년 초연된 후 10여년만인 2016년 재연, 2019년 3연에 이은 네 번째 시즌이다.

“2016년 처음 러빗부인을 제안 받았을 때는 제가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몇번 고사를 했어요. 하지만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정말 다양한 배우들이 이 역할을 했다는 걸 알았죠. 대본 설정처럼 꼭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기로 결정을 했어요. 막상 해보니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고 이 역할이 진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러빗부인은 대사가 굉장히 빠르고 많은 데다 감정의 낙차가 커 쉽지 않은 캐릭터다. 설상가상 2019년 무대가 변화를 맞으면서 2016년과는 동선이 정반대 방향으로 바뀌었고 1층과 2층, 무대 좌우, 앞뒤를 최대한으로 쓰며 움직여야 하기도 한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배우로서는 또 엄청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1층에서는 거지 여인한테 막 화를 내다가 2층에 올라가 짝사랑하는 토드한테는 애교를 떨면서 좋은 사람인 척하는 러빗을 연기하는 쾌감이 굉장히 커요. 정말 미친 여자 같고…참 묘하게 재밌죠.”

그리곤 “처음 러빗을 할 때보다 6살을 더 먹다보니 체력적으로 좀 많이 힘들긴 하지만 이 인물을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며 “이전에는 설정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이제는 한 인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 여자의 절박한 상황, 잘못된 욕망…그게 결국은 사람이 가진 연약함이고 어리석음이며 미련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 초반에 토드가 물어요. 추방당한 그 사람의 죄명이 뭐냐고. 그때 러빗이 ‘어리석음’이라고 답하죠. 결국 이 작품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말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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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부인 전미도(사진제공=오디컴퍼니)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비틀린 욕망

“처음 목표는 이상한 여자였어요. 하지만 점점 한 인간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물을 만들었어요. 그 인간적인 면은 토비아스(윤석호·윤은오)를 통해서 나타나는 지점인데…이상하게 이 역할은 인간적인 면을 표현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사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 두 가지 측면이 너무 극단에 있어서 오가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전미도가 언급한 토비아스는 사기꾼 이발사 피렐리의 조수였던 소년으로 학대 끝에 버림받고 토드, 러빗부인과 함께 지내게 된다. 자신을 살뜰하게 챙기는 러빗부인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인물로 초연 당시 홍광호와 한지상이 연기해 주목받았던 캐릭터다.

“저 혼자 대본에서 근거들을 찾았는데 ‘은밀하게 그들을 원했다’는 가사가 있어요. 제가 끼워 맞춘 생각이기도 하지만 러빗의 남편은 살아 있는 동안 하반신을 쓸 수 없어 하루 종일 앉아만 있었어요.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남자와 살면서 혼자 생계를 책임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그런 러빗에게 위층에 살던 이발사 벤자민 바커의 가족은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 아이까지 너무 행복하고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었고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전미도는 털어놓았다.

“그런 가정이 무참히 깨지고 그 남자가 15년만에 돌아왔어요. 그 사람을 도울 사람은 저(러빗부인) 뿐이죠. 그걸 이용해서 어떻게든 내 남자로 만들고 싶고 꿈꿔왔던 가정을 이루고 싶지 않았을까 저 나름대로의 해석과 드라마를 만들었죠. 제 해석이니 정답은 아니지만 토드와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건 분명해 보여요. 토비아스를 대하는 러빗부인의 행동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꿈을 위해 토비아스를 가족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뮤지컬 스위니토드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 중 스위니토드 강필석(왼쪽)과 러빗부인 전미도. 두 사람은 2018년 '닥터 지바고' 이후 5년만에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사진제공=오디컴퍼니)

 

그렇게 토드에 집착하는 러빗의 비틀린 욕망은 “(토드와만 공유하던 비밀을 토비아스가 알게 됐을 때) 토비아스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지하에 가둔다”며 “러빗은 어떤 급박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머리를 굴려 해결책을 찾는 여자였지만 토비아스만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몰라서 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확실히 그 아이(토비아스)에게 감정이 남달라서 섣불리 뭔가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비록 악하고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하지만 관객들이 극을 끌고 가는 인물로서 매력을 느껴야하기 때문에 러빗의 좀 엉뚱하거나 유머스러운 면들을 잘 살려보고자 했어요. 단순히 웃기기 위함이 아니라 이 여자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데 중점을 뒀죠.”

 

◇유명 작곡가의 혁신적이고도 어려운 음악에 실린 사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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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부인 전미도(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배우로서는 부끄럽지만 사실 전 음악을 잘 몰라요. 그런데도 이 음악이 참 잘 쓰여졌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너무 좋아요. 여전히 연극배우라고 생각하는 저에게 러빗부인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그의 음악들이 아리아가 아니라 거의 대사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이에요. 말하는 것처럼 그 노래 안에서 스토리텔링을 하려고 노력 중이죠.”


아카데미, 그래미, 올리비에 등 뮤지컬, 영화 시상식을 휩쓴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토드’ 음악에 대해 “그 매력을 한번 느끼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자신이 연기하는 러빗에 대해 전미도는 “회를 거듭할수록 이 작품에서 러빗부인이 맡고 있는 위치가 상당히 중요하고 그 부분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리고 관객들과 주고받는 대사에 녹인 시대상들도 포인트”라고 밝혔다.

“인육파이를 만든 건 어떻게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먹고 살려고 하기 싫은 일도 하고 남 욕도 하잖아요. 러빗은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로 표현됐지만 먹고 살자고, 내가 이익을 보자고 윤리의식이고 뭐고 다 없어진 인물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잖아요.”

이어 “그래서 인육파이를 만드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되면서도 블랙 코미디처럼 넘어가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시대는 굉장히 먹고 살기 힘들었어요. 암흑기였죠. 그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굉장히 잘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로 다들 고통스럽잖아요. 그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문제 같아요. 그 시대랑 똑같지는 않아도 윤리나 도덕성은 여전히 무너져가고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거든요. 상상할 수도 없는 혐오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그 사실을 이 작품이 꼬집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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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부인 전미도(사진제공=오디컴퍼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 이어 ‘서른, 아홉’까지 드라마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을 이해하지 않으면 혹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지 않으면 인물을 표현하는 데 한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전미도는 “인생 공부, 사람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일부러 휴식기를 가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공부를 했고 깨달음을 얻었죠. 결국 나는 강한 사람이다, 선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난 참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간엔 자신감도 떨어지고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 생각할 때도 있었거든요. 저는 이상적인 사람이지만 긍정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것도 아니었는데 쉬면서 제가 살아온 길을 되새겨 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제가 좀 더 좋아졌어요. 제가 살아온 길이, 그 인생이 참 마음에 들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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