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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시 의무 코앞인데… 기업 절반, 준비에 진땀 “연기해야”

입력 2023-08-27 12:32
신문게재 2023-08-28 5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의 모습.(사진=연합뉴스)

 

#1.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없고 표준 플랫폼도 없어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측정하고 공시해야 한다. 이래선 투자자들도 상호 비교가 불가능하고, 기업만 공시정보에 대한 모든 위험 부담을 지게된다.



#2. 배출량을 측정하는 전사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3~4년이 소요되고, 스코프3(공급망 전체 배출 탄소량) 공시나 연결기준 스코프1(직접 배출 탄소량)·스코프2(간접 배출 탄소량) 공시는 당장 불가능하다.

#3. 내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 인력이 없어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는데 전문성과 신뢰도가 우려된다. 그럼에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컨설팅·인증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ESG 공시가 의무화되지만, 여전히 ESG 공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 목소리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국내기업 100개사 ESG 담당 임직원들에게 ESG 공시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0%가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했다. 책임면제기간은 배출량 측정과 검증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일정기간 동안 ESG 공시정보에 대한 기업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응답자 27.0%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2025년, 나머지 상장사는 2030년부터 의무화하고 코스닥 기업은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은 2027년부터로 앞당기고, 자산 5000억원 이상 코스닥기업도 포함해야 한다”는 14.0%에 그쳤다.

ESG 공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ESG 담당 임직원 대다수가 인식하고 있었다. 88%가 ‘ESG 공시는 중요하다’고 했고, 2.0%만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나머지 10.0%는 ‘보통’이었다. ESG 공시가 중요한 이유로는 △이해관계자에 중요한 정보(46.6%)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위험·기회 요인 파악(30.7%) △기업의 ESG 성과 개선 유도(12.5%) △비재무적 측면의 기업 성과 파악(9.1%) 등을 꼽았다.

현재 ESG 자율공시 중인 기업은 53.0%, 준비 중인 기업은 26.0%, ESG 공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 기업은 21.0%로 집계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대표되는 현행 ESG 자율공시는 의무공시와 달리 공시항목, 공시정보에 대한 책임 등에서 자유롭다는 차이점이 있다.

ESG 공시에 대한 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ESG 자율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들 중 90.6%가 ‘전문기관을 활용’하고 있었고, ‘내부인력만으로 공시’하고 있는 곳은 9.4%에 그쳤다. 공시를 위한 자체 ESG 전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14.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준비 중(46.0%)이어거나 ‘계획 조차 없는’(32.0%) 상태였다.

 

화면 캡처 2023-08-27 110920
(자료=대한상의)

 

ESG 공시에 투자하는 비용은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이 50.9%로 가장 높았고, ‘2억원 이상’도 28.3%에 달했다.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과 ‘5000만원 미만’은 각각 11.3%, 9.5%로 나타났다.

기업 ESG 담당 임직원들은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해서도 “여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절반에 가까운 44.0%가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현재 공시 중’은 32.0%였고, ‘준비 중’은 24.0%였다.

그러면서 조사에 참여한 ESG 담당 임직원 61.0%가 “전체적인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스코프3 공시는 대기업도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30.0%는 ‘2027년부터 모든 항목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고, ‘업종별로 부담되지 않는 2~3개 항목들부터 도입 후 차츰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8.0%나 나왔다.

특히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기준을 바탕으로 국내 ESG 공시제도가 수립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하기보다 국내 상황에 맞춰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74.0%로 우세했다. ‘상장사 대상으로 ISSB 기준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6.0%뿐 이었다.

게다가 자회사·종속회사 등 ESG 정보를 모두 포함해 공시하는 연결기준 공시에 대해 ESG 담당 임직원들은 큰 부담감을 토로했다. ‘개별회사 정보만 공시하고 추후 확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77.0%로 ‘종속회사까지 모두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22.0%)보다 훨씬 많았다. ISSB 공시기준에 포함된 기후리스크 시나리오 작성 항목도 ‘기업 자율에 맡겨 달라’는 응답이 65.0%를 차지했다.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는 △협력업체 데이터 측정 및 취합 어려움(63.0%)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미비(60.0%) △내부 전문인력 부족(52.0%) △외부 전문기관 활용에 따른 비용 부담(46.0%) △공시 위한 IT·전문시스템 부재(37.0%)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복수응답)로 △업종별 ESG 공시 세부 지침 및 가이드라인 제공(82.0%) △ESG 전문인력 양성 및 공급(57.0%) △공시관련 컨설팅 비용 지원(47.0%) △내부인력 교육지원(34.0%) 등을 요구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ESG 공시 의무화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돼야 할 정책”이라며 “ESG 공시가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유예기간을 충분히 주고, 명확하고 간소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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