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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대주주 합병비율 개편, '두산밥캣 방지법' 만든다

입력 2024-07-17 15:30
신문게재 2024-07-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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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투산타워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그룹사들이 진행하는 기업 간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이 논란이 된 가운데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때문에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결정되는 경우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았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평택병)은 오는 19일 상장사 합병 비율을 주가가 아닌 기업의 본질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상장사들 간 합병 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술 평균하는 방식으로 합병 가치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 합병되는 과정에서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이 0.63대 1로 결정됐다. 순자산이 6조원에 달하는 밥캣과 2015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 적정한 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김현정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두산그룹의 기업합병 사례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일”라면서 “두산밥캣 방지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돼 일반주주들의 피해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최근 논평을 통해 “분할합병 비율과 주식교환 비율의 적정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이사회가 선택한 지배권 이전 방식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두 회사의 이사회가 일반 주주 이익보다 그룹의 이익에 충실했다”고 비판했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에도 합병 비율이 1대 0.35로 결정되면서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합병 비율 산정도 논란이 됐다.

2022년 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당시 합병 비율이 1대 3.84로 정해졌다.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보다 낮은 기준시가로 정하고, 총수 일가 지분율이 90%가 넘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높게 평가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3분기를 목표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할 때 합병가액 적절성 여부를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 등 제3의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받도록 돼 있는데, 외부평가기관의 행위 규율을 마련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합병가액을 산정한 외부기관은 기업의 합병가액 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계열사 간 합병에는 외부평가기관 선정 시 감사위원의 의결이나 감사의 동의도 거치도록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사의 결정으로 지배 주주는 이익을 보고 일반 주주들은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두산그룹 합병 관련 논평에서 “(이사가)주주에 대한 일반적인 충실의무, 보호의무도 없으니, (합병안이)아무리 상식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안된다’고 말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노재영 기자 no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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