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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어디까지 내려갈는지…" 한숨짓는 '이자생활자'들

[돈 워리 비 해피] 기준금리 연 2% 사상최저… 금리, 어디갔니
정기예금도 연 1%… 5억 넣어놔도 월 이자 80만원
이자로 먹고살기 이젠 꿈같은 일

입력 2014-10-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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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직장을 정년퇴직한 최모(64)씨는 금융자산 수익으로 생활해 왔다. 그는 퇴직금과 틈틈이 모아 둔 자금을 합쳐 금융자산 5억원이면 이자 수입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당시 예금금리는 연 3%대로 낮은 편이지만, 그 이자로도 살 수는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현재 그의 월 소득은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분산 예치한 예금의 이자와 월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와 적립식펀드 등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이다.



그런데 최근 최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금금리가 지난해부터 뚝뚝 떨어지더니 결국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자 소득이 절반 수준으로 토막날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일부 펀드에 돈이 묶였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정기예금으로는 월 이자수익이 80만원 남짓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자만으로 노후를 지내야 하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자로 먹고살기를 꿈꿨지만, 일찍이 포기한 사람도 있다. 서울 목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모(61)씨도 이자로 생활하면서 취미생활 등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여유로운 삶을 꿈꿨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꿈은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산이 깨졌다.

그는 금융상품 등 유동성 자산이 2억5000만~3억원이다. 결국 이자로 한 달에 만질 수 있는 돈이 세후 20만원도 안 된다.

더욱 고민스러운 점은 재산 중 많은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금리에 이자만으로 먹기살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 그는 몇 년 전 주택을 구입해 월세로 수익을 최대화하려 했다. 현재 매월 들어오는 월세 수입은 200만원 정도. 하지만 금리가 떨어지면서 월세 시세도 점차 떨어지고 있으며,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그를 더욱 우울하게만 만들고 있다.

그는 “몇 년 전에는 나도 계획했던 대로 즐기면서 인생을 살 줄 알았다”며 “예금 이자는 그렇다 치고 월세 수입까지 줄어들 것이란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심란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 것이란 꿈은 포기한지 오래”라며 “이제는 원금에 대출을 받아 자영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이어 한국도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자생활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 1%대 금리는 현실이 됐고 부동산에 돈까지 묶인 사람들은 수입급감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지금은 순수 이자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현실이다.

최근 정부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결정한 기준금리 인하가 타격이 크다. 한은은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2.25%로 인하한 데 이어 이달에는 2%대로 내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에 예금금리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8월 정기예금 수신금리는 평균 2.36%까지 내렸으며 최근에는 평균 2.09%까지 내려왔다.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연 2.0~2.1% 수준이지만, 일부 지방은행 등은 이미 1%대로 떨어졌다.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10월 인하분이 반영될 경우 시중은행들도 1%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에 세금까지 떼는 것을 생각하면 이제 이자라는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금융소비자들도 예금상품을 외면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정기예금에서만 8월 1조3000억원, 9월 7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가장 불똥이 튄 계층은 ‘이자로 먹고 사는 은퇴생활자’다. 시중금리가 연 6%를 넘던 시절에는 5억원이면 연 3000만원 가까운 이자를 받았지만 이제는 1000만원도 안 되는 돈만 손에 쥐게 되기 때문이다. 이자 생활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현행 정기예금 금리로는 1억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더라도 월 이자수익은 13만원 남짓. 아무리 눈을 돌려봐도 안정적으로 돈 굴릴 곳을 찾기가 힘들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에 집중하지 말고 2년 내지 3년 만기로 기간을 연장해야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다고 조언했다. 또 이자자산에만 연연하지 말고 투자자산도 편입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대비에 적합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성을 다소 희생하는 대신 수익성을 높이는 이른바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이 부쩍 주목을 받는 건 그래서다. 단기채권이나 ELS(주가연계증권)상품이 대표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더 떨어지면 시중의 돈이 주식·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후 수익률도 따져봐야 한다. 이명열 한화생명 FA추진팀 투자전문가는 “오는 11월 말 시행 예정인 차명거래금지법으로 인해 실명 전환시 금융소득 과세 확대가 우려된다”며 “차명계좌에 예치한 자금이 있다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저축성보험 등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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