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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빚만 갚지말고 저축으로 보람도 찾아라"

[따져봅시다 맞춤재무설계] 사업 실패 뒤 무일푼으로 귀국한 50대 부부

입력 2015-03-24 09:00

10년 전 사업을 해서 제법 큰 돈을 모았던 서모(58)씨는 더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말로만 듣던 ‘아메리칸 드림’은 쉽게 현실화 되지 않았다. 카페를 열었지만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다 문을 닫아야 했고 그 이후 투자하는 족족 실패해서 무일푼이 됐다.



그래도 아들 둘은 학업을 포기시키고 싶지 않아 부부 내외만 몇 년 전 귀국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지인의 도움으로 아내는 철원에 있는 초등학교에 영어교사 자리를, 서씨는 영어 과외 자리를 얻어 새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순탄하게 풀리는가 싶더니 최근 보이스피싱으로 친구에게 갚아야 할 돈까지 날리게 돼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점검 받고 싶어 몇 번의 고민 끝에 상담을 신청했다.
 

BrokeBusinessman


◇ 가계지출 상황부터 파악해야

서씨 부부의 한 달 수입은 생활하기에 부족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무일푼으로 시작하면서 전세금과 초기 생활비로 돈을 빌려야 했기 때문에 부채상환비용이 크다. 그리고 미국에 남아 있는 자녀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수입의 36%를 차지하고 필수적인 비용이라 할 수 있는 보험과 주거관리비를 포함하면 45%에 달한다.

서씨 수입이 꾸준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계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머니 용돈은 그렇다 하더라도 친목과 관련된 비용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예전에 좋았던 시절이 있는데 너무 위축된 모습으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다만 새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서씨 구상대로 수입이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 외 생활비는 과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대로만 유지하면 된다. 그런데 확인되지 않는 지출금액도 상당하다. 현재 은행 잔고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소비로 다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확인된 지출금액 수준으로만 생활하고 나머지는 저축을 통해 부채상환이나 다른 목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한다.

갑자기 지출을 줄일 수 없으므로 비상예비통장을 만들어서 지출에 대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정리한다. 정해진 수준을 넘어서 지출할 경우 예비자금에서 활용하고 예비자금을 이용하는 게 빈번하다면 어쩔 수 없이 지출 금액을 늘려야 한다.
 

 

[인포]15

◇ 보험, 적정한 수준으로 정리

보험료 수준은 적정하기 때문에 비용으로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정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

과거 치료 내용을 고지하지 않고 가입했던 보험을 정리한 것은 잘한 일이다. 보험은 가입보다 나중에 보험금을 제대로 받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회사들이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이슈가 됐는데 다음 달부터 실손의료비보험 지급비율이 90%에서 80%로 낮아지는 것처럼 향후에도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에 대해 관대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늦은 나이에 가입한 질병 관련 보험은 갱신형 보험료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50세 이후에 가입할 경우 암이나 뇌졸중 등 질병에 대한 보험료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갱신형으로 보험료를 낮추고 조기 발병에 대비함과 동시에 나머지는 저축을 통해 그 이후 위험을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물론 저축한 금액을 의료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융통성도 확보가 된다. 서씨 부부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저축을 많이 해서 금융자산을 늘리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저축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채워야 한다. 아직 자녀들이 독립을 안 한 상태이므로 질병에 대한 위험을 준비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따라서 상해로 인한 서씨 부부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도록 상해사망과 후유장해 위주 보장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 노후준비와 부채상환 계획은

사실 노후에 대한 준비는 자녀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아직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가 없다. 가능한 한 오래 일해서 소득기간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건강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소득이 있을 때 최대한 알차게 모아야 한다.

그래도 노후가 전혀 준비 안 된 것은 아니다. 미국으로 가기 전 서씨 사업이 잘 될 때 열심히 넣은 국민연금이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5년 후인 만 62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지만 조금이라도 수령금액을 늘리기 위해 최저 금액이라도 납입을 시작하도록 한다.

저축보다는 당장 부채를 갚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계속 부채만 갚는 모습에서 보람을 찾기가 어렵다. 적은 금액이라도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드는 것이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으는 데 더 큰 동기 부여가 된다.

기존에 가입한 적금은 미국에 있는 아들을 방문하기 위해 사용할 돈이다. 따라서 다른 금융자산이 없으면 혹시라도 다른 일로 인해 돈이 필요할 경우 아들 방문을 위해 손꼽아 기다린 보람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도 한계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대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적금의 실제 받는 이자가 대출이자보다 낮기는 하지만 대출상환을 위해 사용하더라도 돈을 모으는 재미를 조금이라도 갖는 것이 마냥 빚만 갚는 것보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되고 보람도 생기게 될 것이다.

 

강성갑 희망재무설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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