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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실바, 발톱 빠진 맹수의 비애

입력 2016-03-01 18:22

BOX-GBR-BRA-UFC-BISPING-SILVA <YONHAP NO-2328> (AFP)
앤더슨 실바가 최근 전성기를 지난 듯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연합)

 

앤더슨 실바(41,브라질)가 예전 같지 않다.



실바는 지난 28일(한국 시간) 새벽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84 메인이벤트에서 마이클 비스핑(36,영국)에게 판정패했다.

아무리 나이가 많이 먹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실바가 비스핑에게 패했다는 것은 그를 아꼈던 팬들 입장에서 씁쓸하다. 미들급 최정상에서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왕국을 다스려온 실바와 중상위권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 비스핑은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스핑의 판정승은 실바의 기량 하락과 좋지 않은 몸 상태, 이를 노린 맞춤형 전략의 합작품이다. 비스핑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꾸준히 포인트를 쌓아나갔다. 실바의 카운터를 의식해 근접전을 자제하면서 로우킥과 안면 잽 공격 등을 기계처럼 반복했다.

실바는 몸이 예전 같지 않음에도 한창 때의 스타일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철저히 실바를 연구하고나온 비스핑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비스핑은 카운터 외에는 할 것이 없는 실바를 맞아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비스핑은 좋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임을 가져가는 부지런한 타격가다. 반면 무리수를 두지 않는 유형이라 실바 입장에서는 작은 타격으로 점수 공방전을 벌이기보다는 과감하게 치고 들어갈 만한 상대였다.

이를 입증하듯 간간이 실바가 치고 들어가 강하게 압박할 때 밸런스가 흔들리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펀치보다는 킥과 무릎공격이 잘 통했다. 몇 차례 나왔던 인상적인 장면도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바는 예전처럼 마음 놓고 킥을 차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와이드먼과의 2차전에서 로우킥 도중 정강이뼈가 골절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던 실바는 그로인해 상당한 시간을 재활에 매진해야했다.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킥 시도횟수가 줄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이전 경기였던 닉 디아즈(34,미국)전은 물론 이날 경기에서도 예전처럼 활발하게 킥을 차지 못했다.

실바는 전천후 타격가다. 펀치는 물론 킥, 무릎, 팔꿈치 등 허용되는 신체 모든 부위를 자유롭게 써가며 상대를 공략한다. 그런 실바가 킥을 차는데 망설이다보니 비스핑 입장에서는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한결 수월했다.

실바의 킥은 매우 부드럽다. 때문에 어떤 자세나 상황에서도 자유자재로 터지는데 이로 인해 펀치를 내는데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비스핑전에서는 라운드당 몇 번 시도조차하지 않았다. 이따금 시도하는 미들킥, 하이킥에도 비스핑은 움찔했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하지는 못했다. 장기인 로우킥은 거의 시도하지도 않았다.

“만약 킥만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면 비스핑을 묶고 포인트 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UFC 상위권 선수들도 평가했다. 선택지가 급격히 좁아진 실바는 대놓고 카운터만 노리는 복서같이 경기를 운영해 비스핑은 밸런스가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었다. 발톱 빠진 실바의 패배가 유독 아쉬운 이유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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