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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아무도 안 와… 곧 장사 접을수 밖에"

단통법 시행 첫날 판매점 가보니

입력 2014-10-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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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첫날인 1일 오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아 보조금 공시표를 살펴보고 있다.(연합)

 

 

 

“곧 장사를 접을 예정이다.”



을지로 지하상가에 있는 한 판매점 사장의 말이다. 사장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영향이 없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휴대전화 전문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사업을 접겠다는 대리점·판매점 사장들의 이야기가 쉽게 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단통법이 1일을 기준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됐지만 대리점과 판매점은 울상에 젖었다. 서울 시내 중구와 동대문구 단말기 대리점과 판매점 10여 곳 중 이날 판매 성과를 1건이라도 올린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회현 상가단지에 위치한 한 대리점은 “중구와 동대문구 근방에 공식대리점이 15곳 정도 되는데 그 중 1/3이 사업을 접겠다고 결정했다더라”며 “주변 판매점들은 이미 장사 접은 지 오래 됐다”고 덧붙였다.

이동통신3사에서는 각각 높은 요금제에 따라 차등을 둔 공시지원금과 판매가를 1일 공개했다. KT(대표 황창규)에서는 국민들이 알기 쉽도록 단통법과 관련된 동영상을 제작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했지만 대리점과 판매점은 단통법에 여전히 회의적이다.

을지로에 있는 다른 판매점은 “아직 우리 거래처에 공시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동통신3사에서 공개한 가격을 보면 너무 비싸서 장사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통신3사가 1일 공개한 갤럭시노트4의 판매가는 대체로 80만원 후반대에서 형성된다. 보조금 상한선이 30만원이지만 그에 미치는 보조금을 주는 곳은 거의 없다. 갤럭시노트4를 가장 비싼 요금제로 설정했을 때 지원받는 보조금액은 이동통신3사에 따라 8만원선에서 11만원선 정도다.

가장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4(출고가 95만7000원)의 경우 24개월 약정시 7만원대(실요금) 요금제를 적용하고, 대리점이 자율 지급하는 15%를 더해도 보조금은 10만원대 초반에 그친다.

갤럭시노트4는 SK텔레콤 LTE100요금제로 구매시 11만1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KT는 완전무한97 요금제로 가입시 8만2000원의 보조금을 준다. LG유플러스는 LTE100 요금제로 가입시 8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어떤 요금제를 적용하더라도 할부원가는 80만원 중후반대를 형성한다.

정부는 단통법을 내놓으며 차별적인 보조금을 타파해 건강한 이동통신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시장에는 아예 손님이 없다.

단통법 시행 D-1<YONHAP NO-1127>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 간판의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



명동의 한 판매점 사장은 “지금도 손님 없는 거 봐라. 어제랑 그제는 북적북적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다. 할인을 조금밖에 못 받는다는 것 아니까 아무도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판매점과 대리점에 추가적으로 15% 지원금 더 줄 수 있게 했지만 해봐야 3~4만원 정도인데 효력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며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국가가 보조금액을 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회현의 한 대리점은 법 자체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상생할 수 있기 위해선 출고가가 더 낮아져야 된다고 언급했다. “어쨌든 ‘호갱(호구+고객)’을 없애자고 정부에서 만든 법인데 그러려면 출고가가 더 낮아져야 된다”며 “스마트폰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한을 강화하는 법을 내놔봐야 한 달 정도 후엔 별 소용 없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소비자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단통법이 가봐야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보조금 대란 한 번 더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회현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한 시민도 “지금 바꿔봤자 기존 휴대폰 할부원금 지원도 안 해주는데 왜 바꾸겠냐”며 “우선은 시장 추이를 더 지켜볼 예정”이라 덧붙였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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