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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시키는 두산 합병

입력 2024-08-13 06:56
신문게재 2024-08-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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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산업IT부 기자
최근 두산그룹이 발표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이 한국 경제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계획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가치 보호를 둘러싼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정재계는 물론 금융감독당국의 이목까지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흑자 기업과 적자 기업 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합병 비율과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의혹, 그리고 일반 주주들의 거센 반발 등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단순한 기업 합병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합병 비율이다. 흑자 기업인 두산밥캣과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 1대0.63으로 책정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잘 익은 사과 한 개와 상한 사과 반 개를 맞바꾸는 것과 다름없다. 주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더 의문이다.

‘등주고비(燈主考比)’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밝은 빛(두산밥캣의 실적) 아래서 평가해야 할 기업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어둡게 만들어 평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두산의 이같은 결정은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주 저평가)’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주주 친화적 정책에 의구심을 품게 되면, 결국 한국 경제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두산그룹은 지금이라도 합병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단기적인 총수 일가의 이익보다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두산그룹뿐만 아니라 한국 재계 전체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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