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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로봇이 자산관리를? 새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가 뜬다

‘인간 PB’에 도전장 던진 ‘로봇 PB’ 로보어드바이저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반 최적의 자산 배분 제공
국내는 NH투자증권이 첫선...미국에서는 성공적 안착

입력 2016-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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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인공지능 투자자문, 자산운용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조언자, Adviser)의 합성어다. 로봇이 자산관리와 재무설계를 자동으로 해준다는 얘긴데 실제 물리적 로봇을 쓰는 건 아니다. 금융상품 투자, 상담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각종 빅데이터와 투자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신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되면서 웰스프런트(Wealthfront), 베터먼트(Betterment) 같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베터먼트는 현재 11만1800명의 자금 30억 달러를 로보어드바이저로 운용중이다.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는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운용자산 규모가 2020년 2조2000억달러(25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체 미국 투자금액의 5.6%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미국시장 안착에 성공한 이유는 7년간 이어진 제로 금리에 은행 이외의 투자처를 찾는 고객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 로보어드바이저의 종류와 장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대부분 설문지 방식을 통해 수집한 투자 성향, 목표 수익률, 자금의 성격 등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방식을 결정한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모니터링, 리밸런싱(자산배분 비율 조정)도 마찬가지로 고객 성향을 진단한 후 투자성향과 맞지 않는 자산군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은 객관적 자료에 의한 투자 판단이 가능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저렴한 수수료에 선보인다는 것. 웰스프런트는 1만달러 이상 투자금에만 0.25% 수수료를 물린다. 베터먼트는 수수료가 0.15~0.35%다. 수수료가 금융거래액의 1%인 기존 자산관리에 비해 저렴하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는 소비성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등 개인별 특징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만들어 맞춤관리를 받고 싶어 하는 수요를 충족시킨다. 알고리즘 기반의 소프트웨어가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자산관리(PB), 펀드매니저 등 개인판단에 의한 투자에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이다. 금융회사 직원을 직접 만나는 것보다 온라인, 모바일 자문을 선호하는 20, 30대에게도 인기다. 실제 웰스프런트 고객중 60%는 35세 이하로 알려졌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금융사 PB서비스와 달리 투자금 하한선이 낮아 소액자금도 쉽게 맡길 수 있다. 미국 웰스프런트는 최소 투자 금액이 50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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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는 적정한 자산 배분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던 소액 투자자들의 수요를 파고들 잠재력 있는 핀테크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라 대안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PB 서비스는 고액자산가에게 맞춰진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자동매매 전략인 ‘스마트인베스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12월 28일 국내 금융업계 첫 로보어드바이저인 ‘QV 로보 어카운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투자성향과 재무목표에 따라 최적의 투자대상과 매매전략을 제시한다. ETF 자동매수와 목표수익률 도달시에는 매도 안내도 제공한다.

‘QV 로보 어카운트’는 별도의 자문·일임계약과 자문·일임 수수료 등의 비용부담이 없다. 온라인 매매수수료만 부담하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별도의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온라인에서 기존 계좌를 통해 개설할 수 있다. 현재는 코덱스(Kodex) 200·레버리지·중국본토A50 세가지 ETF에 투자할 수 있지만 올해 상반기 펀드와 채권은 물론 상장지수증권(ETN),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KDB대우증권은 쿼터백, 데이터앤애널리틱스, 밸류시스템투자자문 등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고객 자산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시장조사에 나섰다.


◇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대부분의 로드어드바이저 업체는 증시 호황 때 설립돼 하락장 대응 경험이 적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프로세스는 어렵지 않지만 핵심 포트폴리오 배분 모델 개발이 쉽지 않다”며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중화되려면 고객들의 이해와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는 과거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박스권 장세에서는 유용하지만 금융위기 등에 따라 급변하는 주가 흐름에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인간의 판단이 아닌 알고리즘을 통해서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인간 투자자들에 비해 창의적인 투자 전략이 없다는 얘기다.

세금·상속·부동산 등 사람이 제공하는 종합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고액 자산가들에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전통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에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며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지능과 혼합된 사이보그 형태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슈바프, 뱅가드 등 전통 투자자문사들은 기존 투자자문 서비스에 로보어드바이저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채훈 기자 freei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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