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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국립국악원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 “백성 저마다의 염원을 담은 사직제례의 핵심은 참여!”

입력 2024-07-11 18:05

이대영 연출
국립국악원이 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한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사진=허미선 기자)

 

“조선시대에는 백성이든 땅이든 모두가 왕 소유였어요. 지금 같으면 큰일이지만 그때는 그랬죠. 그런 때에 종묘(역대 왕과 왕후의 신위를 모신 유교 사당)가 아닌 사직, 백성들을 위한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다는 건 굉장한 의미입니다. 되게 중요한 가치죠.”



이대영 연출이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장,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1908년 일본의 강압에 폐지됐던 ‘사직제례악’(社稷祭禮樂, 7월 11~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복원과 재현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사직제례악’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社稷大祭)에 쓰이는 음악과 노래, 무용 등이다. 백성들의 안위와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사직대제’는 ‘종묘제례’(宗廟祭禮)와 더불어 왕이 직접 주관하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사직제례악
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 재현한 ‘사직제례악’(사진제공=국립국악원)

 

“사직단에서 제사를 마치고는 마지막에 적(고기)을 가지고 나가잖아요. 그걸 바깥의 백성들에게 나눠줘요. 사직단 밖에는 함께 기원하는 백성들이 모여 있거든요. 이번 공연에서는 쌀이나 고기 대신 쌀뻥튀기를 나누죠. 서양 식 프로시니엄 극장이다 보니 대결하듯 마주하고 있지만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돼야 하는 의식입니다. 그렇게 ‘사직제례’의 핵심 가치는 ‘참여’죠.”

‘사직제례’는 시대에 따라 그 규모와 악기 편성 및 무용 등이 변화해 왔다. 이번 ‘사직제례악’은 고종황제 재위 기간인 대한제국 시기의 것으로 자주국가로서의 위상과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大韓禮典, 1898)을 비롯해 ‘사직서의궤’(1798), 일제강점기 왕실 음악기구 이왕직아아부의 음악자료 등을 토대로 한다. 1988년 정조시대의 ‘사직제례악’에 이은 두 번째 복원·재현이다. 

 

이 연출은 “시대에 따라 풍요와 안녕의 기준은 달라지고 기원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음악의 핵심과 기본은 K팝 요소가 얹혀지는 등 음악적으로는 물론 가상화폐를 비롯한 최신 재화, 트렌디한 음식 등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대영 연출
국립국악원이 대한제국 시기의 것을 복원한 ‘사직제례악’ 이대영 연출(사진=허미선 기자)

“그 변화 속에서도 사직제례가 지켜야할 핵심 가치는 백성을 위한 기원 그리고 이를 위한 백성들의 참여죠. 정말 어마어마한 가치예요. 이곳(국립국악원 예악당)이 사직단이라면 객석의 관객들은 저마다의 염원을 안고 사직제례에 참여한 백성들인 거예요.”


그리곤 “국립국악원에서 사직제례악을 복원하는 의미도 물론 중요하다. 더불어 그 만큼 중요한 건 국립국악원이 사직제례악을 극장으로 불러들임으로서 이 어려운 시기, 저마다의 꿈을 가진 이들의 마음이 객석에 모여들었다는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사직제례악은 그 마음을 하늘과 땅, 곡식의 신에게 비는 거죠. 결국 중요한 가치는 백성들을 위한 기원이라는 겁니다. 사실 옛 자료들에는 사직제례에 참여했던 백성들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그러니 그 부분은 우리가 추가할 수 있잖아요.”

이어 “예를 들어 지금의 사직단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하고 외교부, 문화부 등 옛 관료 격의 장관들, 기관장들, 시민대표들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예의사가 ‘폐하 4배 하시옵소서’라고 할 때 객석에서도 같이 외치거나 왕이 4배를 할 때 ‘흥’ ‘배’라는 구령에 맞춰 함께 절을 하는 식이죠. 그렇게라도 관객들이 참여해 저마다의 기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연은 ‘사직제례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첫 걸음이다. 이 연출은 “이를 위해서도 마냥 보기만 하는 사직제례가 아니라 함께 참여해 즐기고 기원하는 의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묘는 하나의 문화로 남는 거지만 사직은 계속돼야 하는 전통인 동시에 현 시대가 반영돼야 하는 지금을 위한 의식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직제례악’의 복원 및 공연화는 시대에 발맞추는 변화의 초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리듬, 예법, 룰 등이 첨가되고 시대를 아우르며 진화하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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