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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이 배우'가 '또' 탈것만 같은데?

영화 '타르'속 미친 연기력 보여주는 케이트 블란쳇

입력 2023-02-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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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력은 이미 유명하다. 영화 ‘블루 재스민’으로 여우주연상을, ‘에비에이터’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오스카의 단골손님으로 불린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아쉽게도 올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은 양자경이 아닐 것이다. 22일 개봉을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의 정점에서 시작한다. 폐쇄적면서 동시에 고지식한 클래식계에서 레즈비언으로 일찌감치 커밍아웃을 하고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실력 덕분이다.

예민하지만 카리스마 있고 비밀도 많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대범함을 지닌 타르는 일과 사랑을 모두 손에 쥔 인물이다. 노련하고 지적인 인물의 엑기스랄까. 극 중 제1바이올리니스트이자 리디아의 아내로 나오는 독일의 대표 배우 니나 호스는 “내가 만난 시나리오 중 가장 팽팽한 권력의 줄다리기를 담은 작품”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타르의 본명은 ‘린다’다. 그가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로 한 순간에 추락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자 그의 가족은 “숨을 곳이 필요했구나”라고 조롱한다. 세계적으로 극찬 받는 ‘천재 음악가’ 리디아로 불리는 린다의 실명을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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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칠드런‘ 이후 16년 만에 연출자로 복귀한 토드 필드 감독의 ’타르‘의 공식 포스터. 오는 3월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추가로 지금까지 22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그 중 53개 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타르’는 압도적이면서 동시에 고혹적이다. 아내와 함께 공개적으로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타르는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배워온 남성성을 딱히 배제하지‘도’ 않는다.

 

딸이 괴롭힘을 당하자 “난 페트라의 아빠야. 한번만 같은 일이 벌어지면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어른들에게 말해도 변한 건 없을거야. 네가 말하는 어른들이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이니까”라고 겁박한다. 

 

 

영화 초반 재단사가 맞추는 마에스트로의 자켓을 비롯한 극중 패션은 여성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출장길에 쓰는 야구모자 조차도 젠더로서 철저히 남성적이다. 

 

이런 시각조차 문제가 많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타르’는 인종과 남녀를 넘어선 인간의 욕망을 다루면서도 전혀 진부하지 않다. 되려 철저히 차별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주인공의 타락’을 농밀하게 다룬다.


음악적인 천재들만 간다는 줄리어드를 “브랜드”라고 말하고 한국인 사라 장의 음악을 듣고 클래식계에 입문했다는 흑인을 비웃는다. ‘타르’의 흥미로운 점은 그가 그토록 무시했던(것처럼 연출된) 동양의 한 나라에서 게임 콘서트를 지휘하는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화 말미 이름도 모를 동양의 한 나라에서 웃고 수영하는 남녀를 바라보는 폭포 뒤 리디아의 모습은 ‘타르’가 가진 확실한 주제다. 그들과 결코 섞이지도, 섞일 수도 없다는 일말의 자존심과 평범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 순간 말이다. 

 

확실히 ‘타르’가 보여주는 영상미는 남다르다. 그의 오른팔이자 비서였던 프란체스카와 젊은 러시아인 첼리스트 올가까지 타르를 향해 교차하는 욕망은 끈적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의 활을 팽팽하게 만드는 아교(阿膠)의 점성 그 자체다.

사실 ‘타르’는 자세한 스토리를 모르고 가야 한다. 배우들 자체만으로 빛나지만 음악 문외한조차 ‘이것이야 말로 예술’임을 깨닫게 만드는 순간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케이트 블란쳇은 이 영화를 위해 피아노와 지휘는 물론 독일어까지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객들은 유독 ‘아카데미 충성도’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토드 필드 감독의 16년 만의 연출 복귀작인 ‘타르’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6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어떤 부문이든 수상에 ‘가장 유력한’ 영화임은 틀림없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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