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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한국 영화산업의 일그러진 자화상, 이경영, 오달수, 유아인···대체 '다작배우'는 누가 만든건가요?

입력 2015-08-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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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영, 오달수, 유아인….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본의 아니게 관객들과 자주 만나는 배우들이다. 영화는 기획부터 촬영, 개봉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개봉관 확보=흥행’이라는 공식이 생겨나면서 개봉시기는 그야 말로 영화의 운명과도 같다. 수십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관객들이 들 법한 개봉일을 잡는 게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작품이 좋아 출연했을 뿐인데 개봉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배우들은 본의 아니게 ‘다작’이란 꼬리표를 달게 된다.



올해 한국영화 최초로 ‘1000만 관객 돌파’를 달성한 영화 ‘암살’은 2015년 7월 개봉이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다. ‘암살’은 동시기 맞붙는 영화 중 유일하게 개봉일을 맞춘 영화기도 하다. 함께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베테랑’은 작년 이맘때 개봉이 예정돼 있었고 ‘미션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이하 미션 임파서블5)은 원래 올 하반기 크리스마스로 예정된 개봉날짜를 7월 31일로 앞당겼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미션 임파서블 5’의 배급사인 파라마운트가 다른 영화들과의 경쟁을 피하고자 개봉날짜를 조정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래 개봉시기였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24번째 007 시리즈인 ‘007 스펙터’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 쟁쟁한 시리즈가 대거 포진하고 있다.

 

다작배우
다작배우이자 1000만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오달수.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사진제공=CJ엔테테인먼트)

 

덕분에 한국 영화의 출연 배우들이 홍보에 나서며 몸을 사리는 웃픈(웃기다+슬프다)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석달도 안되는 동안 연달아 개봉하는 작품으로 인해 언론 인터뷰에 나서면서도 씁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라운드 인터뷰(1명의 배우에 여러 명의 취재진이 한 테이블에 앉아 하는 인터뷰)가 잡혀도 전작으로 만난 매체들이 알아서 빠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감초 배우인 오달수는 지난해에만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슬로우 비디오’, ‘국제시장’,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 출연했다. 지난해 말 ‘국제시장’으로 흥행 대박이 터졌고, ‘베테랑’과 ‘암살’까지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관객들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후반작업에 한창인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올 하반기 개봉을 확정 짓는다면 오달수는 2015년 ‘베테랑’, ‘암살’, ‘대배우’까지 4편의 영화로 관객과 만나게 된다.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은 “애초 예정돼 있던 개봉일이 ‘국제시장’이 흥행하면서 뒤로 밀렸다. 워낙 관객들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황정민과 오달수가 나오는 우리 영화를 또다시 보는 관객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정민과 오달수는 ‘국제시장’에서 둘도 없는 친구로, ‘베테랑’에서는 광역수사대 콤비로 극의 대부분을 이끈다.

‘베테랑’ 개봉일이 1년이나 늦춰지면서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 역의 유아인 역시 ‘다작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9월 ‘사도’가 개봉을 예고하면서 유아인은 불과 한달 사이에 두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사태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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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만 6편의 출연작을 극장에 거는 이경영.영화 ‘암살’에서 친일파로 열연하는 모습.(사진제공=쇼박스)

 

최고의 다작배우를 꼽자면 이경영이다. 최근 영화 ‘헙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경영은 “내년에는 작품 수를 줄이겠다”고 공론화할 정도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치외법권’이 동시에 극장에 걸리는 것에 대해 “작년 여름에도 두 편이 극장에 걸려 있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더라. 작품으로 만족감을 갖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올해만 ‘허삼관’, ‘은밀한 유혹’, ‘협녀’, ‘조선마술사’, ‘소수의견’, ‘암살’, ‘뷰티 인사이드’까지 7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 중 ‘협녀’와 ‘은밀한 유혹’, ‘극비수사’ 등의 개봉이 미뤄지면서 이경영은 본의 아니게 ‘다작 배우’로 거듭났다.

이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이경영이 영화사를 돌며 ‘나를 출연시켜 달라’고 하는 배우가 아니다. 이경영 선배가 ‘암살’ 출연을 결정했을 때는 ‘다작의 시대’로 접어들지 않았었고 본인 역시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 개봉할지 몰랐을 것”이라면서 “이번 여름 개봉작 중 제시간에 맞춰 개봉한 영화는 ‘암살’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올 여름이 뜻하지 않게 격전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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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단계부터 이병헌과 전도연의 조합으로 화제몰이를 한 ‘협녀, 칼의 기억’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일각에서는 스크린 독과점과 더불어 배우들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아서라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몇몇 특정 대기업 배급사의 시장 독점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면서 “출연하는 배우들이 고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결국 스크린 독과점으로 개봉시기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유통 시스템, 다채로운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몇몇 배우들에 캐스팅 제의 쏠림 현상 등 한국 영화산업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다작 배우’를 양산한 셈이다.

그중 ‘협녀’는 가장 큰 희생작이 된 케이스로 꼽힌다. 이병헌의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개봉이 몇 차례 지연되면서 8월 치열하게 경쟁하는 여름시장 한복판에 최종 개봉일을 확정지었다.

 

뚜껑을 연 결과는 전도연과 이병헌의 조합이어도 처참했다. 개봉 첫날인 지난 13일 고작 7만명의 관객을 만나며 박스오피스 4위로 데뷔했다.

 

순제작비 90억원, 또 다른 주연 배우 전도연이 지난 5월 개봉한 ‘무뢰한’ 이후 3개월만에 또다시 인터뷰에 나서며 적극 홍보 중이지만 손익분기점 300만명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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