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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프로레슬링 한판? 김태기 작가 “링 위에 선 우리, 저마다의 챔피언 벨트를 위해 분투 중!”

입력 2024-07-12 20:59

어반브레이크 김태기 작가
2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 ‘Wrestle PLAY-Urban Slam’을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사진=허미선 기자)

 

“프로레슬링 링 위에 실제로 관람객들이 올라가 전시도 볼 수 있고 재밌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높은 산꼭대기 전망대에 오른 것처럼 혹은 링에서 승리한 우승자, 챔피언의 느낌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24 어반브레이크’(Urban Break 7월 14일까지 코엑스)에 처음 참가한 김태기 작가는 행사장에 레슬링 링을 설치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프로레스링은 서브컬처고 저 역시 서브컬처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죠. 어반브레이크는 작품 판매에 급급하기 보다는 작가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중시하고 잘 이해해주는 행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갑자기 링을 행사장에 들인다는데 어느 주최 측이 기꺼이 그러라고 하겠어요. 게다가 원래 전시하려던 그림과는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거든요. 그런데도 어떻게든 공간을 제대로 만들어 주셨어요. 그래서 이번에 한번 좀 놀아보자 싶었죠.”

바닥에 여성 레슬러가 디지털 프린팅으로 래핑된 이 링은 김태기 작가가 프로레슬링협회(PWS, Pro Wrestling Society) 네트워킹을 통해 직접 협찬받은 것으로 “최근 성수동대림창고갤러리 개인전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알려지면서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어반 브레이크 김태기 작가
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의 ‘Wrestle PLAY-Urban Slam’(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성수동대림창고갤러리에서의 ‘웨어하우스’(Wherehouse)를 비롯해 로스톤갤러리의 ‘뉴토피아’(Newtopia), 아무로무아 등 전시와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의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참여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다.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는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Wrestle PLAY-Urban Slam’이라는 제목 아래 ‘프로레슬링’ 연작과 ‘챔피언 벨트’ 시리즈를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이다.

“어반브레이크는 참여 아티스트 라인업도, 방문하는 관람객 자체도 좀 달라서 재밌어요. 기본 미술 신과는 좀 다르거든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람객들도 적지 않죠. 제 그림은 메타포들이 있어요. 그에 대해 귀 기울여 주시는 관객들이 있으니 제 의도를 잘 이해하실 수 있게 잘 말씀드리는 게 과제죠.”

‘프로레슬링’ 시리즈는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현대사회의 현실과 허구를 교차시키는가 하면 허구 콘텐츠에 몰입하고 열광하는 시대를 반영하기도 한다. 어반브레이크에서 첫선을 보이는 신작 ‘챔피언 벨트’ 시리즈는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세부 장식 등을 활용해 저마다의 챔피언 벨트와 그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어반브레이크 김태기 작가
2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의 ‘Wrestle PLAY-Urban Slam’(사진=허미선 기자)

 

두 시리즈는 마치 프로레슬러처럼 가면을 쓰고 링 위에 올라 챔피언 벨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과 과정에 몰입하는 진정한 챔피언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다.

“제가 작업을 할 때는 온전히 그림만 그리다 보니 폐쇄적이 돼요. 오롯이 저한테 집중하죠. 하지만 전시라는 건 교감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비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자 제 작업에 대해 정리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제가 왜 여성을 그리는지 그 이유를 저도 몰라요. 저 역시 계속 궁금하고 전시 때마다 찾고 있어요. 이번 어반브레이크 전시 역시 그 이유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커피브랜드 탐앤탐스 탐스커버리 건대점에 꾸린 3층짜리 갤러리 탐에서 진행 중인 전시 ‘Tagger #主人公’(10월 5일까지)에 대해 그는 “시간에 따른 풍경을 담은 젊은이들의 초상”이라고 표현했다.

“1, 2, 3층에 차례로 아침, 오후, 밤에 활동하는 젊은 친구들의 초상을 담고 있어요. 1층은 홍대와 성수동, 2층은 양양 등 여행지, 3층 해방촌을 배경으로 하죠. 쇼케이스 형식의 ‘아무로무아’(7월 18~21일 with 최민석, 7월 25~28일 with 종호, 라운디드 플랫)는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볼 수 있는 전시죠.” 

 

어반브레이크 김태기 작가
2024 어반브레이크에 프로레슬링 링을 설치해 관객참여형 전시로 진행 중인 김태기 작가의 ‘Wrestle PLAY-Urban Slam’(사진=허미선 기자)

 

그는 “제 작업은 레퍼런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휴대폰에 저장했던 이미지, 실제로 눈에 보이는 무언가, 제가 즐겨듣는 음악 등 어떤 레퍼런스를 쓰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래서 구글, 핀터레스트 등은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일종의 마트예요. 결국 제 레퍼런스 안에서 저를 표현하죠. 그런데 ‘아무로무아’에서는 제 휴대폰이나 플레이리스트가 아니라 함께 협업하는 아티스트의 것이 레퍼런스예요. 그 분이 휴대폰에, 핀터레스트에,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한 것들로 그림을 그렸죠.”

아무나의 ‘아무’와 자아를 버리는 ‘무아’가 합쳐진 제목의 전시에서 ‘누군가로부터 내 자아를 비워내기’라는 콘셉트를 실현 중인 그는 “저는 호기심이 좀 많은 편인데 현실세계에 영향 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원없이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그림”이라고 털어놓았다.

“현실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잖아요. 뭔가 변수가 자꾸 생기고…그런 현실에서도 제 궁금증들을 계속 해결할 수 있는 게 그림이죠. 그래서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싶다기 보다는 앞으로 제가 어떤 데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할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들도 제 그림에 대해 궁금해 하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저 자신도, 관객들에게도 궁금증이 많이 생길 수 있게 하는 작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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