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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금융 10대 이슈②] 금융권, 관치 넘어선 정치금융에 ‘속앓이’

입력 2023-12-13 13:51
신문게재 2023-12-14 9면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YONHAP NO-3596>
[사진=연합뉴스]

 

‘총선 앞 냉가슴’



올 한해 금융권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특히 은행권은 금융감독당국 수장들과 함께 정부 여권 인사들의 반복되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른바 ‘은행 때리기’는 정치권이 총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더욱 노골화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사실 지금은 여야 할 것 없이 ‘은행 때리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시발점은 대통령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 서비스를 ‘공공재’에 빗대며 국내 은행산업의 폐해의 원인으로 ‘과점 구조’를 언급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어져온 은행권의 실적개선과 성과급 잔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었다. 당시는 ‘난방요금 폭탄’이 정치권 최대 화두로 등장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여권에서도 은행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고, 곧바로 금융당국(금융위·금감원)은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및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대구은행의 사법리스크와 함께 제 4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올 하반기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상생금융’ 이슈 역시 윤 대통령의 입으로부터 촉발됐다. 올 초 발언보다 더욱 강경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시민들과 함께 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고금리 기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애로를 전하는 자리에서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2조원 규모의 ‘횡재세’ 논란으로까지 번졌고,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의 입법 추진으로 이어졌다.

은행권에 대한 비난 수위가 더욱 높아지자 사용자(은행)를 대신해 금융노조가 발끈하고 나서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정부가 은행을 ‘악마화’하면서 은행원들의 사기가 크게 추락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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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이슈는 각각 2조원 규모의 은행 및 보험업권의 ‘상생금융’으로 일단락되는 모습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정치금융의 노골화와 함께 건전성 악화 등 상생금융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은행계 금융지주 및 은행장 선임 절차의 세부 관행을 적시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했는데 민간기업의 경영자율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승계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최고경영자(CEO)인선 과정에서 지켜야 할 세부 내용을 30개 항목으로 열거해 놓은데다 대부분은 문서화하도록 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율 개선’을 내세웠지만 지배구조 검사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사실상 ‘강제 규정’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금융권 낙하산 인사의 시발점이 주로 정치권과 금융당국이라는 점에서 해당 모범관행이 자칫 인사개입의 정당성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적 부침을 겪고 있는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상생금융의 영향권에서는 비켜서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총선 정국에 휘둘리는 모습이다.

전격적으로 발표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대책이라는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주식양도소득세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정쟁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익이 과도하다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자발적 사회환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기업에 대한 개입이 지나칠 경우 관치금융 논란과 함께 금융 선진화에도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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