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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념, 국가, 동서양 ‘경계를 넘어’…연극 ‘오슬로’ ‘오렌지 북극곰’ ‘피가로의 결혼’

[Culture Board] 연극 ‘오슬로’ J.T. 로저스 작, 이성열 연출, 손상규 전미도 출연
한영 소년소녀의 고독한 성장담 ‘오렌지 북극곰’, 세대갈등, 여성혐오, 이민자 배척 등 다뤄
초야권 둘러싼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조선시대로 배경 옮겨 신분제도, 여성 비하 꼬집어!

입력 2018-10-11 18:00
신문게재 2018-10-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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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종교 갈등으로 끊임없이 격돌하는 분쟁지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늘 혼자’라는 공감대로 교류하는 한국 소녀와 영국의 소년 그리고 조선시대의 한국 전통 마당극 형식으로 재해석된 모차르트의 대극장 오페라. 

 

이념, 국가, 동서양, 시대배경 등의 경계를 넘는 메시지를 전하는 세편의 무대극 ‘오슬로’(10월 12~11월 4일 명동예술극장), ‘오렌지 북극곰’(10월 11~21일 백성희장민호극장), ‘피가로의 결혼’(10월 12~14일 소월아트홀)이 관객들을 만난다.



연극 ‘오슬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노르웨이의 티에유와 모나 부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르완다 대학살,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을 재치 있게 다루며 급부상한 J.T. 로저스가 집필한 작품으로 이성열 국립국단 예술감독의 부임 후 첫 연출작이기도 하다.  

 

연극 오슬로
연극 ‘오슬로’(사진제공=국립극단)

2016년 뉴욕에서 초연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해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노르웨이의 학자 티에유 로드 라르센(손상규)과 외무부 외교관 모나 율(전미도) 부부가 비밀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부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사들이 평화를 갈구하며 협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열린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를 조성 중인 한반도 상황이 묘하게 투영되는 작품이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들의 사람과 이야기, 3시간의 러닝타임, 60개의 신, 런던·오슬로·이스라엘 등 시공간의 잦은 이동 등으로 공연화도,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은 작품은 단순한 무대에서 재현된다.

가변성에 중점을 둔 무대는 단색 벽으로 둘러싸인 중립적 공간이다. 벽들은 앞뒤, 좌우로 움직이며 다양한 공간을 표현하는가 하면 영상으로 이미지와 자막을 투사하는 스크린으로 기능하며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8번의 비밀회담으로 1993년 평화협정을 맺은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 이스라엘, 극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실제로 체결된 오슬로협정은 2년 뒤 사실상 무마(撫摩, 분쟁이나 사건 따위를 어물어물 덮어버리다)됐다. 이스라엘 극우파의 반발을 산 이츠하크 라빈 총리는 2년 뒤 암살 됐고 아라파트 수반은 권좌에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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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슬로’(사진제공=국립극단)

2일 제작발표회에서 이성열 연출은 “이 작품의 주제는 평화협정을 맺는 그 자체가 아니다. 적에서 친구가 되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 길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동시에 과거에서 여기까지 온 가능성, 앞으로 갈 수 있는 희망에 대해 말한다”고 전했다.

 

2016년 한국과 영국 합작으로 초연됐던 ‘오렌지 북극곰’은 영국에 사는 이민자 소년 윌리엄(라자크 쿠코이)과 한국의 소녀 지영(김민주)이 서로를 감지하고 제3지대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경계에서 서성이는 윌리엄과 지영은 엄마 없이 고독하게 성장통을 감내 중이다. 고독과 혼란, 불안, 정체성의 부재 등으로 휘청이는 청소년기를 기후변화로 녹아버린 얼음 조각 위에 홀로 선 북극곰에 빗댄 작품이다. 


연극 오렌지 북극곰
연극 ‘오렌지 북극곰’(사진제공=국립극단)

 

한국 고순덕과 영국 에반 플레이시의 공동 집필, 한국 여신동과 영국 피터 윌의 공동 연출로 2016년 한국어로 초연됐다. ‘오렌지 북극곰’의 두 번째 시즌은 애초 기획의도대로 한국과 영국 배우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모국어로 연기한다.

정체성의 혼돈, 없는 사람·이방인·여성 등에 냉담하고 잔혹하며 부조리한 사회 등 사납기만한 폭풍우와 소용돌이에 휘말린 소년과 소녀는 ‘늘 혼자’라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감지한다. 절규에 가까운 독백과 독백의 격돌, 전혀 다른 언어와 공간을 넘어 교감하는 소년·소녀는 세대갈등, 여성혐오, 이민자 배척 등의 사회문제를 거름 삼아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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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오렌지 북극곰’은 어른들의 도움이나 조언 없이 오롯이 서로에 기대 성장하는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청소년을 다룬다. 


한국 공연을 마치고 11월에는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씨어터(Birmingham Repertory Theatre)에서 공연된다.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으로 평가받는 보마르셰 원작을 바탕으로 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시대적 배경을 18~19세기 프랑스에서 조선시대로, 대극장에서 소극장으로 옮겨 변주된다.

결혼을 앞둔 하인 피가로와 하녀 수잔나, 수잔나에 흑심을 품고 ‘초야권’(신부의 결혼 첫날밤을 소유하는 영주의 권리)을 주장하는 알미비바 백작, 백작부인 로진 등이 펼쳐내는 풍자극이다.

알미비바 백작으로 대표되는 당시의 신분제도와 여성 비하 등을 꼬집는 ‘피가로의 결혼’은 동시대의 조선으로 공간이동한다.

신분제도 상 우위에 있는 대감(김경천)의 부당한 요구와 만행에 수잔나(김주혜), 백작부인(여지영)과 복수에 나선 피가로(바리톤 정동효)의 이야기다.

판소리의 아니리를 연상시키는 ‘사이 자막’, 조선시대 민화를 모티프로 한 무대, 소극장용으로 재편성된 현악 5중주와 피아노, 이탈리어 노래 등 프랑스와 조선의 기묘한 만남이 흥미롭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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