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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배우들이 '다'했다… '파묘'가 이끈 오컬트를 코미디로!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핸섬가이즈', 피 철갑만큼이나 웃음 '철철'

입력 2024-06-11 19:07

핸섬가이즈
무엇보다 평소 요가로 다져진 박지환의 하체 연기를 주목한다면 ‘핸섬가이즈’를 보는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사진제공=NEW)

 

박장대소할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영화 ‘핸섬가이즈’의 웃음은 생각지도 못하게 나오는 방귀에 가깝다. 괄약근 조절이 용이한 20대의 가스 분출이 아니다. 아침부터 복통에 시달리거나 뭐를 잘 못 먹은 뒤 나오는 독한 냄새도 아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나와버리는 바로 그 민망함. ‘핸섬가이즈’의 웃음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닮았다.



30대 후반과 40대 중반의 두 남자의 직업은 목수. 10년간 모은 돈으로 한적한 산 밑에 전원주택을 샀다. ‘실물과 100% 동일’이라고 나온 사진의 매물을 기대했건만 과거 동네 신부의 사택이었던 이 곳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다. 천장은 무너져 내려있고, 벽지도 아닌 페인트는 다 벗겨 졌으며 창문도 깨진 상태다.

관객들은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의 미간 주름을 보고야 만다. 사실 그들은 아마도 이 집을 매물로 내 놓은 중개인을 당연히 암매장 시킬거라는 결론을 예상한다. 하지만 이들은 낡디 낡은 침대와 냉장고, 그리고 기본 주방 용품이 옵션인걸 알고 헤맑게 계약한다.  

 

'핸섬가이즈' 출연진
배우 박지환(왼쪽부터), 이희준, 공승연, 이성민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핸섬가이즈’ 시사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평생 섹시하고 터프한 외모를 갖춘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은 사람들이 외모로 자신들을 두려워 한다는걸 모른다. 잊지 못할 첫인상으로 이사 첫날부터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만 목수인 그들은 차에 잔뜩 실은 전기톱과 망치, 쇠파이프로 집을 고칠 생각에 들뜬다. 그 모습을 본 주변사람들은 하나 둘씩 그들을 연쇄 살인마 혹은 범죄자로 오해하기 시작한다.

꿈꾸던 유럽풍 드림하우스에 입성했지만 집은 상상외로 고칠게 많다. 우연히 발견한 지하실에서 은총알이 든 권총을 발견하지만 그마저도 “비싸보이니 전주인에게 돌려주자”며 매매를 하자마자 동네를 뜬 중개인에게 연락을 취한다. ‘핸섬가이즈’의 웃음은 중반부를 기점으로 호러와 오컬트 장르를 오간다. 사실 집 근처의 펜션에는 유명 골프선수와 친구들이 놀러와 있다.

곧 미국진출을 꿈꾸는 프로 골퍼인 성빈은 평소 마음에 둔 미나(공승연)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사실 여기엔 숨겨진 사연이 있다. 부와 명예를 물려받은 망나니들로 이번엔 미나를 희생양으로 점찍은 것.밤낚시를 나온 재필과 상구는 자신들을 보고 놀라 물에 빠진 미나를 구하는데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납치극으로 확신하며 영화는 본격적인 공포영화의 수순을 밟는다.

사실 ‘핸섬가이즈’는 성빈 일행이 매니저를 무시하고 도로에 뛰어든 염소를 치고 그냥 도망가는 떡밥을 던지며 이 영화의 비극을 슬쩍 흘리는 영민함을 발휘한다. 외모는 거칠고 사납지만 길에서 발견한 동물 사체를 묻어주고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두 사람과는 대조적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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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 것”, 이것이 ‘핸섬가이즈’가 주는 명확한 교훈이다.(사진제공=NEW)

 

중세시대에서 염소 혹은 산양의 머리를 가진 사탄이 등장하는건 그들의 차 번호가 ‘6666’인데 마지막 번호가 진흙에 가려 안 보이는 점, 그리고 구마의식으로 봉인된 존재들이 집의 지하실에 있음을 대놓고 드러내지만 코미디로 흘러가는건 100% 배우들의 힘이다.

사실 미나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자신을 구해준 걸 알고 친구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사실 친구들의 목적은 춥다고 빌려준 명품 자켓에 든 성빈의 휴대폰을 찾는거다. 그 와중에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다 말벌을 내쫓고 화단으로 쓸 나무 상자가 관으로 오해받으며 슬랩스틱 코미디가 펼쳐지는데 재필과 상구의 험악한 외모 설정이 8할이라 시체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웃음이 터진다.

결국 동네 경찰들이 그들의 드림하우스를 급습하지만 그마저도 어이없게 미나 친구들처럼 악령에 지배 당하며 ‘핸섬가이즈’는 한국에 없던 코미디의 한 획을 긋는다. ‘연기구멍’이 없는 이성민과 이희준이 망가진(?) 연기는 기대이상이다.

올챙이 배를 가감없이 드러낸 형 이성민은 호피무늬를 덧댄 저지 후드티로 거칠게 살았지만 패션만큼은 포기 못하는 아재력을 선사하며, 소녀같은 감성으로 흡사 뮤지컬의 한 장면 같은 춤실력을 보여주는 이희준의 말랑한 연기톤은 ‘핸섬가이즈’를 결코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김지운 감독의 발칙한 초기작 ‘조용한 가족’에 비견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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