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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누가 '플레인'을 팝콘무비라 했나… 먹을 생각조차 안 들게 만드는데!

2023년 첫 액션 생존 스릴러 장르에 충실
제라드 버틀러 프로듀서로 참여, 세상에 없을 법한 파일러 연기

입력 2023-03-12 17:09

플레인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할리우드 배우 다니엘라 피네다와 중국계 뉴질랜드 배우인 요손 안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기대 이상이다. (사진제공=㈜누리픽쳐스)

 

본의 아니게 ‘후진 노선’만 맡았다. 다들 자신을 미국인으로 알지만 그건 파일럿 브로디(제라드 버틀러)에게 모욕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군용기를 주로 몰았던 베테랑이다.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혼 후 안정적인 삶을 위해 일반 항공사에 취직한다. 하지만 주요 노선에서 술 주정을 부리며 스튜어디스를 희롱하던 승객을 한 손으로 제압하는 모습이 유튜브에 뿌려지며 본사에서 좌천(?)된다. 설상가상 3년 전 아내는 하늘로 떠나고 딸은 자신이 사는 싱가포르가 아닌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영화 ‘플레인’은 제라드 버틀러의 첫 재난영화이자 그가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느라 돌아가야 하지만 승객 14명만 태운 새해전야의 텅 빈 비행기는 적자를 운운하며 그냥 뚫고 갈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번개를 맡아 통신두절과 함께 필리핀의 한 섬에 비상착륙하게 되고 그 곳이 국가에서도 손 쓸 수 없는 무장 세력의 소굴이란 것을 알게된다.

‘플레인’은 시작부터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무엇보다 공황장애나 폐쇄공포증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절대 보면 안된다. 적어도 멀쩡하던 비행기에서 난기류라 불리는 터뷸런스(TURBULENCE)를 제대로 경험해 봤다면 상상이상의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만큼 ‘플레인’은 기상악화로 전원사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인류애, 그리고 세상 어딘가에서 발생되고 있는 납치와 사건사고까지 사실적인 비극을 생생하게 담는다. 

 

플레인1
영화 ‘300’을 시작으로 ‘백악관 최후의 날’, ‘모범시민’, ‘p.s. 아이 러브 유’ 등 다수의 작품 출연으로 국내외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플레인’이 오는 15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누리픽쳐스

 

사회적 메세지만 강조하거나 추락의 아슬아슬함만 그리면 진부할 법한데 제라드 버틀러의 선택은 역시나 영민하다. 흡사 ‘테이큰’에서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승객을 구하려는 기장의 모습으로 바뀐 모습이다. ‘플레인’의 독특한 설정은 평범한 승객들 사이에 항공사 직원들만 알고 있던 살인 용의자 가스파레(마이클 콜터)가 탑승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직 프랑스 용병으로 15년 전 사건으로 발리에 숨어 지내온 인물. 불시착한 비행기로 인해 수갑찬 모습이 드러나 모두에게 불안을 안기는 존재다. 하지만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총기와 밀림, 무장 세력을 경험한 사람은 가스파레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영화적 재미를 안긴다.

다소 뻔한 전개지만 승객들은 균열하고, 무장세력들은 늘 그래 왔듯 그들을 납치해 가족들과 정부에 돈을 요구한다. 항공사의 위기 응대팀은 언론에 알려지는 치명타 대신 비공식 사설용역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 든다. 영화는 그렇게 본격적인 액션에 돌입하는데 평범한 기장이었던 브로디와 사연 많은 살인자 가스파레의 연대가 ‘플레인’의 본격적인 재미를 더한다.

물론 영화가 가진 인간애의 정의와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법이 아닌 총으로 지배되는 불시착한 섬은 물론 가상임에도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의 또다른 압축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미개한 아시아 비하가 곳곳에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백인 우월이나 영민함이 도드라지지도 않는다. 어디서나 돈과 법 앞에 책임회피와 비굴함으로 생존하려는 모습은 인종을 떠나 모두 똑같이 그려진다. 하지만 ‘플레인’은 그 현실의 시간을 잊을 정도로 반전의 반전이 상당하다.

‘범블비’, ‘트랜스포머’ 시리즈, ‘지.아이.조 2’등을 프로듀싱한 액션 장르의 대가인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가 제작진으로 참여했으니 대중적인 재미는 평타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플레인’은 현실에 없을 법한 이 시대의 리더를 다루지만 그렇기에 더욱 영화적 책임을 더한다. 단 한번도 시계를 보지 않고 빠져 들게 만드니까. 팝콘을 먹으려 해도 손에 땀이 나 쥘 수 조차 없다. 107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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