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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의 덫’ 빠진 K-배터리, 투자마저 쥐어짠다

입력 2024-04-30 06:41
신문게재 2024-04-30 1면

[참고사진2]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1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직면하면서 일제히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수요 둔화 등에 따른 실적 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 원가 절감, 생산·투자 효율화에 집중하며 ‘본원적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2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SK온이 잇따라 설비투자 규모 축소 방침을 공개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대외 환경과 전방 수요 개선을 확신하기 어렵다. 중장기 수요 대응이나 북미 지역의 필수적인 신증설 투자엔 선택과 집중을 하되, 투자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 시설투자 집행 규모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캐즘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실제로 LG엔솔의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 전분기 대비 53.5% 급락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인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시장 수요 위축에 따른 가동률 조정에 고정비 부담 증가, 메탈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시차 등의 영향이다. LG엔솔이 투자 속도 조절을 핵심으로 한 물류비·유틸리티 비용 등 최적화 방침을 내 놓은 기본 배경이다. 특히 투자 속도조절은 리튬과 같은 주요 광물 외에도 전구체 등 원재료의 직접 소싱 영역 확대를 통한 재료비 절감까지 이어진다. 다만, 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낮아진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개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최근 “올 한 해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 예상되지만, 근본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실현해 압도적 기술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SK온도 투자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은 29일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은 고객사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CAPA) 증설 시점에 대한 탄력적인 운영을 결정했다”면서 “업황 둔화 시기에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은 3315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186억원) 대비 적자폭을 키웠다.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른 가동률 저하, AMPC 축소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은 ‘캐즘’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제조 경쟁력 혁신과 비용 절감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글로벌 테크기업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제조 공장 디지털 트윈 구축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반면, 그동안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왔던 삼성SDI는 소규모 투자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미국에 첫 단독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올해 설비 투자 비용을 지난해보다 증액한다.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은 약 2000억원대로,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양호한 것으로 추산된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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